외평채 조달 앞둔 정부, 일본 투자자 직접 만난다
내주 현지 로드쇼 돌입…中 부동산 위기 속 시장 분위기 주시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동안 고요했던 공모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이 대한민국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시작으로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달러화는 물론 일본 투자자를 겨냥한 최초의 엔화 외평채 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일본을 직접 찾아 투자자 미팅에 나선 후 달러화·엔화 외평채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이어 한국수출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이 조달 바통을 이어받는다.
최근 중국 신탁업계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가 번지고 있는 터라 한국물을 포함한 아시아물 전반에 미칠 영향 등에 관심이 쏠린다.
◇첫 사무라이 외평채 앞두고 로드쇼 채비
25일 IB 업계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오는 29일과 30일 일본을 직접 찾아 엔화 외평채 발행을 위한 딜로드쇼를 진행한다. 달러화 또한 동시에 조달할 계획이지만 일본 투자자를 직접 겨냥한 엔화 외평채는 최초인 만큼 해당 시장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로드쇼를 마친 후 9월 초 달러화·엔화 외평채 북빌딩(수요예측)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8월 휴가 시즌과 '135일룰' 등으로 한동안 공모 한국물 발행이 중단됐다는 점에서 외평채가 시장 포문을 여는 셈이다.
일본 채권시장 데뷔전이라는 점에서 흥행 여부 등에 관심이 쏠린다. 대한민국 정부 채권이라는 점에서 투자자 모집에는 무리가 없겠지만 최근 일본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달 비용 측면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디폴트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 내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 점은 변수다. 아직 한국물 유통금리 변화폭이 크지 않은 등 당장 부담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휴가철을 맞은 8월의 경우 시장 움직임이 둔화한다는 점에서 안심하긴 이른 상황이다.
A 업계 관계자는 "한국물의 경우 대부분 달러화 중심이라는 점에서 중국 부동산 사태 초기에는 중국물 투자 기피 현상에 따른 반사효과를 누릴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한국 금융기관 또한 비슷한 리스크를 내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큰 약세로 갈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다 주관사 선정' 아쉬움도…벤치마크 역량 기대
정부가 처음으로 사무라이 외평채를 낙점하는 등 새로운 시도에 나섰지만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엔화채를 겨냥해 역대 최대 규모인 10곳의 하우스를 주관사로 선정하는 등 역량 제고에 박차를 가했으나 대한민국 정부 딜로서의 상징성 측면에선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가장 이목이 쏠리는 건 국내 전담 인력조차 없는 SMBC닛코가 낙점됐다는 점이다. SMBC닛코의 경우 국내 증권업 라이선스조차 없는 터라 가장 공식적인 발행사인 대한민국 정부 딜에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오히려 일찌감치 국내 진출을 마치고 사무라이본드 딜 등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던 일본계 하우스는 배제되면서 한국 시장에 투자해 온 하우스들의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B 업계 관계자는 "정부 발행물의 경우 상징성이 크다는 점에서 시장에 하나의 시그널이 되는데 한국 라이선스는커녕 전담 인력조차 없는 하우스가 선정되면서 이후 사무라이본드와 이외 한국물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할까 우려스럽다"며 "이에 한국 시장을 집중 타깃 해 투자해왔던 일본계 하우스의 경우 이번 사태가 더욱 난감할 것"이라고 전했다.
역대급 주관사단 구성이 안전자산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온 한국물 위상과는 대비되는 행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상 10여곳 이상의 대규모 주관사단 선정은 자국 증권사 육성 및 다수의 조달 라인을 확보하기 위한 중국 발행물에서 두드러지던 현상이었다.
그동안 기획재정부는 통상 4~7곳의 하우스를 선정해 외평채를 발행해 왔다. 지난 10여년 중 가장 많은 하우스를 선정한 건 8곳의 하우스를 뽑은 2014년 정도에 불과했다. 당시는 토종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해 삼성증권과 KDB산업은행을 선정했던 터라 주관사단이 다소 커졌다.
C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우량 발행사 중 이렇게 다수의 하우스로 시장을 찾는 곳은 흔치 않다"며 "신용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인 만큼 하우스단 구성이 대외적으로 자신감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데 대한민국 정부 딜이 중국식으로 흘러간 데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물 발행사 중 가장 안정성이 높은 대한민국 정부가 시장 포문을 연다는 점에서 후발주자들의 부담은 한층 덜 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한국물 발행이 없었던 데다 중국발 부동산 위기 등으로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터라 이번 외평채 발행이 벤치마크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정부의 외평채를 시작으로 글로벌 신용등급 기준 AA급 기업들의 조달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뒤를 이어 한국수출입은행(무디스 기준 Aa2)과 IBK기업은행(Aa2)이 달러화 채권 발행 등을 준비하고 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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