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에 모든 것 필요"…러 경제, 전쟁 중심으로 구조화
NYT "GDP 6% 전쟁 무기 투입…우크라 침공 전의 두 배"
"서방 제재 속에서도 예상보다 강한 회복력"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러시아 경제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 중심으로 점점 더 구조화하고 있고 서방 국가들의 제제 속에서도 비교적 탄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말 국가 재정의 약 3분의 1인 1천90억달러(약 146조6천억원)가 국방 분야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과 교육, 도로 같은 기반시설 등에 쓰여야 할 자금까지 일부 끌어다 쓰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의 6%가 전쟁 무기에 투입되는 셈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전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러시아 재무장관은 예산안을 설명하면서 2차 대전 때 구소련의 "전선에는 모든 것이 필요하다"는 구호를 외쳤다.
NYT는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새 예산안은 러시아 경제가 '전쟁' 중심으로 점점 더 재편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전쟁은 정부 예산 가운데 국방비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
예산의 9.2%는 법 집행을 포함한 국가안보에 사용되고 예산 가운데는 부상병 및 전사자 가족,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지칭하는 '새로운 지역 통합' 항목이 따로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20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러시아 경제는 러시아에 대해 각종 제재를 가한 서방 국가들의 관측과 달리 예상보다 강한 회복력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의 최대 무역 상대였던 유럽연합(EU)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자 재빨리 러시아와 경제 관계를 단절했고 미국은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는 한편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 러시아를 퇴출했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금수 조치에도 나섰지만, 러시아는 다른 구매자들을 찾아내는 것으로 대응했다.
중국이 러시아 에너지를 수입하고 대신 상품들을 수출한 규모를 가장 많이 늘린 국가다. 중국과 러시아의 교역은 올해 들어 8개월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했다.
인도-러시아 교역도 올해 상반기 3배 급증했고 튀르키예의 대 러시아 수출도 같은 기간 약 89% 늘었다.
서방 국가들이 도입한 러시아 원유의 배럴당 60달러 가격 상한제 또한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유명무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GDP가 2.5% 증가해 유럽연합은 물론 미국까지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러시아 경제의 비교적 높은 성장세가 예견된다고 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핀란드 은행 국책 연구기관의 로라 솔란코 선임 고문은 "한 나라가 전쟁 중일 때 GDP는 상당히 빈약한 복지 지표"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총알 생산은 삶의 질은 개선하지 않은 채 국가의 성장률을 높인다.
또 지난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여파로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00루블을 넘어선 미 달러화 대비 루블화가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달러당 루블화는 우크라이나전 직후 121.53루블까지 치솟았다가 작년 6월 50루블대까지 내려갔으나 최근 다시 상승하고 있다. 이날은 99.25루블에 마감됐다.
러시아는 휴대전화부터 세탁기, 자동차, 의약품, 커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상품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면 소비 여력이 줄어든다.
모스크바의 한 슈퍼마켓에서 인터뷰한 리디아 안드리브나 씨는 "유제품, 특히 버터와 고기, 심지어 빵까지 가격이 올랐다"면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13%로 올린 중앙은행을 비난했다.
내년 3월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루블화 약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속화가 크게 우려되는 요인"이라고 털어놨다.
현재 경제 모델이 전쟁 이전에 설계된 데다 발표된 정부 예산 수치도 불완전해 러시아 경제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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