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현재 환율, 연준 1회 인상 이미 반영…물가 변동 더 중요"
  • 일시 : 2023-10-13 12:00:09
  • 이창용 "현재 환율, 연준 1회 인상 이미 반영…물가 변동 더 중요"

    "각국 중앙은행, 美·유럽 금리 높아도 각자 사정 따르는 분위기"

    "유가 불확실성이 큰 상황…향후 통방 회의 근원물가 초미 관심사"



    (마라케시[모로코]=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 달러-원 환율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한 차례(25bp)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이미 반영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13일 평가했다.

    그러면서 작년처럼 급격하게 연준의 금리가 오르지 않는다면 환율 상승은 시장이 예상한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의 통화정책은 환율 등 가격 변수 변동보다는 불확실한 유가에 영향을 받는 국내 물가 경로에 달려있다고 부연했다.

    출처:마라케시 G20 공동취재단


    이 총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우리나라 환율이나 시장 가격 변화를 보면 이미 미국이 한 번 더 금리를 올리는 가능성에는 시장이 어느 정도 프라이싱(가격 반영)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금리가 한 번 정도 더 올라가고 유지(stay)하는 정도는 시장 참여자들이 이미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환율 등 외부 가격 변수가 시장이 예상한 수준에서 움직인다면 국내 물가에 미치는 파급력 측면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G20(주요 20개국) 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를 앞둔 이 총재는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력 충돌 사태가 시장 관심사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중동 지정학 이슈는 유가를 비롯한 물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 총재는 "앞으로 정치·경제학적으로 중동 이슈가 어떻게 될지 중요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며 "시장 반응은 금리와 환율, 주가가 당장 안정은 됐는데 더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올해 말까지 물가는 3%대 초반으로 떨어지고, 내년 연말에는 목표 수준인 2%로 수렴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국내 물가 전망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올해) 기저효과로 물가가 올라갈 걸로 예상했는데 9월에 3.7%까지 오른 것은 우리 예상보다 조금 더 올라간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유가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성이 심한 상황이라서 한은 입장에서는 향후 통방(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할 때 CPI와 유가 변동 시에 코어 인플레(근원물가)가 예상 경로대로 움직일지 (혹은) 더 높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올해는 전 세계 중앙은행이 자국이 처한 경제 상황과 여건에 따라 통화정책을 조정하는 시기라는 견해도 간접적으로 밝혔다.

    이 총재는 "전반적으로 중앙은행 총재들 견해는 미국과 유럽의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에 있지만, 비동조화(de synchronize)라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그는 "각국 중앙은행의 결정이 작년처럼 동조화되는 건 앞으로 많이 줄어 각자 사정에 따라 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한은과 IMF 등 국내외 기관의 성장률 전망에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달 세계경제전망(WEO)에서 IMF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했다.

    이 총재는 "최근 국내 경제에 좋은 뉴스로 반도체 가격을 긍정적으로 본다"라며 "올해 4분기하고 내년에도 얼마나 지속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은 중국 경제에 따라 소폭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중국이 경기 부양책을 얼마나 쓸지를 두고 (시장의) 생각이 좀 다른 듯하다"며 "일부 견해는 중국의 성장률이 크게 낮아지면 정치적으로 받아들이기에 어려워 좀 더 강한 정책을 쓸 것으로 보는데 다른 견해는 새 지도부가 양보다는 질적인 성장에 신경 쓰고 있어 (부양)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내 잠재성장률을 제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국내 잠재성장률은 2% 부근에서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더 하락할 거라는 견해가 일반적이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지 여부는 국민과 정치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잠재성장률은 10년 혹은 20년 뒤를 보는 것"이라며 "여성 일자리와 해외 일자리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0.7~0.8로 낮아진 출산율을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성장 잠재력이 2%로 올라갈지 혹은 더 내려갈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당장 3~4% 성장률을 보기엔 어렵지만 미국 같은 큰 나라도 2% 성장한다"라며 "일본처럼 0%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소극적 견해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부동산과 가계부채 위험에 대응한 정책 공조는 큰 틀에서 변함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는 단기적인 변화일 뿐이라며 "너무 상황에 따라 강조점이 왔다 갔다 하면 대응하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샤워실에서 열탕과 냉탕을 하기 싫어서 조금씩 온도를 조정하고 있는데 밖에 있는 사람이 뜨거워졌다 차가워졌다 얘기하는 거 같다"고 부연했다.

    부채 디레버리징은 점진적으로 연착륙하듯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은 총재로서 가계부채 문제에 더 관심을 두지만, 임기 동안 가계부채를 확 정상화하려고 하면 다 망한다"며 "금리를 올릴 때 대출 규제까지 타이트하게 확 죄면 (시장이) 안 좋아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어디 (부동산) 회사가 파산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무질서한(disorder) 상황이다"며 "지금도 대주단의 10%는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해서 채권단과 협의해 정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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