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선진화 중간점검-④] 소통 확대 주문…"시작이 반"
  • 일시 : 2023-10-25 14:05:27
  • [외환 선진화 중간점검-④] 소통 확대 주문…"시작이 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내년 초 외환시장 선진화와 관련한 신제도 시범 운영을 앞두고 외환 당국이 고삐를 당기고 시중은행들이 끌려가는 그림이다.

    국내 대형은행이나 외은 지점을 제외하면 지방은행이나 증권사 등은 정부의 선진화 방안에 구색 정도만 맞추고 있어서다.

    25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지난 2월 외환시장 선진화 계획이 발표되고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면서 당국이 소통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환시장운영협의회(외시협)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집단 위주의 논의를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위원회에는 당국과 국내은행 5곳, 외국계은행 3곳, 외국환 중개사 2곳만 참여한다. 지방은행이나 증권사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은행 일부와 외국계 은행 일부만을 모아 번갈아 가며 소통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은 장외(OTC) 시장으로 정해진 규율이 많지 않고 시장 참가자들과 당국이 함께 규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최대한 많은 시장 참가자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 시장에 맞는 방향이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다만 최근 증권사 배제 우려에 당국은 증권사를 소집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논의 과정 말고도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정부는 당장 내년 초부터 해외 소재 외국금융기관을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으로 등록해 해외에서도 원화 거래를 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내년 7월부터 전면적인 거래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상반기에는 RFI가 시장에 참여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불안 요인들을 집중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새벽 2시까지 거래시간이 연장되면서 RFI가 새로 참가하는 상황에 대해 "실수요 물량(flow)과 투기적 물량이 완전히 다르다. 시중은행 딜러들은 두 가지 플로에 대해 제대로 경험해본 적이 없다"면서 "국내 은행만 대상으로 거래 시간을 늘려 배워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상반기 시범운영 기간에는 날짜를 정해 새벽 2시까지 시장을 열어 모의 거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시간을 연장하고 개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점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월 발표에서 유사시 RFI 자본거래에 대한 직접 통제 수단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해 RFI의 참여가 시장 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은행들은 거래시간이 연장됐을 때 실제로 거래량이 나올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선진화를 통해 시장 규모가 훨씬 큰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가 DF(deliverable forward·선물환)로 흡수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을지 의구심이 큰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몇 곳을 제외하고는 은행이나 증권사들 모두 인력 충원 등 투자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

    OTC 시장의 규제 가이드라인을 새로 마련하는 것도 문제다.

    현재 국내 외환시장 종가는 오후 3시 반 발표되지만, 거래시간이 연장됐을 때 환율 고시 방법뿐만 아니라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플랫폼 도입에 따른 가이드라인도 필요한 상황이다.

    다수 은행과 고객의 거래를 중개하는 전자 중개회사인 애그리게이터(Aggregator)는 법령상 규율이 필요하다.

    외환시장의 다른 전문가는 "이번 선진화 계획은 자유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한 이후 글로벌 선진국(DM) 통화로 가는 두 번째 단계"라면서 "전면 인도 가능한 통화(full delivery)로 가는 중간 과정으로 본다면 최종 단계를 보고 그것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시장 질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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