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美 환율 관찰대상국서 빠진 의미는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대한민국이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빠진 것은 글로벌 달러화 강세 흐름이 2년째 지속되는 것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경제만 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미국채 금리가 예상을 뛰어넘어 크게 올랐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등 대부분 국가가 자국 통화가 지나치게 절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히려 애를 썼기 때문이다.
미국은 경쟁적 절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8일 미국 재무부는 반기 환율 보고서를 통해 상반기에 이어 대한민국은 환율조작국 3가지 기준 중 대미 무역흑자(380억달러) 150억달러 이상에만 해당한다면서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됐다.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 기준에는 두 번 연속 해당하지 않았다.
경상수지가 최근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GDP 3% 미만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어 내년까지도 관찰대상국에서는 제외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미국 정부의 성향에 따라 기준이 바뀌거나 달러화 약세 흐름이 나타날 수도 있어 재편입 가능성도 열어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2년째 달러화 강세…외환당국은 달러 순매도 지속
환율 보고서는 무역촉진법에 따라 지속적이고 일방적인 개입을 환율 조작의 기준으로 삼는다. 12개월 사이 적어도 8개월 동안 반복적으로 외화의 순매수가 이뤄지고 이것이 GDP의 최소 2%에 해당하는 수준일 때이다.
우리나라는 그러나 작년 이후 줄곧 달러 순매수가 아닌 순매도 개입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달러화 순매도 규모는 약 460억달러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는 1~2분기 81억달러 순매도했다. 3분기에 달러-원 환율이 몇차례 연고점을 돌파한 것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도 순매도는 이어졌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개입은 달러 매수 방향이어야 문제시 삼을 수 있다. G7이나 G20 등에서 나온 약속을 보면 80년대부터 경쟁적 절하를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백석현 연구원은 "달러화가 약세일 때 미국은 다른 외환당국이 개입하는 것이 못마땅한 입장이다. 지금은 다른 국가들이 달러 강세를 막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보고서에 시장이 관심을 가질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일방적인 매도 개입만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환율보고서가 개인적으로는 의외였다. 우리나라가 보통 개입을 양방향으로 해야 하는 데 작년부터는 오를 때만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말 올해 초에는 환율이 하락할 때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다. 물론 외평기금 세수 확보를 염두에 뒀겠지만 그런 면에서 미국이 이를 용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경상수지 흑자 둔화 단기적으로 지속…관찰대상국 제외 유지
시장에서는 당분간 경상수지 흑자가 과거 수준만큼 회복되기 어려워 단기적으로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이 기준에 해당하지만 우리나라는 0.5%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무역수지는 개선되는 추세를 보인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것을 보면 경상수지는 9월까지 다섯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9월까지 누적 경상수지는 54억2천만달러(약 7조1천1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 적은 상태다.
5개월 연속 흑자는 14개월 만에 처음이다. 반도체 수출 회복과 전년 대비 유가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 연구위원은 "대중 무역수지 흑자는 줄어들고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늘고 있지만 0.5%에서 3%로 바로 회복되기는 어렵다"면서 "유가가 안정되고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야 하는데 내년 상반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드는 부분은 외환 건전성이나 환율의 안정성 측면에서는 부정적일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
문 연구원은 "수출이 다시 살아나고 있고 우리나라가 관찰 대상국에 다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러나 "수출이 올라오는 속도를 보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하반기나 이후에는 다시 관찰대상국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는 "미국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것은 미국의 대외 불균형 정도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경상수지가 늘어나고 그로 인해 순대외부채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 환율 직접 영향은 미미…대외 신인도 개선
우리나라가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빠지면서 대외 신인도가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시장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정 연구위원은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됐다는 말은 크게 보면 대외 신인도가 올랐다고 볼 수 있다.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외환시장 선진화 계획이 달러 순매수 기준과 관련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선진화는 환율이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매커니즘을 가져간다는 것이며 이 부분은 내년 환율 보고서가 나왔을 때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 연구원 역시 "시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장기적으로 과거 트럼프 대통령처럼 달러화 강세에 반대하고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등 미국의 정책 방향의 변화가 나올 수 있고, 환율 보고서가 무역 분쟁 등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 연구원은 "환율은 우리나라 수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가 환율을 그냥 내버려두기 어렵다. 내년도 하반기에는 불황형 흑자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정부가 수출을 위해 환율의 절하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어 미국에는 이것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할 명분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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