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KP 리뷰③] '블루부터 젠더까지' ESG 열풍…반환경 기업은 골머리
  • 일시 : 2023-12-14 09:20:03
  • [2023년 KP 리뷰③] '블루부터 젠더까지' ESG 열풍…반환경 기업은 골머리

    이색 채권 눈길, 거세진 친환경 요구…한전 등 석탄 기업은 역풍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 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이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ESG에 대해 보다 까다로운 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반환경 낙인이 찍힌 기업들을 외면하는 움직임도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한국물(Korean Paper) 발행사 역시 다양한 ESG 채권으로 글로벌 기관의 눈길을 끄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블루본드와 젠더본드, SME(중소기업) 소셜본드, 지속가능연계채권(Sustainability-Linked Bond, SLB) 등 이색 ESG 채권이 기관들은 사로잡았다.

    반면 석탄 익스포저 등으로 반환경 낙인이 찍힌 기업의 조달은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다. 발전자회사는 물론 모회사인 한국전력공사까지도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높아지는 ESG 눈높이, '최초' 수식어로 투심 겨냥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발행한 공모 한국물 약 61건 중 절반을 웃도는 31건이 ESG 채권 형태였던 것으로 추산된다. 발행 물량의 전부 혹은 일부 트랜치(tranche)를 ESG 채권으로 찍는 방식이었다.

    그동안 한국물 시장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ESG 채권이 쏟아지기도 했다.

    올해 첫 공모 한국물 발행 주자로 나섰던 한국수출입은행은 10년물을 블루본드로 찍었다. 한국물 최초의 블루본드로, 조달 자금이 해양 경제의 친환경 프로젝트 투자 등에 활용되는 형태다.

    뒤를 이어 SK하이닉스는 SLB와 그린본드를 택했다. 3년물은 일반 채권으로 발행하되 5년물과 10년물은 각각 SLB, 그린본드(green bond)로 찍었다.

    SLB는 발행사가 ESG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자율이 높아지는 구조다. 2019년 이탈리아 전력회사 에널(Enel)의 발행으로 글로벌 시장에 등장한 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국내 발행사가 SLB를 찍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성평등에 초점을 둔 젠더본드가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신한은행은 5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144A/RegS)를 소셜본드(social bond)의 일종인 젠더본드로 찍었다.

    ESG 채권이 자리를 잡으면서 발행사들은 그린본드와 소셜본드, 지속가능채권을 넘어 이색 채권으로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글로벌 기관들이 ESG 검증에 더욱 관심을 높이면서 사용처를 보다 구체화화는 형태로 신뢰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하나은행은 SME 소셜본드를 찍기도 했다. 지난 4월 발행한 6억유로 규모의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를 중소기업 역량 증진을 위한 소셜 커버드본드(SME empowerment social covered bond)라고 지칭하고 발행을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ESG 채권의 금리 메리트까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으나 사회적책임투자(SRI) 등 보다 폭넓은 투자자를 포섭할 수 있어 주문량이 증대되는 효과는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며 "글로벌 기관들이 점차 채권에 ESG 라벨링을 붙이는 걸 넘어 기업이 얼마나 친환경·친사회적인 행보를 보이는 등을 까다롭게 검증하면서 발행 후 사후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환경 기업은 흔들, 조달 어려움 가중

    석탄 등 친환경에 대비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은 나날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순히 ESG 기업에 대한 투자를 독려하는 걸 넘어, 반환경 기업 등에 대한 투자 배제에 나서는 기관들이 늘어나면서다.

    한국물 시장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는 곳은 한국전력공사와 산하 발전자회사다.

    발전자회사의 경우 석탄 화력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유럽계 하우스를 중심으로 속속 주관 업무를 맡지 못하는 곳이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HSBC가 한국중부발전의 달러채 발행 맨데이트를 받고도 고사해 조달라인 축소 기류가 가시화되기도 했다.

    ESG 열풍이 거세지면서 반환경 기업이 찍는 채권을 주관하는 것만으로도 비판받고 있다. 과거 한국석유공사의 글로벌본드(144A/RegS) 발행과 관련해 당시 주관사단이 국제 환경단체의 서한을 받는 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발전자회사는 해외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ESG 채권 등으로 투자자 잡기에 나서고 있다. 다만 올해 시장을 찾은 한국동서발전과 한국남부발전 등은 ESG 채권이 아닌, 일반 채권을 택했다.

    ESG 채권은 조달 자금을 친환경·사회적 활동과 관련된 자산과 매칭해야한다는 점에서 발행량을 무한히 늘릴 수 없다.

    석탄 화력 기업에 대한 제약은 점차 강화되고 있다. 발전자회사는 물론 모회사인 한국전력공사도 주관사단 선택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외화채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기 전 관련 업무를 맡을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작업까지도 시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ESG 열풍과 함께 달라진 분위기가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최근에도 글로벌IB 다수의 외면을 받았다. 2024년 달러채 발행을 위한 주관사단 선정 과정에서 ESG가 아닌 일반 채권 발행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한국전력공사 딜은 ESG 채권에만 참여할 수 있었던 하우스까지 업무를 맡을 수 없어진 것이다.

    한국석유공사도 녹록지 않은 분위기를 확인했다.

    과거 글로벌본드 발행을 앞두고 국제 환경단체의 비판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스위스프랑 채권 시장에서 저조한 수요를 확인해야 했다. 당시 반환경 리스크에 연말 투자 수요 위축까지 더해져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줄어든 1억스위스프랑만을 발행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발행사의 석탄화력발전 익스포저와 ESG 채권 여부 등에 따라 하우스별로 영업 제약 범위가 다르다"며 "현재 영업이 가능한 곳도 향후에는 제한될 수 있는 터라 석탄 화력과 관련된 기업들의 조달 라인은 이후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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