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 턴'에 당황하는 日 수출기업…"142엔에서도 달러 매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올해 33년 만에 최저치 부근으로 떨어졌던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한 달 만에 강세로 전환하자 일본 수출업체들은 가이던스 하향 조정 리스크에 처했다.
18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노무라의 고토 유지로 수석 외환 전략가는 "수출업체들은 그간 환 리스크를 헤지할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했으며 여유로워 보였다"며 "이제 (엔화 강세에) 수출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토 전략가는 이어 "수출업체들은 이전에는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0엔까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며 "이제 그들은 142∼145엔에도 달러를 팔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달러-엔 환율은 도요타, 히타치, 미쓰비시 중공업 등 일본 수출 기업들이 최근 실적 가이던스에서 제시한 환율 수준인 140엔대 초반까지도 내려서면서 한 달 전보다 10엔 이상 하락했다.
엔화 강세로 환율이 이 수준보다 더 낮아질 경우 기업들은 가이던스 하향 조정에 나설 수 있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인 지난 14일 140.955엔까지 떨어져 지난 7월 말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현재 141∼142엔대 부근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7∼9월 실적 발표 기간 동안 보였던 엔화 약세 흐름과는 딴판이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달 13일 151.94엔까지 오르면서 연고점을 경신한 바 있다. 지난 1990년 이후 33년 만에 최고 수준에 임박한 수준이다.
엔화 약세가 나타날 경우 엔화로 환산한 해외 매출의 가치가 높아져 일본 수출에는 호재로 본다.
갑작스러운 외환시장 분위기 변화는 지난 2년간 엇갈렸던 일본, 미국, 유럽의 중앙은행 정책금리가 마침내 가까워질 조짐을 보이면서다.
마켓 리스크 어드바이저리의 후카야 코지 연구원은 "일본은행(BOJ)의 통화 정책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다른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지 못했다"며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정책을 점차 정상화하고 BOJ가 가장 극단적인 완화 조치를 종료할 예정이기 때문에 엔화 약세 추세가 반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카야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CFTC)의 트레이더 약정 데이터에서 볼 수 있듯이 엔화에 대한 투기적 베팅 수준이 높아졌다"며 "이는 숏커버링으로 촉발된 급격한 엔화 랠리의 위험을 시사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2월 FOMC에서 40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통화 긴축을 끝내고 미국 국채 10년 만기 금리를 3.91%까지 낮추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어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두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했다.
반면 BOJ의 경우 내년 초완화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고 2007년 2월 이후 첫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BOJ가 내년 1월 22∼23일에 정책 전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경제학자 28명을 대상으로 한 닛케이 퀵(QUICK)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의 최대 92%가 2024년 말까지 정책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이들 중 6명은 2024년 1분기에 정책 전환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번 주 BOJ 회의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포워드 가이던스에 변화가 있는지 여부다.
현재 정책 성명서에는 "필요한 경우 추가 완화 조치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 완화를 암시하고 있다.
노무라의 고토 전략가는 "일부 투자자들이 1월에 있을 수 있는 정책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포워드 가이던스를 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문구에 변화가 없다면 실망감에 따른 엔화 매도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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