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효과 누리는 일본…고환율 도움 못 받는 한국
  • 일시 : 2024-02-15 13:19:37
  • 엔저 효과 누리는 일본…고환율 도움 못 받는 한국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지난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앞질렀다. 엔화가 사상 초유의 약세를 보인 것이 성장률 반등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15일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작년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였다. 우리나라의 1.4%보다 0.5%포인트 높은 것이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일본 경제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일본경제의 양호한 흐름에 대해 엔저 여건 등 경기·거시적 요인과 기업 체질 개선·인구 문제 해결 노력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엔저 요인만 보면 실제로 달러-엔 환율은 지난 2년 사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달러-엔 평균 환율은 2021년 109.75엔이었던 것에서 2022년과 2023년 각각 131.50엔, 140.49엔으로 큰 폭으로 올랐다.

    달러-엔 환율의 상승은 엔화 가치 절하를 의미한다.

    통화가치의 하락만 보면 우리나라의 상황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 2021년 1,143.95원이었던 평균 환율이 2022년에는 1,291.45원으로 150원이 뛰었고, 지난해에는 1,305.66원으로 상승했다.

    명목환율 기준 평균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한 것은 1998년 이후 25년 만의 일이다.

    일본의 성장률은 2022년 0.9%에서 지난해 1.9%로 올랐고,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2.6%에서 1.4%로 내렸다.

    일본이 엔저 효과를 누린 반면 우리나라는 성장률에 환율의 도움이 크지 않았던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환율의 절하 수준과 내수 경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원화가 전 세계적인 달러화 강세 흐름을 반영한 다소 자연스러운 약세를 보였던 반면, 엔화의 가치는 일본은행(BOJ)의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흐름에 맞춰 매우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됐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의 경우 엔저로 인해 해외 여행객이 늘어나는 등 내수에 도움을 줬지만 우리나라는 부동산 경기가 불황을 보이면서 내수가 부진한 상황이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일본은 엔저 자체를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인위적으로 약화시킨 부분이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실질실효환율로도 20~30% 저평가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내수가 상당히 좋았던 부분이 있다. 관광 등에서 엔저 효과가 작용했고, 일본의 주가가 오르면서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고 여기에도 엔저가 적절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성장을 가장 크게 드라이브한 것이 엔저가 맞다"면서 "엔저로 수출이 약간 개선되고 기업활동도 많이 좋아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리적으로도 주식시장도 활성화되면서 소비를 지지했다"고 덧붙였다.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BIS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원화는 지난해 90대 초중반을 기록했다. 엔화는 2022년만 해도 70대 초중반이었던 것에서 지난해에는 60대 후반으로 낮아졌다. 지난 2020년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낮을수록 통화가치가 낮다는 뜻이다.

    최근 엔-원 환율은 100엔당 880원대를 나타내고 있다. 과거 1000원을 넘었던 것을 고려하면 엔화가 약세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슈퍼 엔저'에도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환율이 수출을 급격하게 개선하기보다 오히려 내수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6월부터 무역수지 흑자가 이어져 오고 있어, 고환율이 일정 부분 수출 회복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우리나라는 부동산 경기와 반도체 업황이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수출이 과거에 비해 좋지 않았고, 중국발 여파가 일본에 비해 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도체 업황이 나빴던데다 부동산 경기 등이 환율과 상관없이 국내 성장률을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이종통화 대비 원화만 약세로 간 게 아니었기 때문에 큰 임팩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와 대비해 엔화는 역사적 약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또한 과거에 고환율 정책을 통해 우리나라가 경기를 끌어올린 적이 있지만 지금은 환율이 높아지면 물가에 미칠 충격이 커지기 때문에 고환율 정책을 쓰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은 제조업 국가다 보니 결국 통화가치라는 것은 제조업 국가 입장에서는 기업의 수출이나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통화가치가 약할수록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최근에 수출이 많이 올라오고 있지만 내수가 문제여서 부동산이 회복돼야 내수 경기가 살아난다"면서 일본의 여행객 수입 증가에 대해 "우리나라도 중국인들이 많이 왔을 때 내수가 좋아지는 영향을 미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 경기가 크게 반등했지만 하반기에는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여 기술적 침체에 진입했다.

    일본의 작년 4분기 GDP 성장률은 연율 환산기준 전기비 0.1% 감소했으며, 3분기에는 3.3% 줄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2개 분기 연달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등 모멘텀이 좋지 않다. 올해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1%대의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일본도 경기가 개선되려면 중국 경제가 반등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연합인포맥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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