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가속…중앙은행 고민 깊어져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양호한 미국 경기에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조기 금리인하 관측이 후퇴하면서 신흥국 통화가 두드러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통화가치 하락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를 주저하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16일 연합인포맥스 해외 주요국 외환 시세(6411)에 따르면 달러-밧(태국) 환율은 36밧을 넘어 작년 10월 이후 최고(밧 가치 기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링깃(말레이시아) 환율도 4.77링깃을 돌파해 작년 10월 말 이후 가장 높은(링깃 가치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달러-헤알(브라질) 환율도 올해 들어 오름세(헤알 가치 기준 내림세)를 기록했다.
JP모건이 산출하는 신흥국통화지수는 약 3개월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이달 발표된 미국 1월 신규 고용자 수와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모두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낸 영향이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의 3월 금리 인하 확률을 약 10%로 반영하고 있다. 1개월 전 80%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달러 강세가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에 아시아 신흥국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현재 아시아 신흥국은 중국 경제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다. 금리 인하로 경기를 떠받치고 싶어도 통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1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3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6%로 동결했다. 루피아 가치 하락을 우려해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나타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도 4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SMBC닛코증권은 "할 수만 있다면 금리 인하로 경기를 지지하고 싶지만 통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을 피하고 싶을 것"이라며 "아시아 각국의 갈등이 크다"고 지적했다.
물가 상승률 둔화로 실질금리는 오르고 있다. 10년물 국채 금리에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뺀 실질금리를 보면 인도네시아는 4%, 필리핀은 3%로 모두 미국을 웃돌았다.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없는 가운데, 고금리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태국 중앙은행은 이달 정책금리를 2.5%로 유지했다.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가 경기악화를 우려해 금리 인하를 요구했지만 중앙은행은 응하지 않았다.
니혼게이자이는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와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고금리 유지'라는 논쟁이 각국에서 뜨거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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