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 도약②] 수은 밀고 산은 끌고…국제 신용도 훈풍
'AA급 국책은행 지위' 기반 SSA 확장 시도…등급 상향 이어져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물 시장의 변화를 가장 앞단에서 체감하는 곳은 한국수출입은행·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다. 국가 신용등급과 동일한 AA급 우량 신용도를 보유한 데다 매년 막대한 물량을 공급하면서 한국물 위상을 최전선에서 확인하고 있다.
초우량 기관인 정부·국제기구·기관(Sovereigns·Supranationals & Agencies, 이하 SSA)으로 한국물 투자 기관을 넓힌 것도 국책은행이었다. AA급으로의 도약과 함께 SSA 등 우량 기관을 겨냥한 IR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한국물(Korean Paper) 유입을 이끌었다. 세계 각국을 돌며 10여년간 쌓아온 투자자 네트워크는 차츰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 이점을 보여온 점도 긍정적이다. 기업들의 신용등급 상향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발행 후 스프레드 축소가 지속되면서 기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사상 최대 조달부터 버추얼 IR까지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SA와 같은 초우량 기관을 한국물 시장으로 유입시킨 주역은 국책은행이었다. 국가 신용등급이 AA급으로 진입하면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10여년 전 KDB산업은행이 유럽 SSA 기관을 대상으로 첫 IR을 진행했던 배경이다.
초우량 투자자를 겨냥한 국책은행의 움직임은 계속됐다. 투자 성향이 보수적인 유럽에서도 차츰 일부 SSA 기관들이 한국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 외화채를 사들이면서 달라진 분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후 국책은행은 전략적으로 이들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22년 사상 최대 규모의 한국물 조달로 첫 점보 딜(jumbo deal)을 마쳤다. 단번에 30억달러어치 글로벌본드를 찍어 SSA 투자자를 잡은 것은 물론 초우량 발행사로의 도약에도 나선 것이다. 30억달러 발행은 수급 부담 등을 이유로 이전까진 대한민국 정부 이외엔 아무도 도전하지 못했던 영역이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도전이 가능했던 건 SSA 기관들의 든든한 신뢰 덕분이었다. SSA 투자자는 트레이딩(trading) 보다는 장기 보유를 위해 투자하기 때문에 오히려 트랜치(tranche)당 1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딜에 주로 참여한다는 데 주목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버추얼IR로 투자자 네트워크를 다지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세계 각국의 기관 투자자와 1 대 1로 IR을 진행하는 형태다. 온라인으로 공간상의 제약을 뛰어넘으면서 지난해에만 50회가량의 버추얼 IR을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투자 저변 확대를 위한 이들의 노력은 물리적인 거리도 뛰어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각국 중앙은행을 겨냥해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하는 등의 방식으로 투자자와의 접점을 넓히기도 했다.
이어 최근 KDB산업은행이 SSA 발행 스타일로 조달을 마치면서 새 시장 진입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대한민국이 이머징마켓으로 분류되는 한계 속에서도 선진국형 SSA 시장으로의 도약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셈이다.
◇은행, 기업 등 신용도 상향…해외 인지도 효과 톡톡
국내 발행사의 펀더멘탈이 강화되고 있는 점 역시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지난해 무디스가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의 신용등급을 'A1'에서 'Aa3'로 1 노치(notch) 높이면서 AA급 한국물 발행사가 확대되기도 했다. Sh수협은행의 'A2' 등급 또한 'A1'으로 상향 조정됐다.
A급에 안착하는 민간기업도 늘고 있다. 최근 무디스와 피치는 현대차·기아 신용등급을 각각 'A3', 'A-'로 조정했다. 이로써 현대차·기아는 물론 현대모비스와 현대캐피탈 또한 A급으로 진입했다.
과거 국내 민간기업은 대부분 BBB급에 머물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무디스 기준 A급 신용등급을 보유한 비금융 민간기업은 삼성전자(Aa3), 삼성SDS(A1), SK텔레콤(A3), KT(A3) 정도였다.
하지만 2021년 네이버(A3)가 첫 국제 신용등급 평가를 통해 A급에 안착한 데 이어 LG화학(A3), 현대차, 기아 등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면서 A급 민간기업이 늘고 있다.
해외 사업 확대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개선된 점도 투자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사업 확대 및 투자 등에 활발히 나서면서 글로벌 기관들의 친숙도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한국물 투자를 통한 성공 경험이 누적되고 있는 점 역시 호조를 뒷받침하고 있다. 발행시장에서 연이어 강세를 형성하면서 수익성 기대감이 확산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물은 중국물 감소 등으로 수요가 더 풍부해진 데다 발행 후 유통시장에서 잇따라 스프레드를 축소하면서 투자자들의 성과가 좋은 편"이라며 "수익률이 괜찮다 보니 이후 시장을 찾은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면서 연쇄적으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기업들의 신용등급 상향을 개별 이슈로 간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상만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신용등급 상향은 한국 기업 전반에 대한 추세적 현상이라기보단 그럴만한 요인이 있는 기업에만 이뤄지고 있다"이라며 "다만 미국 역시 크레디트 시장이 활황인 터라 국내 기업들의 해외 조달 여건은 한층 개선된 상태"라고 말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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