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 도약④] 시동 건 탈EM, 성장 과제는
  • 일시 : 2024-02-19 09:25:03
  • [한국물 도약④] 시동 건 탈EM, 성장 과제는

    산은 SSA 시장 안착 주시, 미국 IG 시장 주목키도

    금융당국 통제 기조, 시대착오적 행보 비판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대한민국은 자본시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역에서 선진국 지위를 인정받는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선진 경제국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는 선진국에 해당하는 최상위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에서만큼은 여전히 이머징마켓(EM)의 한계에 갇혀있다. AA급 국가 신용등급에 오른 지 10년이 넘었지만, A급으로 떨어진 일본보다 열위한 입지를 드러내고 있다.

    다만 SSA 발행시장 진입 등 차츰 탈EM 분위기가 움트고 있다. 이를 가속하기 위해서는 KDB산업은행의 SSA 시장 안착과 더불어 한국물 시장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윈도우' 등으로 발행 일정을 제한하는 금융당국의 통제적인 기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산은 후속 행보에 쏠리는 눈…새로운 도전 요구도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초로 SSA 발행시장에 진입한 KDB산업은행의 후속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SSA 스타일의 발행으로 시장 진입에 성공했지만 이후 꾸준한 조달 등을 통해 입지를 다져가야 하는 과제 또한 안게 됐기 때문이다.

    최초의 도전이었던 만큼 이번 행보가 가져올 파급력 등도 주시하고 있다. SSA 발행사로의 도약이 미국과 유럽 등 초우량 기관으로 저변을 넓히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동시에 기존 한국물(Korean Paper) 투자자인 아시아권은 다소 배제된다는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SSA 발행시장에서의 안착을 위해서는 이후에도 동일한 형태로 대규모 물량을 꾸준히 공급해야 한다. 이번 발행 이후 쌓아갈 KDB산업은행의 향후 조달 역시 중요해진 배경이다.

    A 업계 관계자는 "SSA 발행사로 시장에 진입하긴 했지만, 온전히 위상을 갖추기까진 시일이 꽤 걸린다"며 "ECB 레포 담보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한계점 등도 해결되지 않은 만큼 진정한 SSA 발행사로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KDB산업은행만의 시도만으로 탈EM을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KDB산업은행의 도전과 더불어 이외 발행사들도 좀 더 적극적인 변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미국 투자등급(IG) 채권 시장을 주목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단번에 수백억 달러의 발행이 가능할 정도로 유동성이 큰 시장이다. 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 또한 한국물 시장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다.

    B 업계 관계자는 "미국 IG 채권으로 인정받으면 해당 시장의 엄청난 유동성을 활용할 수 있지만 아시아에선 그럴 수 있는 발행사가 흔치 않다"며 "KDB산업은행에 이어 기업들도 미국 IG 채권 시장 공략 등과 같이 전향적인 행보를 보여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미국 IG 채권으로 자리를 잡은 한국물은 현대캐피탈아메리카 정도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의 경우 미국 법인인 데다 현지 스타일로 발행을 이어가면서 다른 한국물과는 차별화된 입지를 구축했다.



    ◇성장 가로막는 당국, 윈도우 한계 여전

    기획재정부로부터 북빌딩(수요예측) 날짜를 사전에 받아야 하는 '윈도우(window)' 제도는 한국물 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목받고 있다.

    윈도우는 외환위기 이후 외화 부채 관리의 필요성이 드러나면서 한국만의 독특한 관례로 자리 잡았다. 발행사는 외화 조달 전 기획재정부로부터 통상 이틀가량으로 부여되는 윈도우 일정을 받고 해당 날짜에 북빌딩을 진행해야 한다.

    문제는 한국의 대외 신인도 개선 등과 맞물려 윈도우가 오히려 기업들의 외화 조달을 가로막는 장벽이 됐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해외 투자 등이 활발해지면서 외화 자금 수요도 늘어났지만, 윈도우에 가로막혀 KP 발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발행 규모 또한 사전에 논의된다. 이에 북빌딩에서 넉넉한 수요를 확인했어도 증액 발행 등에는 제한이 생기는 실정이다. 시장 논리보다 당국의 관치가 더욱 힘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에 국가 신용등급이 AA급으로 발돋움한 만큼 금융당국 또한 그에 걸맞은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C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외화채 규제는 개발도상국 시절 보호무역주의적 성향에 멈춰진 행보"라며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조달 역량이 강화된 터라 자체적으로 발행 시기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당국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은 지난 듯하다"고 전했다.

    윈도우는 최근과 같이 시장 변동성이 커진 환경에 더욱 취약하다. 한국물 발행사들은 시장 분위기와 투자 심리보다는 지정된 윈도우 일정에 초점을 두고 북빌딩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D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호황을 보일 때는 이틀여씩 북빌딩 일자를 배정해도 수요 확보에 문제가 없지만 변동성이 커지면 상황이 달라진다"며 "발행사에 일정 수준의 조달 유연성을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제안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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