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선방에도 못 오르는 원화가치…신흥국 지수와도 엇박자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2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에서 6조원 넘는 순매수를 나타냈음에도 달러-원 환율이 좀처럼 내리지 못하고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달러-원 환율은 전장대비 0.20원 하락한 1,335.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위험선호 심리에 코스피가 오르면서 장 초반 환율은 1330.50원까지 내리기도 했으나 장 후반 결제수요와 달러 반등 속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오는 26일 정부가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주식의 가치를 제고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예고하면서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는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19일까지 거래소 기준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약 6조6천억원으로 최근 가장 큰 폭의 순매수를 기록한 지난해 1월의 6조3천억원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원화는 대표적인 위험 통화로 통상 주가가 오르면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코스피와 달러-원 환율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특히 MSCI 신흥국 지수와도 높은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지수가 오를 때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2월 들어서는 신흥국지수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에도 원화 가치는 동반 강세를 보이지 못했다. 지수와 달러-원이 오히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환율이 강한 하방 경직성을 나타내는 흐름이다.
최근 미국의 물가가 예상을 상회한 것으로 나오면서 역외 롱플레이가 지속됨에 따라 매수 우위의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시장 참가자들은 진단했다.
또한 수급상 표면적으로 외화 공급 우위의 장세로 평가되지만, 내국인의 해외 투자 수요 역시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보이고, 일부 환헤지 수요 등이 원화의 상대적 약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과 채권 매수 규모를 고려하면 국내 외환시장은 외화공급이 우위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외환시장 흐름을 보면 오히려 외화 수요가 더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상부문 이외의 해외투자 수요와 해외투자 손실 관련 수요를 언급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16일까지 개인은 해외주식 19억달러(약 2조5천억원), 해외채권은 15억6천만달러(약 2조1천억원) 순매수했고, 해외펀드는 1월에 3조3천억원 증가했다.
이 전문가는 "우리나라 해외투자의 가장 큰 손인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주식 투자를 집행했다면 내국인의 해외투자 수요 역시 만만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면서 "이보다 규모 면에서는 훨씬 적지만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에 따른 환헤지 언와인딩, 해외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환헤지 수요 등도 꾸준히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커스터디(수탁) 매도 물량 환율이 추가적인 상승을 막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최근 커스터디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환율의 상승세가 다소 진정되는 흐름이 나타나기도 했다. 다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것이나 미국의 물가 지표 등 대외적인 것을 봤을 때 외국인 순매수가 환율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의 한 딜러는 "주식에서 외국인 순매수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달러-원 시장에서는 매수가 아래쪽에 워낙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 역외 매수 물량이 우위를 보이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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