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딱지 장세' 달러-원…수급 대치 배경은
'칩스법' 'IRA'로 네고 우위 무색
국민연금, 수급 균형에 시장서 매수도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최근 달러-원 환율이 위아래 모두 꽉 막힌 박스권 장세를 반복하면서 수급 구도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반도체와 조선 등 역내 달러를 공급하는 수출 대기업의 업황 호조로 네고 물량 여건은 우호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공장 신설 등의 해외직접투자(FDI)를 집행하면서 이전보다 달러 매도 압력이 반감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민연금 등 대규모 달러 매수 주체도 자산 배분에 따른 신규 자금을 집행하면서 실수급에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파악된다.
◇ 수출 호조에도 팽팽한 양방향 수급…리쇼어링 부담
23일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달러-원 시장에서 수급은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연초 우리나라 수출이 호조를 보인 것에 비해 달러 매도 우위는 제한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월간 수출은 작년 10월부터 4개월째 증가했고, 무역흑자도 8개월 연속 진행 중이다.
달러를 매도하는 대형 주체로 꼽히는 이른바 '큰손' 반도체와 조선 등에서 업황 호조가 계속되는 점 역시 달러-원 하락 기대를 키운 부분이다.
하지만 달러-원은 양방향 수급에 박스권을 되풀이했다. 최근 한 달 동안 저점과 고점은 1,320원과 1,341원대로 변동 폭은 20원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기업에도 달러 수요가 생기면서 예전처럼 매도 규모가 강하게 나오지 못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국 우선주의나 리쇼어링 정책이 강화됐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을 확대하는 '칩스법'이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여파로 주요 기업들의 현지 설비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IRA는 북미에서 전기차 조립과 배터리 부품을 일정 부분 이상 생산하는 조건으로 보조금 형태의 세액공제를 준다.
이에 반도체와 전기차 등 국내 수출 대기업과 관계 기업들의 FDI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수지 금융계정 내 직접투자 자산은 작년 12월 44억2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11월 28억8천만 달러에 이어 2개월 연속 전년 대비 증가세다.
한 외환시장의 전문가는 "미국 보조금 이슈가 금방 끝나지 않을 것 같아 현지에 공장을 짓거나 장비를 납품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기업인데 하청업체와 FDI 투자를 위해 달러가 필요하다"며 "(이에) 네고 물량이 깎이게 되고 전부 시장에 매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국민연금도 존재감…외환스와프에도 시장서 조달
국민연금도 달러-원 매수세에 힘을 보태는 걸로 추정된다.
연금은 자산배분 계획에 따라 해외주식 위주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올해 말 해외주식 목표 비중은 33%로 전년 말 대비 2.7%P(포인트) 확대한다.
연금보험료 등 기금 조성도 자연적으로 늘어나 달러 수요는 계속될 수 있다.
작년 중 기금 조성액은 11월 말까지 74조8천140억 원 증가했다. 이 중에서 연금보험료는 53조2천82억 원이었다. 11월 한 달 동안 보험료는 약 5조 원 늘었고, 연금 급여 지급을 제외하면 3조 원 남짓이 순유입했다.
실제로 올해도 연금은 마(시장평균환율) 거래 등으로 달러를 조달한 걸로 전해졌다. 한국은행과 외환스와프를 체결했지만, 시장에서 조달도 나서는 모습이다.
은행의 한 딜러는 "외국인 주식 자금이 활발히 유입하는데도 시장에 달러 매수 수요가 많다"며 "이만한 물량을 받아낼 만한 기관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연금은 2028년까지 해외투자 비중을 맞추려면 달러를 계속 사야 한다"며 "아직 목표까지 시간이 남았어도 매달 자금이 들어와서 적어도 3조 원 이상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 등 해외주식 호조로 달러 수요는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작년 연금의 운용 수익률은 12% 안팎으로 알려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연금이 직접 투자한 미국 주식 평가액은 연간으로 약 41% 늘어났다. 재작년 말 기준 해외주식 자산 비중은 27.1%였다.
이를 고려하면 해외주식 비중은 작년 말 목표 수준(33%) 가까이 도달한 것으로 예상된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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