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의 투자] AI 시대 생산성과 볼테르
(서울=연합인포맥스)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시대다. 지난해 챗지피티(GPT)가 등장하면서 문서 요약, 자료 수집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더니 이제는 코딩에 이어 그래픽과 영상의 영역까지 놀랄만한 결과물을 내놓는 AI가 속속 등장한다. 기술의 진보가 인간 예측의 속도를 뛰어넘는다. 과거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금융시장과 산업의 핵심이 됐듯이 AI도 반짝 유행이 아니다.
미국 금융시장과 반도체산업은 이미 AI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 있다. 최근 AI 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엔비디아(NAS:NVDA)가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3위로 등극한 데 이어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 증시의 부활도 AI가 주도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 대형기술주 7종목인 '매그니피센트7(M7)'에 빗댄 '사무라이7(S7)'으로 도요타자동차, 미쓰비시, 스바루, 도쿄일렉트론, 디스코, 스크린홀딩스, 어드반테스트를 꼽았다. 앞에 세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네곳이 모두 반도체 관련 장비 업체다.
아직은 AI가 생산성 혁신에 기여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시기를 점점 미루게 하는 미국 경제의 골디락스 국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는지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막대한 쌍둥이 적자라는 구조적 문제점과 세계 최강 국력과는 어울리지 않은 미국의 정치 현실을 충분히 가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세계의 자본과 고급 두뇌가 여전히 뉴욕 금융시장과 실리콘밸리로 모여들면서 미국인의 구매력과 달러 가치를 계속 유지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융시장과 실리콘밸리는 사실 막강한 군사력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19년 중 미국과 유럽의 평균 성장률 차이가 연평균 0.9%P에 달했는데, 이는 생산성과 노동 투입에서 각각 0.5%P와 0.4%P의 구조적 우위를 미국이 보인 때문으로 분석됐다. 생산성은 기술혁신과 고숙련 인재 유치 덕분이다. 벤처캐피탈 등 신생기업을 위한 자본시장이 발달해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환경을 조성한 데다 고숙련 이민자들도 유입된 결과라는 진단이다.
우리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더 고도화해 미국같이 자본시장을 발전시키고,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생산성 향상의 도구로 AI를 더 활용해야 한다. 고물가가 굳어진 상황 속에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일할 사람 없는 미래를 대비해야 해서다. 인구가 적어도 우리 경제의 생산성이 향상된다면 높은 노동비용을 충당할 만큼 충분한 양의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AI를 활용하려면 먼저 사용자가 질문과 준비를 무척 잘해야 하는 게 전제조건이다. 이는 사람과 다른 인공지능을 대하는 요령도 필요하지만 결국 명령하는 인간이 얼마나 깊이 고민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성과 기술 진보를 바탕으로 전근대적인 유럽을 잠에서 깨웠던 계몽주의 작가 볼테르는 어떤 답변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질문을 하느냐로 사람을 판단하라고 했다. AI도 사람이 묻는 수준에 따라 답변이 달라진다. (취재보도본부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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