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역대급 '붙박이' 장세 3월 탈출 시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최근 달러-원 환율이 수급 균형으로 1,330원대에 갇힌 상태지만 3월에는 박스권을 탈피하는 흐름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경제지표 흐름이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등을 계기로 방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그러나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갈렸다. 1월 효과 등에 따른 미국의 경제 예외주의가 약화하면서 하락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란 의견과 미국의 상대적 성장 우위 지속에 따라 상방압력 우세 쪽으로 나뉘었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장중기준 달러-원 환율 고점은 1,340.40원, 저점은 1,320.70원으로 환율은 1,320~1,340원 범위에서 좁게 움직였다.
2월 중순 이후에는 변동성이 급격하게 약화하면서 하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1,330원 위쪽에서 종가를 형성했다.
◇ 미국 예외주의 지속 여부에 주목…3월 FOMC도 관건
달러화의 예상 밖 강세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고용지표로 인해 촉발된 만큼 시장의 관심은 미국 경제지표가 3월에도 지속적으로 강하게 나타날 수 있을지 여부에 쏠렸다.
달러화를 약화시킬 만한 재료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지표가 특별히 나빠지지 않는다면 달러-원은 오히려 상방압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은행 민경원 연구원은 "견고한 고용시장을 기반으로 한 소비지출 확대가 미국 경기선행지표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반면 유럽과 중국은 대외수요 부진이 성장 모멘텀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성장 격차로 주요국 통화정책은 유럽중앙은행(ECB), 잉글랜드은행(BOE),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순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며 해당 시나리오에서는 달러가 약해지긴 어려운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민 연구원은 3월 달러-원 전망치를 1,320~1,360원 범위로 제시했다. 중순까지 횡보 후 FOMC(미국시간으로 19~20일) 이후 상승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외환시장의 한 전문가는 그러나 유로존의 경기 회복과 중국 정부의 부양책 기대 속에 달러화의 비교우위가 약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문가는 "연초 미국 지표가 전반적으로 견조했으나 유로존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웃도는 비율이 늘고 있고,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미달러의 비교우위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오는 3월 11일 미국의 은행 유동성 지원프로그램인 BTFP(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이 종료될 예정인 점과 상업용 부동산 부실 관련 우려가 시장에 변동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물 대출우대금리(LPR) 금리를 25bp나 인하한 중국 당국의 행보에도 주목했다.
오는 4~5일 개막하는 양회에서 정부 지출 확대와 부동산 관련 전향적인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했던 것은 '1월 효과'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신한은행 백석현 연구원은 "35만명이라는 1월의 신규 고용 증가는 지속 불가능하며 높았던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도 미국 곳곳에서 가혹했던 날씨 탓에 근무 시간이 감소한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해처럼 1월 신규 고용 수치가 향후 하향 조정될 여지가 많고 2월 수치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도 1월 효과가 작용해 서비스 부문에서 연초에 가격이 인상되는 경향을 반영해 수치가 과장됐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백 연구원은 "2월 수치가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은 안도할 것일고 이는 달러화 하락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환율이 3월에 박스권을 이탈한다면 위보다는 아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3월 달러-원 전망치를 1,310~1,350원 범위로 제시했다.
◇ 서학개미 해외투자 변수로 떠올라…과거만 못한 수출
최근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른 외환시장 수급 변수 가운데 하나는 바로 외국인의 증시 순매수 현상이다.
그러나 외국인의 순매수에도 환율이 잘 빠지지 않으면서 개인들의 해외 투자 확대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3일까지 올해 외국인은 국내주식 10조원, 국내 채권 5조2천억원어치 각각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의 해외 투식 투자는 2조9천억원, 해외 채권은 3조3천억원 순매수를 나타냈고, 해외투자펀드는 설정잔액이 6조5천억원 늘어났다.
모두 13조원 규모로 외국인의 순투자를 상쇄하는 규모다. 여기에 순자산 1천조원을 돌파한 해외투자 큰 손인 국민연금의 연초 자급집행까지 고려하면 연초의 외환수급이 '균형' 수준을 이뤘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민 연구원은 "국내 금융시장 달러수지는 1월 대규모 순유입(+63억달러)에서 2월 소폭 순유출(-13억달러)로 전환해 최근 달러-원 최근 달러-원 하방 경직성 강화의 원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관 뿐만 아니라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해외주식 투자가 급증하면서 유가증권시장 외국인 자금 유입만으로 환율을 분석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업 들이 수출 대금을 바로 환전하기 않고 외화예금으로 예치하면서 수급이 한 쪽으로 쏠리지 않는 점과 연말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입 감소가 반등하면서 무역 흑자 규모가 급감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대비 4.8% 증가했고, 수입은 13.1%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42억9천만달러 흑자로 9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반도체 수출이 66.7% 늘어나며 무역수지 흑자를 이끌었다.
국내 반도체 경기는 작년 4분기 이후 개선세를 보이고 있으며, 작년 4분기부터 가격이 반등하면서 업황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는 "반도체 가격 상승과 모바일, PC 등 전방산업의 완만한 개선,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이 올해 반도체 산업을 지지할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긍정적 업황 전망에도 우리나라 반도체를 둘러싼 위기의식이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 "주요국의 전략산업으로서 반도체 육성과 경쟁 심화 가능성, 중국의 물량 공세, 우리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을 지적했다.
민 연구원은 "한국 수출 회복이 과거처럼 원화 강세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진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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