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극의 파인앤썰] 서학개미의 빛과 그림자
  • 일시 : 2024-04-04 10:38:34
  • [황병극의 파인앤썰] 서학개미의 빛과 그림자



    (서울=연합인포맥스) 민간부문의 해외투자 활성화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금융당국 차원에서 꾸준하게 추진됐던 중장기 과제이다. 지난 2005년 당국은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을 주요한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당시에는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에 자본수지도 흑자를 기록했던 시기다. 수출 경쟁력을 위해 외환 초과공급에 따른 달러-원 환율의 과도한 하락을 막겠다는 숨은 의도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국제수지 구조를 선진국형으로 바꾸겠다는 취지가 더 컸다. 안정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품수지뿐 아니라 해외투자 활성화를 통해 배당·이자소득 등 소득수지 흑자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당국의 포부가 작용했다.

    해외투자 활성화는 우리나라의 대외순자산을 늘리고 투자소득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외건전성을 개선할 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시 국내로 투자자금 환류를 통해 국내 외환시장이나 금융시장 안정화에도 역할을 한다. 실제로 해외투자 활성화는 투자과실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에 좌우되는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기능도 한다. 일본에서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뜻하는 '와타나베부인'이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해외자금을 회수해 엔화 가치를 안정시키는 것처럼, 민간의 해외증권투자는 환율 변동에 대응해 외환의 수급 안정에도 일조한다.

    문제는 빛이 강해질수록 그림자가 짙어지듯, 아무리 좋은 정책도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부작용이라는 양면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난 2000년대 초중반 단기간 급증했던 해외투자도 환위험 헤지 과정에서 불필요한 단기외채를 촉발해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자극한 바 있다.

    최근 해외주식 개인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해외증권투자도 비슷한 양상이다.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서학개미들의 미국 채권·주식 매수자금이 글로벌 외환시장의 엔화 및 위안화 약세와 맞물려 달러-원 환율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어서다.



    undefined


    특정한 상품에 대한 판매 쏠림이나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 쏠림은 금융당국이나 투자자 모두가 경계해야 하는 대상이다. 이런 쏠림에 가속도가 붙으면 잘못된 기대심리를 자극해 가격을 왜곡시키고 시장에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커질 수 있다. 올해 들어 수출이 증가하면서 경상수지가 개선되고 외국인의 증권자금 유입도 꾸준하다. 그러나 서학개미들의 특정자산에 대한 쏠림과 이에 따른 달러 수요는 펀더멘털과 달리 달러-원 환율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 더욱이 국내에서 달러-원 환율 상승은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전이되기도 한다.

    그만큼 해외투자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유의할 시기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급선무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고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선 투자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고 비대칭성을 줄이는 조치도 병행돼야 한다. 현재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서학개미들의 투자정보 등 각종 증권정보를 모든 투자자가 두루 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정보업체 등에 공개해야 한다. 물론 단기적인 해외투자 확대로 생기는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펀더멘털과 다른 기대심리가 다른 불안으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취재보도본부장)

    eco@yna.co.kr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