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美대선과 인하 타이밍' 파월 의장의 또 다른 카드
(뉴욕=연합인포맥스) =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경제전망에 대한 연설은 올해 금리인하 기대가 약해지는 시점에 금융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와 함께 눈길을 끈 대목은 파월 의장의 두 번째 토픽이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연준 정책 당국자들은 선거 주기와 일치하지 않는 장기 임기를 수행합니다. 연준의 결정은 입법을 통하지 않으면 정부의 다른 부처에 의해 번복될 수 없습니다. 이런 독립성은 연준이 단기적인 정치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통화정책 결정을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요구합니다."
파월 의장은 독립성이 있는 중앙은행이 더 나은 경제적 결과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연준 당국자들의 임기는 얼마나 긴 걸까.
연준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연준 이사들의 임기는 최장 14년이다. 미국 대통령 임기가 4년인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길다.
7인의 이사들 중에서 의장과 부의장의 임기는 4년이며, 연임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2018년 2월부터 의장직을 맡았고, 1회 연임하면서 6년째 재임 중이다. 남은 임기는 약 2년 정도다.
하지만 임기가 남아 있음에도 파월 의장은 정치적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연준의 금리인하 타이밍은 이미 선거판에서 도마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후보는 최근 파월 의장을 정치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그를 재임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 2월 인터뷰에서 "그는 사람들을 당선시키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마도 민주당을 도와주기 위해 뭔가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가 금리를 낮춘다면"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는 연준의 금리인하가 어떤 식으로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을 줄 것임을 시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월초 필라델피아 연설에서 연준을 "금리를 정하는 그 작은 집단"이라고 지칭하며 "나는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금리인하를 언급한 것은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내려갈 것임을 유권자들에 어필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처럼 선거판의 소용돌이 속에서 금리인하 카드가 거론되는 가운데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당초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은 올해 3회 정도로 예상됐으나 이는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올해 4분기에 1회 정도를,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횡보하면 올해 금리인하가 필요 없을 수 있다고 말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제 금융시장은 올해 금리인하가 없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오는 6월 연준 경제전망 요약(SEP)에서 금리인하 횟수가 1회나 2회로 줄어들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금리인하 여부가 정치권에서 민감한 경제 카드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은 그만큼 연준의 독립성이 외부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음을 시사한다.
연준이 선거 전에 금리인하를 할 경우 이는 바이든 행정부를 지지하거나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트럼프 진영에서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연준의 금리인하 타이밍을 둘러싼 갈등이 무색할 정도로 연준은 절묘하게 날짜를 정했다.
정치권으로부터 연준의 독립성을 아슬아슬하게 지켜줄 만큼 명분이 되는 시점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11월 5일이다.
그리고 연준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는 11월 6~7일에 열린다.
선거 바로 직후인 FOMC 날짜는 바이든 행정부나 트럼프 진영으로부터 연준의 독립성을 지켜줄, 그나마 중립적인 타이밍이라 할 수 있다.
물론 11월 FOMC 회의 전까지 4월, 5월, 6월, 7월, 9월에 5회의 FOMC 회의가 있다.
미국 대선이 열리기 전에 금리인하를 해야 할 불가피한 상황이 생기거나,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하락한다면 연준이 움직일 명분은 충분하다.
중앙은행의 '데이터 의존적'이라는 설명은 언제든 통화정책 결정을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으로 유가가 상승하고 있는 점은 인플레이션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로 급격히 둔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둔화를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인하 시점의 불확실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연준의 독립성을 내세운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금리인하까지의 결정 기간을 여유 있게 두면서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시간도 벌어둔 셈이다.
회의 날짜뿐만 아니라 블랙아웃 기간도 연준에 유리하게 잡혀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일은 이미 연준의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가 있다.
블랙아웃 기간은 통화정책 결정을 2주 정도 앞둔 시점에 당국자들이 발언을 삼가는 시기로, 이 시기에는 연준 당국자들이 공식 석상에 나서지 않는다.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에, 또는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에 굳이 연준 당국자들이 금리와 관련한 의견을 내지 않아도 된다.
선거일을 포함한 시점의 블랙아웃 기간을 살펴보면 10월 26일부터 11월 8일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 직전부터 선거 결과가 나온 후에도 독립적인 연준은 침묵할 명분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정선영 뉴욕 특파원)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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