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환율 지켜보겠다"는 묻히고 '비둘기'만 부각된 이유는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절하되는 면이 있지 않나 유심히 보고 있다.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게 되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해 안정시킬 여력도 있고 방법도 있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
이는 12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창용 총재가 달러-원 환율이 1,360원을 넘어가는 상황임에도 과거만큼 우려가 크지 않은 이유를 묻는 말에 대한 답변의 일부다.
이같은 총재의 발언은 그동안 금통위에서는 환율과 관련해 나오지 않았던 발언이다. 원론적인 입장이기는 하지만 환율이 펀더멘털과 괴리됐을 때 개입할 의지나 여력에 대해서도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이 총재 발언의 다른 부분에 주목했다. 원화만 유독 약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총재의 평가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피벗의 기대가 뒤로 밀리면서 나타난 달러화 강세에다 엔화와 위안화 등 주변국 통화에 대해 프록시되는 현상이 원화 약세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나 개인 투자자인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 증가 부분도 언급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증시 순매수와 수출 및 중공업 수주의 대폭 회복에도 환율이 내려가지 못하는 이유로 국민연금과 서학개미, 기업들의 해외투자 확대가 꼽힌다.
금통위 기자회견이 끝난 후 1,360원 후반대에 머물던 환율은 1,370원을 돌파해 1,375원까지 올랐다.
물가의 둔화 경로를 둘러싸고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한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다소 후퇴한 시점에 총재의 환율 관련 발언까지 나오면서 환율은 10원 넘게 급등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1.30원 오른 1,375.40원에 장을 마감했다.
금통위를 앞두고 환율 급등을 둘러싼 시선이 어느 때보다 불안한 때에 나온 총재의 발언은 시장에 안도감을 주지 못했다.
전날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1,370원을 넘어서면서 2022년 말 수준을 나타냈었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1,400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은 더 느려졌는데 우리나라는 높아진 환율 때문에라도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이런 때에 한은 총재가 현재 환율에 대해 '불편하다'는 인식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에 시장은 주목했다.
그동안 환율의 상단을 막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당국의 개입 경계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개입 여지가 크지 않다'는 발언으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달러-원 상승과 함께 이날 달러 인덱스도 올랐다. 그러나 달러-엔 환율은 대체로 하락장에서 머물렀고,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은 소폭 오르며 강보합권을 나타냈다.
원화만 유독 올랐던 장세였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한은 총재는 외환시장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반응이고 원화에 특별히 문제 있는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것도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레이더들이 그것을 개입 여지가 없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 움직임이 커질 때 달러-원이 과도하게 반응할 때가 있어 그런 움직임이 나타났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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