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중동에서 美연준이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 일시 : 2024-04-15 08:43:12
  • [뉴욕은 지금] 중동에서 美연준이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뉴욕=연합인포맥스)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장 우려하던 일이 중동에서 일어났다.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 수치가 반등해도 연준은 담담했다. 인플레이션이 올해 올랐다 내렸다 하면서 목표치인 2%를 향해 갈 것이라는 말로 수습을 해왔다. 물가가 크게 폭등하지만 않으면, 인플레이션 완화로 가는 큰 방향을 고수하기만 해도 어느 정도 경기 침체 없이 경제 연착륙을 할 수 있다는 기대였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복잡해졌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시리아 주재 영사관을 공격한 후 이란이 강도 높은 보복에 나섰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란이 13일(현지시간)부터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무인기)을 200발 넘게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군사 공격을 퍼부은 것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처음으로 알려졌다.

    미국 백악관은 미국이 이란과 이스라엘의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이에 이스라엘은 보복 공격을 철회했다.

    그러나 당장 전쟁이 확대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향후 중동 지역의 갈등이 지속될 경우 지정학적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게 된다.

    문제는 유가다. 이란은 주요 석유 수출국이다. 이란산 원유는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의 공급 감소를 채워주는 역할을 해왔다. 게다가 이란은 지금 국제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전은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대는 물론 더 큰 세자릿수로 치솟게 만들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미 5월물 서부텍사스산(WTI) 원유 가격은 80달러대 중반을 넘었고,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0달러대를 넘었다.

    또 다른 문제는 유가의 불똥이 미 연준에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동 관련 지정학적 위험에 대해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에 와일드카드"라며 "상품 가격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가지를 말했다. 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생활비와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과 더불어 유가 상승에 따른 부정적인 공급 충격이 경제에 타격을 줄 경우다.

    물론 미국은 국제유가가 폭등할 때 고스란히 충격을 받는 나라는 아니다.

    미국은 유가를 완화할 '전략적 비축유(Strategic Petroleum Reserve)'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월에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크리스토퍼 닐리 이코노미스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걸프 연안 근처에 약 7억1천400만배럴의 석유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으로 공식 보유하고 있다.

    출처: 세인트루이스 연은 보고서


    SPR은 지난 1973년 휘발유 가격 폭등을 유발한 아랍 석유 금수 조치 후 미국에서 1975년에 에너지 정책 및 보존법이 통과되면서 만들어졌다.

    보고서는 지금까지 가장 많은 SPR이 사용된 경우는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 상승 대응을 위한 조치였다고 집계했다.

    2022년 3월에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조정하면서 미국이 3천만 배럴을 방출한 후 8개월 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3억4천만배럴의 추가 SPR 방출을 결정했다.

    총 3억7천만 배럴의 규모는 지난 2024년 2월 25일 재고의 64%에 달했다.

    이는 심지어 1985년 이후 모든 방출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그는 집계했다.

    미국의 경우 유가가 생활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동차를 이용해 이동하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 미국 정부의 SPR 방출 이후 미국내 휘발유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당시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를 돌파하면서 미국 내에서 고유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으나 이내 4달러대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이를 두고 SPR의 방출이 미국 경제 전체에 얼마나 좋은지를 계산하기는 어렵다고 닐리 이코노미스트는 언급했다.

    그는 "유가 하락으로 미국인들이 운전하는데 약간 도움이 되지만 석유 산업에 종사하거나 투자하는 미국인들은 피해를 입었다"며 "유가 하락이 일부 재분배 효과를 가져왔지만 미국 전체에 특별히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여기서 미국 연준은 유가 상승보다 하락에 우호적이었을 공산이 크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더 오랫동안, 높게 유지하는 고착화 국면으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인플레이션 그래프는 하락하면서 불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Bumps) 수준이 아니라 아예 상향 곡선이 될 우려도 있다.

    4월부터 오른 유가는 아직 1~3월 지지력을 보였던 인플레이션 지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4월 인플레이션이 상승폭을 키우면 미국 경제 연착륙과 연준의 금리인하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미 연준은 금리를 몇 번 인하할지를 따질 여유가 없어질 수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고려할 때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 얼마나 오를지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분쟁에 이란이 트리거가 되면 유가가 120~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BofA는 이란과 이스라엘이 대립하고, 글로벌 원유 이동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유가가 배럴당 250달러대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이 전망은 지난해 10월 전망인 만큼 달라질 수도 있다.

    이처럼 지정학적 위험과 국제 유가는 미 연준에 와일드카드로 등장했다.

    유가가 폭등하면 연준은 올해 금리인하가 가능할지 기로에 서는 것은 물론 공들인 연착륙의 기반이 균열을 보일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연준은 향후 통화정책 결정에서도 유가라는 변수를 고려할 공산이 크다.

    중동에서 이란이 쏜 미사일이 미 연준에 '불확실성'이라는 불똥을 던졌다. (정선영 뉴욕특파원)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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