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소비요정' 미국인들, 중고거래 나서는 이유
(뉴욕=연합인포맥스) "사만다(가명)씨?"
'미국 중고마켓'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서 솜사탕 기계를 거래하기로 했다.
약속 장소에 나가니 마침 검은색 차 안에 한 중년여성이 앉아있어서 문밖에서 혹시나 싶어 확인을 했다. 그러자 그녀는 놀라서 창문을 내린 후 "혹시 여기 주차하면 안되나요?"라고 물었다. 아니구나. 잠시 오해가 있었다.
사만다씨는 30분이나 늦게 나타났다. 메신저로 어디냐고 물으니 오는 중이라고 했다. 도착한 그녀는 자신은 보험 컨설턴트로 매우 바빴으며, 혹시 위험할 수도 있어 거래를 망설였다고 한다. 그녀는 프로필 사진에 얼굴이 없는 내가 남자인 줄 알았다고 했고, 나는 그녀가 스캠이었거나 약속을 어긴 줄 알았다. 온라인상에서 낯선 외국 사람과 중고 거래를 하려니 더 신중해졌다.
거래 현장은 한국과 비슷하다. 중고거래 사이트인 '당근마켓'에서 거래를 하면 공공장소에서 딱히 목적없이 서있는 사람을 보고 "혹시 당근이세요?" 묻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다.
차이가 있다면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의 경우 가급적 개인정보를 주지 않아야 한다.
거래에 관심을 보이는 척하고는 휴대폰 번호나 주소, 이메일 등을 노리는 스캠 메시지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중고물품 거래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증가했다.
페이스북이 지난 3월 15일 발표한 마켓플레이스 통계에 따르면 한 달 평균 최대 12억2천800만명이 이 사이트에서 물건을 샀다.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는 미국 소셜미디어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쇼핑몰이자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이다.
전체 페이스북 쇼핑객 중 77.7%가 마켓플레이스에서 쇼핑을 했다, 이들 중 12.2%는 숍에서, 8.15%는 메신저를 통해 구매했다.
페이스북은 미국 성인 5천200만명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로그인을 하며, 특히 미국 여성의 76%가 페이스북을 사용한다고 집계했다.
페이스북의 인기도는 이베이보다 낮지만 중고물품 거래에서 입소문은 만만치 않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젊은 층인 'GenZ' 세대들이 페이스북 계정을 갖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아끼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다.
가처분 소득이 많지 않은 20대들이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중고 물품 거래에 나선다고 NYT는 설명했다.
페이스북이 소셜미디어로는 지난 10년 동안 인기가 감소했지만 '인터넷 차고 세일' 플랫폼으로서, 이베이(eBay)와 미국의 생활정보 사이트인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에 견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
특히 페이스북의 경우 메시지를 주고 받는 기능이 잘 돼 있고, 물품 배송이나 픽업 관련 선택도 편리하게 할 수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되면서 중고 물품 시장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심지어 중고 의류 시장도 급격하게 성장했다.
중고 의류 판매회사인 '스레드업(Thred up)'은 지난 3일 자료에서 2028년까지 미국 중고 시장은 730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2년에 예상한 '2026년까지 820억달러'라는 전망치보다는 약간 줄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예산이 부족해지면서 미국 중고의류 시장은 2023년에 전년대비 11% 급증했다고 봤다.
이는 전체 미국 의류 시장의 성장세보다 7배나 빠른 속도라고 봤다.
스레드업의 설문조사에서 이처럼 중고 물품을 더 많이 구매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 때문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좀 더 괜찮은 가격에 옷을 사기 위해 이 회사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소비자들의 55%는 2024년에도 경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중고 의류에 더 많은 예산을 지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레드업은 "이번 조사 결과는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중고 의류를 찾는다는 것"이라며 "2022년 설문조사에서 쇼핑객의 44%가 가격 상승으로 의류 지출을 줄이고, 58%는 인플레이션 속에서 중고품 구입이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는 소비가 전체의 3분의 2을 차지할 정도로 소비력이 막강하다. 연말 연초 세일을 시작으로 부활절, 메모리얼 데이, 인디펜던스 데이, 핼러윈,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까지 공휴일마다 세일이 이어진다.
하지만 장기간의 높은 인플레이션에 맞설 수 있는 가계는 많지 않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미국 가계는 조금씩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대비 0.4% 상승하고, 전년동월대비로 3.5% 오르면서 직전월과 같거나 더 높아졌다. 근원 CPI 상승폭도 전월비 0.4%, 전년대비 3.8%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이 고점 대비로는 크게 완화됐지만 추가로 내리는 속도가 시원찮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
주택시장의 모기지 금리도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프레디맥 기준 지난 2일 30년 만기 미국 고정 모기지 금리는 평균 7.22%에 달했다.
샘 카터 프레디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봄철 주택 구입 시즌이 시작되면서 30년 고정 모기지금리는 5주 연속 상승했다"며 "펜딩 주택들은 판매가 늘어 사람들이 높은 금리에 일부 적응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가계부채는 역대급으로 높아졌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미국 가계부채는 17조5천억달러에 달했다.
특히 분기 동안 신용카드 사용 잔액은 500억달러 증가한 1조1천300억달러를 기록했고, 모기지 잔액은 1천120억달러 증가한 12조2천500억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 대출 잔액은 120억달러 증가한 1조6천100억달러를 기록했다.
뉴욕연은은 젊은 대출자들 사이에서 신용카드와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동안 빚은 눈덩이처럼 늘어났고, 빚에 뒤따르는 이자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은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구매력을 약화시키고, 특히 식품, 주택, 교통과 같은 높은 필수품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에 상당한 어려움을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 지향적인 미국인들도 점차 높은 인플레이션과 높은 금리 앞에서 좀처럼 경계심을 내려놓기 어려워졌다. (정선영 뉴욕 특파원)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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