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용의 글로브] 각자도생하는 중앙은행
  • 일시 : 2024-05-10 10:38:32
  • [이한용의 글로브] 각자도생하는 중앙은행



    (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 사이클에서 선두 주자를 자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이 목표치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쉽게 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국가들이 먼저 완화 결정을 내렸고, 메이저 중앙은행들도 잇따라 운신의 폭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는 이달 8일 기준금리를 4.0%에서 3.75%로 낮추고, 현재의 물가 전망이 유지된다면 정책금리가 하반기에 두 차례 더 인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로금리를 유지하던 릭스방크는 2022년 5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작년 9월까지 총 400bp를 인상했다. 릭스방크의 금리 인하는 2016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연합인포맥스


    이에 앞서 지난 3월 21일에는 스위스중앙은행(SNB)이 동결 관측이 우세한 상황에서 정책금리를 1.5%로 25bp '깜짝' 인하하며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SNB는 "인플레이션이 2% 이하로 돌아왔고, 앞으로 몇 년간 이 범위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스위스프랑의 상승도 고려했다"고 정책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앤드루 커닝햄 이코노미스트는 스위스와 스웨덴의 금리 인하와 관련해 "유럽의 중앙은행들이 연준보다 먼저 정책을 완화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음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관심은 이제 금리 인하의 속도로 쏠릴 것"이라면서 릭스방크가 6월에는 금리를 동결한 뒤 연말까지 세 차례 더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통화 완화 사이클의 서막이 올라갔다는 점은 이제 메이저 중앙은행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위원인 피에르 분쉬는 지난 8일 한 강연에서 "올해 금리 인하를 개시하기 위한 경로를 보고 있다. 50bp의 인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등이 수차례에 걸쳐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후에 나온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도 이르면 다음 달에 금리 인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9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정책금리를 5.25%로 동결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6월 금리 인하에 대해 "기정사실은 아니지만 배제하지도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연준의 경우 금리 인하 시기를 둘러싼 당국과 시장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7일 밀컨 컨퍼런스에서 올해 금리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하면서 금리 인하 경로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그런데도 시장의 올해 금리 인하 기대는 여전하다. CME그룹의 페드워치툴에서 연준의 25bp 금리 인하 확률은 7월 32.5%, 9월 49.1%, 11월 42.5%, 12월 30.1%로 각각 반영됐다.



    연합뉴스


    일본은 아예 글로벌 완화 흐름을 벗어나 '나 홀로 인상'의 길을 걷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올해 3월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데 이어 조만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전망이다. 당초 7월 인상론이 더 우세했지만, 디플레이션 종식 선언이 보류되면서 최근 도쿄 채권·스와프 시장에선 10월 인상론이 힘을 받고 있다. 다만 금리 인상이 매우 점진적일 것으로 보여 당분간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여전할 전망이다.

    미국과 주요국 간 금리 격차를 감안할 때 달러화의 주요 통화 대비 강세 기조는 올해에도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100bp가량 벌어진 미국과 유로존의 기준금리 격차는 연말에 150bp로 확대될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엔화는 당국의 개입에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BOJ 통화정책 조정 속도와 폭은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공산이 크다. 변곡점에 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각자도생하면서 금융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이목을 집중해야 할 때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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