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금리인하 카드와 소리없는 新환율전쟁
  • 일시 : 2024-05-13 08:25:40
  • [뉴욕은 지금] 금리인하 카드와 소리없는 新환율전쟁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뉴욕=연합인포맥스) 지난 금요일, 미국 CNBC에 흥미로운 인터뷰가 나왔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연은 총재가 동시에 출연해서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내용이었다.

    이번 인터뷰의 골자는 두 사람 모두 금리인하에 대해 '기다리면서 지켜볼 것(Wait and see)'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당국자들은 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과 제약적 통화정책의 유지 필요성을 내세웠다.

    미 연준이 금리인하 시점을 늦추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너무 일찍 금리를 내려도 문제, 너무 늦게 내려도 문제인 상황이 생겨나고 있다.

    미국이 고금리를 유지하는 동안 일본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들은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미국보다 금리를 먼저 인하하면 통화가치는 어떻게 될까. 왜 각국은 금리인하 시점을 두고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을까.

    그동안의 환율 전쟁은 무역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자국 통화 약세를 유발하려고 애써왔다.

    이유는 환율 덕을 보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달러 대비 원화가 약세면 우리나라에서 미국에 수출하는 물건의 가격이 저렴하게 여겨진다. 여러 나라가 미국에 고품질의 물건을 동시에 수출했을 때 한국 통화가치가 약세를 보이면 미국 소비자들은 가격이 더 합리적인 한국 물건을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 수출 가격 경쟁력이 좋아지는 것이다.

    최근 엔화 약세가 두드러진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일본 정부가 마냥 고심만 하고 있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겉으로는 울상이지만 속으로는 웃고 있는 부분도 있는 셈이다.

    일본은 역대급 엔저로 수출에 매우 유리해졌다. 2023 회계연도 일본 경상수지 흑자는 25조엔3천390억엔으로 1985년 이후 최대의 흑자 규모를 기록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완화된 점과 엔화 약세가 흑자 요인으로 언급됐다.

    심지어 2023년도 수출은 역대 최초로 100조엔을 넘었다. 특히 북미 시장에 자동차를 비롯한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일본은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때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가져갔다. 여기서 다른 나라들과 달리 일본이 금리인상으로 전환했다고 해도 제로(0)에 가까운 일본 금리가 급등하거나, 선진국들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한 금리 격차는 크게 좁히기 어렵다.

    따라서 고금리인 달러 대비 저금리인 엔화가 무역에서는 상대적으로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국 통화 약세를 위해 다른 나라들도 빨리 금리를 인하해버리면 되지 않을까.

    문제는 일본과 달리 다른 나라들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점이다.

    자국 통화 약세는 수출에서는 가격경쟁력을 높이지만 수입 물가를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인플레이션을 낮추는데 방점을 찍으면 자국 통화 약세는 그리 반갑지 않은 변수다.

    그렇기에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끝내고 금리를 인하하려는 중앙은행들은 모두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꺼리게 된다.

    일본 역시 수입물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지만 한창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벌여온 다른 선진국보다 강도는 약했다.

    선진국 중 가장 먼저 금리를 인하한 스위스중앙은행(SNB)을 보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자국 통화 약세 방어에 집중한 대목을 엿볼 수 있다.

    마틴 슐레겔 스위스중앙은행(SNB) 부총재는 최근 강연에서 지난해에 환시개입을 하지 않았으면 정책금리를 더 높게 올려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3년 외화매도는 약 1천330억 스위스프랑(GDP의 17%) 규모였다"고 밝혔다. 금리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는 과정에서 스위스프랑이 약세를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슐레겔 부총재는 스위스의 환율과 인플레이션이 두 가지 채널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수입물가를 통한 직접적인 영향이다. 스위스프랑 약세가 수입가격을 더 비싸게 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촉진하거나 스위스프랑 강세로 수입품 가격이 낮아지고 인플레이션이 감소한다. 수입품이 소비자 지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스위스에서 이 채널의 효과는 상당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두번째는 환율이 비즈니스 사이클을 통해 직접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는 경우다.

    스위스프랑 약세로 경제를 부양하고, 인플레이션도 증가하는 것과 스위스프랑 강세로 경제가 둔화돼 인플레이션이 약해지는 것이다.

    슐레겔 총재는 "스위스는 대외무역의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수출 부문이 스위스 경제의 엔진으로 불리는 이유가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는 스위스프랑 약세를 방어해야 했음을 피력한 셈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종료하고 싶은 각국에 연준의 금리가 더 오래,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연준보다 누가 먼저 금리를 낮출 것인가는 자국 통화 약세를 일부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있으면 미국보다 경제 여건이 덜 탄탄한 다른 나라들은 차례로 금리인하 깃발을 올려야 할 수도 있다.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금리인하를 시작한 나라도, 이제 시작할 나라도 미국과 너무 크게 차이를 두고 금리를 빠르게 인하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스웨덴 중앙은행(릭스뱅크)도 지난 8일에 8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스위스에 이어 주요 선진국 중 두번째다.

    스웨덴중앙은행 역시 금리 인하 후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위험은 미국 경제 강세, 지정학적 긴장, 크로나 환율과 연관돼 있다"며 "향후 통화정책 조정은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하면서 신중하게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합인포맥스


    올해 6월쯤에는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 유럽중앙은행(ECB)가 차례로 금리인하의 첫발을 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까지 영국 파운드화 환율과 유럽의 유로화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BOE는 지난 5월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2월 보고서 이후 파운드화(Sterling)의 실효 환율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었다며 "파운드는 달러 대비 약 2% 정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유로-달러 환율도 지난해 9월에 0.953달러대에 저점을 기록한 후 올해는 1.12달러까지 고점을 높였다가 1.077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필립 레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르몽드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와 미국 금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유로존에 영향을 미친다"며 어떤 사람은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 하락을 볼 수도 있고, 반면 미국 국채 시장 금리가 높아지면 유럽 국채수익률에 상승압력을 가할 수도 있어 유로 약세와 반대 효과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카드를 쥔 중앙은행들은 너도 나도 누가 먼저 꺼낼지 눈치를 보고 있는 양상이다.

    이와 함께 어느 나라도 굳이 자국 통화 약세를 유발해 다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싶지 않은 형국이다.

    미국의 '장기간 고금리' 유지 가능성에 소리 없는 환율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정선영 뉴욕특파원)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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