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銀, 호주銀 뛰어넘은 캥거루본드…확장 전략 주효
역외 기관 포섭 집중, 스프레드 대폭 절감
현지 은행보다 높은 몸값…신기록 경신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수출입은행이 10억호주달러(약 9천14억원) 캥거루본드 발행으로 역대 최대 조달 역사를 다시 썼다. 달러채 강세가 이어지면서 호주 달러를 포함한 이종통화 조달 이점이 옅어졌으나 수출입은행은 경쟁력 있는 금리를 달성해 벤치마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호주 시중은행보다도 낮은 스프레드를 형성해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 우량 기관 포섭으로 역외 발행사라는 한계를 딛고 금리 레벨을 끌어내렸다는 평가다.
◇달러채 강세 속 금리 경쟁력 집중, 전략 빛났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은 오는 20일(납입일 기준) 10억호주달러어치 캥거루본드를 발행한다. 트랜치(tranche)는 3년과 7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으로 각각 7억호주달러, 3억호주달러 규모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모 캥거루본드 시장을 찾아 신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8억5천만 호주달러어치 채권을 찍어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한 데 이어 이번에는 10억호주달러로 신기록을 다시 썼다. 꾸준한 조달로 입지를 다져가는 모습이다.
최근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을 살펴보면 캥거루본드 조달이 수월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달러채 강세가 이어지면서 이종통화 발행의 경쟁력이 옅어졌다. 비용 측면의 이점이 모호해지면서 발행사들은 캥거루본드 등의 이종통화보다는 달러화를 택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역시 이러한 고민 속에서 금리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는 후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경우 매년 막대한 규모의 외화채를 발행한다는 점에서 달러화 채권만을 찍는 건 물량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비교적 달러채 대비 금리 경쟁력을 확보할 여지가 있는 캥거루본드 시장을 주목한 배경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호주 시중은행보다도 낮은 스프레드를 달성해야 했다.
수출입은행은 호주 이외의 글로벌 기관에서 답을 찾았다. 호주 역내 투자자의 경우 현지 은행 채권과의 금리를 비교하며 투자 여부를 고민하지만, 해외 기관을 겨냥하면 이러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수출입은행에 관심을 높였던 SSA(Sovereigns·Supranationals & Agencies) 등의 초우량 기관들은 달러채와 동시에 캥거루본드 투자에도 나서고 있었다. 이들의 경우 장기 보유 목적으로 채권 투자에 나선다는 점에서 비교적 금리에 덜 민감하기도 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역외 기관들의 주문 공세로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차츰 호주 역내 투자자로 참여가 확대됐다는 후문이다. 프라이싱 전일 진행한 투자수요 확인 과정(IOI)에서 이미 11억5천만 호주달러의 주문을 모으기도 했다.
이에 이번 캥거루본드의 지역별 배정 비중 또한 다양했다.
3년물은 아시아와 유럽·중동, 미국의 배정 비율이 각각 28%, 57%, 11% 수준이었다. 호주는 4%에 그쳤다. 7년물은 아시아 54%, 유럽·중동 31%, 미국 3%, 호주 12%였다.
흥행에 힘입어 수출입은행은 3년물을 호주 4대 시중은행보다도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었다. 3년물을 그린본드(green bond) 형태로 찍어 글로벌 기관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흐름에 발을 맞춘 점도 주효했다.
3년물과 7년물 가산금리(스프레드)는 각각 고정금리 기준 호주 스와프금리(SQ ASW·Semi-Quarterly Asset Swap Rate)에 61bp, 95bp를 더한 수준이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 대비 3년물은 4bp, 7년물은 3bp 낮췄다.
◇돋보인 트랜치 구성…벤치마크 톡톡
이번 발행에서는 3년물과 7년물로 나눈 트랜치 구성 또한 눈길을 끈다. 캥거루본드의 경우 3년과 5년물 발행은 빈번하지만 7년물은 흔치 않다. 호주 4대 은행 역시 대부분 5년물까지만 발행한다.
이에 그동안 한국물 캥거루본드 역시 주로 3년과 5년물 중심으로 발행됐다. 7년물은 2013년 한국남동발전이 찍은 후 자취를 감췄다는 점에서 사실상 한국물 시장에 11년여 만에 등장한 셈이다.
트랜치 구성 역시 달러채 대비 금리 경쟁력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3년과 5년물의 경우 달러화로 통화 스와프에 나설 경우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던 데다 일부 투자자가 7년물을 선호한다고 밝힌 점 또한 놓치지 않았다.
7년물 캥거루본드의 희소성에 힘입어 해당 만기물은 달러채 대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더욱이 10억호주달러라는 물량 부담 또한 트랜치를 나누는 방식으로 완화할 수 있었다.
이번 조달로 한국수출입은행은 캥거루본드 시장에서도 벤치마크 역할을 톡톡히 한 모습이다. 점차 달러채 조달이 이전보다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발행사들의 이종통화 관심 또한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국제 신용등급은 AA급 수준이다. 무디스와 S&P, 피치는 각각 'Aa2', 'AA',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딜은 ANZ와 JP모건, 노무라증권이 주관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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