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의 투자] 서학개미 발길 돌리려면
(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투자자들이 떠나고 있다. 생산성 저하, 고령화, 인구감소 등으로 성장 활력을 잃고있는 대한민국에서 기업 가치를 제고하려는 밸류업의 등장은 필연이다. 과거에도 기업 가치를 제고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여러 방안이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연기금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스튜어드쉽 코드 도입과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개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ESG 등은 모두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를 품고 있다. 이런 앞선 방편을 총망라해 더 구체적인 성과를 얻으려는 과정이 최근의 밸류업 프로그램이다.
예전부터 우리 기업의 자본효율성은 낮은 편이다. 이렇다 보니 주가도 저평가되기 일쑤다. 주요국 상장기업의 지난 10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이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살펴보면 한국은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특히 한국의 ROE는 7.9%로 미국 14.8%나 일본의 8.3%보다도 아래다. 요즘 뜨겁다는 인도 기업의 ROE는 12.8%이며 PBR과 PER은 각각 3.3배, 25.6배에 달한다. 이에 비해 우리는 1.0배와 14.1배에 그친다. 주식시장의 덩치를 경제 규모와 비교하는 국내총생산(GDP)대비 시가총액은 한국이 116%다. 이는 57%와 90%인 중국과 인도보다는 발달해있지만 221%인 대만과 166%인 미국, 123%인 일본보단 못하다.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생산성 저하로 처진 경제에 새로운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밸류업으로 한국 주식시장이 한층 커진다면 기업은 원활한 자금조달을 토대로 성장할 수 있고, 수명 연장으로 늘어난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야 하는 시민들도 자본소득을 통한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배당 성향이 높을수록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많이 돌려준다고 볼 수 있는데, 지난 10년간 한국 기업의 배당 성향은 26%로 대만 55%, 중국 31%, 인도 38%에도 못 미쳤다. 선진국 평균은 49%이며 미국이 42%, 일본이 36%, 영국이 129%에 달한다. 이게 이민을 못 가는 대신 주식투자라도 해외에서 하겠다는 서학개미들이 등을 돌리는 이유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한마디로 빠른 효과를 내려면 기업에 더 강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일본 증시의 상승세와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를 많이 비교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 14년 동안 디플레이션 타개를 위한 양적완화책의 하나로 일본 기업 주식의 약 7%에 달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해왔다. 일본 증시 상승세에는 이런 요인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지금 일본은행은 양적완화 종료를 시사하면서 약 5천억달러 상당의 ETF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매각할지 고민 중이다.
정부는 마중물을 제공할 뿐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는 시장의 공기 자체가 바꿔야 한다. 기업뿐 아니라 주주, 정책당국, 법원, 언론 등 모든 관계자가 주주 가치를 최우선으로 존중할 때 가능하다. 한 마디로 투자자의 외면이 기업에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풍토가 돼야 한다. 투자자는 주주가치를 높여주는 기업에는 친구지만 그저 그런 기업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대한민국은 밸류업이 절실하다. 보유자산 대부분이 아파트에 묶인 대한민국 자본의 효율성을 높이고, 서학개미도 붙잡을 수 있는 길이다. 이러면 외국인 투자도 늘어난다. (취재보도본부 금융시장부장)
liberte@yna.co.kr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