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비효율 예산 과감히 구조조정…R&D 예타 폐지"
"재정 허리띠 더 졸라매야 할 것…필요한 곳엔 제대로 써야"
"서민·중산층 중심 시대 열기 위해 재정 제 기능 해야"
"앞으로 재정 운영 민생 더 챙기고 지속 가능 미래 대비에 중점"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각 부처에 비효율적인 예산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기 위해 R&D 관련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폐지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알뜰한 나라살림, 민생을 따뜻하게' 주제의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가 할 일이 태산이지만 재원은 한정돼 있어 마음껏 돈 쓰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정부 재정을 살펴볼 때면 빚만 잔뜩 물려받은 소년가장과 같이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간 한국의 재정 건전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온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말 우리 국가채무가 단기간에 빠르게 증가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초과했다면서, 한국의 재정이 국가신용등급 평가에 있어 더 이상 플러스 요인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총선 이후 재정 건전화 노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건전재정의 의미는 무조건 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쓰자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비효율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줄이고 필요한 곳에는 제대로 써서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라며 "효율적으로 재정을 운영해야만 경제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지속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부처는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성과가 낮거나 비효율적인 예산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또 "서민은 중산층으로 올라서고, 중산층은 더 확대되면서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서민과 중산층 중심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재정이 제 기능을 해야 한다"며 "경제가 빠르게 성장해야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늘어나고 국민이 체감하는 자유와 복지의 수준도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성장의 토대인 R&D를 키우기 위해 예타를 폐지하고 투자 규모도 대폭 확충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기업이 성장해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 성장의 과실이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세제 지원과 규제 혁파에 힘을 쏟는 한편 공정한 노동시장을 만드는데도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들께 약속드린 노동 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안, 그리고 노동법원 설치가 조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모두 관심을 갖고 챙겨달라고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약자복지정책도 업그레이드해서 보다 촘촘하고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취약 계층의 기초연금, 생계급여를 계속 늘려서 생활의 짐을 덜어드리고, 청년들을 위해서도 더 각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들께서 바라고 계신 의료 개혁 완수를 위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재정전략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의료 개혁 5대 재정 투자가 차질 없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챙겨야 한다"고 했다.
그간 건전재정 기조의 정착과 민간 주도의 시장경제 복원에 중점을 둬 왔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강도 높은 재정지출 구조 조정을 통해 부채를 줄이고, 지출을 효율화했으며 부담금도 전면 재정비했다"며 "절감한 재원은 약자 복지와 국방·치안을 비롯한 국가 본질 기능에 투입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경제 회복과 성장에 청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정부 출범 당시 6%대 고물가와 세계적인 고금리의 복합 위기 상황에서도 방만하게 돈을 풀지 않고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함과 아울러 규제 완화와 민간투자 확대를 비롯해 민간 중심의 경제 운영을 추진한 것은 지금 돌이켜보면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아직 곳곳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무엇보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민생경제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의 재정 운영은 민생을 더 세심하게 챙기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대비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특히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 국가적 비상사태인 저출생 극복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실질적인 출산율 제고를 위해 재정사업의 구조를 전면 재검토해서 전달 체계와 집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해 중복 낭비되는 예산도 꼼꼼히 점검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마음 편히 행복하게 사실 수 있도록 만들고 지금의 자유와 풍요가 미래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첫째 존재 이유"라면서 "요즘 취임 이후 해온 일들을 돌아보면서 앞으로 무엇을 바꾸고 어떻게 3년의 국정을 운영해야 할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 지난 2년을 돌아보면서 초심을 다지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무위원 여러분께 꼭 당부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다. 민생을 풀어내는 답은 절대로 책상 위에서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부지런히 현장을 보고 어려운 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각 부처의 예산 편성과 재정 운영도 현장 맞춤형으로 해야만 국민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 오직 국가의 미래와 민생 살리기를 중심에 놓고 어떻게 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치열하게 토론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본격적인 예산편성을 앞두고 국무총리, 국무위원, 여당 주요 인사 등이 참석해 향후 재정 운용 방향을 논의하는 회의체로 2004년 이래 대통령 주재 하에 매년 개최해 왔으며, 이번 회의는 21번째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2024~2028년 중기 재정 운용과 2025년도 예산안 편성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2년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재정 운용 방향에 관해서도 토론했다.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에 이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5년도 예산안 편성 및 중기 재정 운용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이후 ▲민생 안정을 위한 핵심과제 ▲역동경제를 위한 재정투자 방향 ▲재정혁신 과제를 주제로 토론이 이뤄졌다.
R&D와 반도체 산업 지원, 의료 개혁, 청년 지원, 교통 격차 해소, 저출생 대응, 지방교육 재정혁신 등이 세부 주제로 다뤄졌다.
대통령실은 "오늘 논의된 사항에 대해서는 앞으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및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등 국무위원,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국민의힘에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 정점식 정책위원회 의장 등이 자리했고,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박춘섭 경제수석비서관, 장상윤 사회수석비서관, 박상욱 과학기술수석비서관, 왕윤종 국가안보실 제3차장 등이 참석했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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