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다우 4만선'과 미국인들의 지갑
  • 일시 : 2024-05-20 07:16:13
  • [뉴욕은 지금] '다우 4만선'과 미국인들의 지갑



    (뉴욕=연합인포맥스) '다우지수 역대 최초 4만선'. 역사적인 날을 맞은 뉴욕증시는 환호성으로 마감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다우존스30종합지수는 장중 4만선을 살짝 찍고 내려 온 다음날인 지난 17일(현지시간) 장마감 때 아슬아슬하게 4만선으로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안에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과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관련 종목들에 대한 기대가 어우러져 주가지수를 끌어올렸다.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들보다 좋은 점은 특히 주가지수를 떠받쳤다. 뉴욕증시로 투자금이 몰리면서 주식시장은 차곡차곡 오름세를 유지했다.

    빛나는 주가지수의 이면에 점점 고갈되는 미국인들의 초과 저축과 쌓이는 부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풍족했던 미국인들의 지갑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팬데믹 때 미국 정부에서 재정지원금(Covid-19 fiscal stimulus spree)을 어마어마하게 풀면서 미국인들의 지갑에는 '공(空)돈'이 쌓였다. 저축에 익숙하지 않던 사람들이 팬데믹 시대에 본의 아니게 저축을 하게 되면서 '초과 저축' 단계를 맞았다.

    팬데믹에서 경제가 되살아나는 동안 저축의 힘은 줄어들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초과 저축은 완전히 고갈됐다고 분석했다.

    햄자 압델라만 샌프란시스코 연은 시니어 경제 애널리스트와 루이즈 올리비라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월 3일 보고서에서 2024년 3월 기준 미국의 팬데믹 시대 누적 저축은 -72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 2021년 8월 초과 저축이 2조1천억달러에 달하던 데서 감소세를 보이다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저자들은 2년 반 동안 미국 가계가 월평균 700억 달러의 속도로 초과저축을 인출했다고 집계했다. 인출 속도는 지난해 가을 이후에는 약 월평균 850억달러로 빨라졌다.

    흥미로운 점은 그렇게 돈을 펑펑 써대던 미국인들이 돈을 못쓸 상황이 됐느냐,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의 원동력으로 불리는 소비지출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이번 보고서의 저자들은 "이런 초과 저축의 고갈은 미국 가계가 지속적인 고용, 임금 인상, 팬데믹과 관련없는 저축을 포함한 다른 형태의 부와 높아진 부채로 소비 습관을 지원할 수 있어 지출 수준을 급격히 줄이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출처: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보고서






    미국인들의 초과 저축이 떨어졌지만 다양한 형태로 돈쓰는 습관은 그대로 유지됐다는 이야기다.

    특히 고용시장은 임금의 형태로 저축을 지원했다.

    실업률이 낮아지고, 임금은 높아지면서 계속 소득이 이어졌다.

    저축이 아닌 다른 자산도 늘었다. 부동산을 보유하거나, 다른 투자도 이어졌다.

    미국 금융투자협회(ICI)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머니마켓펀드(MMF) 자산은 직전주보다 163억6천만달러 증가한 6조5천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중 리테일 머니마켓펀드 자산은 51억8천만달러 증가한 2조4천300억달러로 집계됐다.

    신용카드 및 대출도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의 1분기 가계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가계부채는 1분기에 17조6천900억달러로 1천840억달러 증가했다. 신용카드 사용액은 1조1천2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미국인들의 소비력은 다양한 형태로 뒷받침되고 있다.

    여기에는 고공행진을 펼치는 주식시장도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다우지수가 4만선을 웃돌 때까지 견조하게 오른데다 AI 열풍에 기술주에 대한 기대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물론 주식시장 투자자들의 성향은 약간 달라졌다.

    최근 뉴욕증시에서 다시 나타났다가 반짝 빛나고 사라진 '밈 주식(Meme:온라인상의 입소문을 바탕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주식)'의 흐름을 보면 투자자들은 신중하게 옥석 가리기를 하고 있다. 과거처럼 '사면 오른다'는 생각으로 덤비지 않는다.

    공돈의 시대가 끝나고, 저축이 고갈되면서 소비는 좀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인의 소비력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계속 나오고 있다.

    야데니 리서치는 "초과 저축이 0 아래로 줄어들 수 있지만 가계가 보유한 유동 자산은 팬데믹 직전 2019년말 13조달러에서 지난해말 총 17조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며 여전히 현금 유동성은 넘쳐나는 상태라고 봤다.

    이들은 소비가 무너지고,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전망보다 낮은 저축률과 소비지출이 지속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미국 저축률이 2021년 3월 26.1%에서 올해 3월 3.2% 정도로 낮아졌으나 여전히 돈을 쓸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야데니 리서치는 "베이비붐 가구의 순 자산은 76조2천억달러로 기록을 세웠다"며 "이들은 역대 가장 부유한 노인 집단"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에 주택을 소유한 8천600만 가구 중 약 40% 정도는 주택담보대출이 없었고, 2020년과 2021년에 주택을 산 사람들은 역대 최저금리로 대출을 받은 상태다.

    다만,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젊은 층의 부채는 점점 늘었다.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연체율이 높아지는 점은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조엘 스칼리 뉴욕연은 가계 및 공공정책 리서치 부서의 지역경제 대표는 최근 가계부채 보고서에서 "2024년 1분기에는 신용카드, 자동차 대출의 연체율이 심각한 수준으로 모든 연령대에서 계속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다우지수가 4만선을 돌파하고, 미국 주식시장이 무너지지 않은 것은 이처럼 미국인들의 소비력이 견조한 상황과도 일맥상통한다.

    미국 경제는 아직 크게 둔화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카드가 살아있다.

    주목할 점은 소비가 현 수준에서 유지되더라도 크게 늘어날 형편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소비의 주축이 될 수 있는 젊은 층의 부채와 연체율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대목이다.

    여기서 미 연준의 금리인하는 미국 경제의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금리인하는 일단 시작되고 나면 기대감이 현저히 약해진다. 즉, 시장을 끌고 가던 기대감은 사라진다.

    특히 이번 금리인하는 경제를 살리려는 부양의 목적이 아니라 너무 높아진 금리의 정상화를 위한 조치다.

    향후 공격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이 크지 않은 데다, 일단 금리인하의 물꼬를 트고 나면 다시 인상하기도 어렵다.

    그동안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과 우려의 목소리는 꾸준히 등장했다. 이런 비관론은 매번 승승장구하는 미국 경제지표에 가려져 왔다.

    올해 연준의 금리인하가 잘나가는 미국 경제를 더욱 부추길지,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져 새로운 국면으로 바뀔지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모든 것이 극에 달해서 빛이 너무 밝아지면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다. (정선영 뉴욕 특파원)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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