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YMI] '소수점 둘째자리까지'…월러의 CPI 판독법
4월 CPI 반가워하면서도 'C+'로 박하게 평가
"소수점 둘째·셋째자리까지 볼 필요 없는 날 왔으면"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등장할 때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이사는 경제지표를 꼼꼼하게 해석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2020년 12월 이사로 취임하기 전까지 10년 넘게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리서치 책임자로 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특기'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전 세계 시장 참가자들이 즐겨 이용하는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경제지표 제공 사이트 'FRED'(St. Louis Fed's Federal Reserve Economic Data)가 널리 알려지는 데 크게 기여한 사람도 월러 이사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서 21일(현지시간) 한 연설에서도 월러 이사의 장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국내총생산(GDP)과 비농업부문 고용, 임금, 구인규모, 소매판매, 구매관리자지수(PMI),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시장에서 눈여겨보는 경제지표 대부분을 망라하면서 자신이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설명했다.
이 중 당연히 가장 눈길이 가는 대목은 지난주 나온 4월 CPI에 대한 평가였다. 그는 4월 CPI는 "2%를 향한 진전이 없이 석 달을 보낸 뒤 나온 반가운 위안"이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지 않고 있음을 안심시켜주는(reassuring) 신호"라고 말했다.
아울러 "4월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2%를 향한 진전이 재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언급은 그게 전부였다. 월러 이사는 "진전이 너무 미약해서(so modest) 통화정책 완화를 지지하기 전에 인플레이션 완화의 더 많은 증거를 확인해야 한다는 내 견해는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내가 여전히 교수이고 이 인플레이션 보고서에 점수를 매겨야 한다면 'C+'가 될 것"이라면서 "낙제와는 거리가 멀지만, 뛰어난 것도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연설의 제목을 '조금씩, 진전이 재개되는 것 같다'(Little by Little, Progress Seems to be Resuming)로 단 대목에서도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묻어났다.
월러 이사는 CPI를 해설하는 과정에서 CPI의 전월대비 상승률을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따지고 있음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그는 전달에 비해 4월 전품목(헤드라인) CPI는 '0.31%', 근원 CPI는 '0.29%' 올랐음을 깨알같이 거론했다.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계산하는 방식은 월가 리서치센터에선 흔히 쓰이지만, CPI 발표기관인 미 노동통계국(BLS)은 채택하지 않고 있다. BLS의 CPI 배포자료에는 소수점 첫째자리까지만 표기돼 있다. 연준도 경제전망을 발표할 때 소수점 첫째자리까지만 기재한다.
문제는 소수점을 어디까지 따지느냐에 따라 인플레이션의 '진전'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BLS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4월 헤드라인 CPI와 근원 CPI의 전월대비 상승률은 각각 0.3%다. 3월에 비해 0.1%포인트씩 낮아진 것이다.
월러 이사의 방식대로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따지면 전월대비 상승률의 낙폭이 헤드라인 CPI(0.38%→0.31%)와 근원 CPI(0.36%→0.29%) 모두 0.07%포인트로 줄어든다.
이 정도 차이는 별것 아니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런 격차가 누적되면 나중에는 인플레이션 경로가 가시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공식 발표에 실리지도 않는 소수점 둘째자리를 계산해 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월러 이사는 어떤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봐야 만족할지에 대해서는 "당장은 비밀로 하겠다"면서도 "좋은 소식을 찾기 위해 소수점 둘째 또는 셋째자리까지 갈 필요가 없는 날을 기대한다"는 말로 연설을 끝맺었다.
s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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