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용의 글로브] 다시 거론되는 '중립 금리'
(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6월 정례 통화 정책회의를 보름가량 앞두고 '중립 금리(neutral rate)' 논의가 재점화하고 있다. 차기 의장 후보로 거명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 연준 주요 관계자들이 중립 금리 관련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다.
중립 금리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이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게 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말한다. 함께 통용되는 'r*(r-srar, 실질 중립 금리)'는 연준 통화정책 담당자들의 장기 금리 전망(점도표상 'longer run'으로 표시, 연준 3월 점도표 참조)에서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 2%를 차감한 수치다. 연준은 분기마다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를 발표하는데, 올해 3월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나고 공개된 점도표에선 중립 금리에 대한 주목할만한 변화가 관측됐다.
3월 점도표에서는 중립 금리 추정치가 종전 2.500%에서 2.563%로 소폭 상향되면서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힘을 실었다. 중립 금리 추정치가 한동안 2.500%로 거의 고정돼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폭은 작지만, 간과할 수 없는 변화다. 중립 금리 추정치 분포에서도 위쪽으로의 이동이 관찰됐다. 2.500% 이하를 제출한 의견은 종전 11명에서 9명으로 줄어들었다. 중립 금리 추정치의 가중평균값은 2.729%에서 2.813%로 높아졌다.(2024년 3월21일 오전 5시46분 송고된 '점도표, 아슬아슬 '올해 3회 인하' 유지…중립 금리 소폭↑(종합)' 제하 기사 참고)
이로부터 열흘 남짓 후인 올해 4월 2일에는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중립 금리 추정치를 2.5%에서 3%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팬데믹 사태 이후 FOMC 위원들의 중립 금리 추정치가 올라갔는지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그의 발언은 시장에 작지 않은 파장을 안겼다. 메스터 총재는 관련해 "높은 명목 금리에도 경제의 회복력이 지속적인 점과 모델에 기반한 균형 금리가 높아진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말인 지난 24일 월러 이사가 메스터 총재와는 결이 다른 발언을 내놨다. 월러 이사는 "지난해 중립 금리가 올랐는지 많은 논쟁이 있었다"며 "중립 금리가 향후 오를 수 있지만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채 공급의 증가량이 수요를 앞지르기 시작하면 채권 금리는 오르게 되고 중립 금리도 상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며 다만 "자본시장의 자유화와 세계화, 주요국의 외화보유액 확대 추세, 국부펀드의 수요 등으로 미국채의 수요가 증가했고 이에 따라 중립 금리가 오랜 기간 내림세를 보여왔다"고 진단했다.
이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연준 내에서 그가 가진 입지 때문이다. 월러 이사는 세인트루이스 연은에서 리서치 책임자로 10년 넘게 일하면서 제임스 블러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와 손발을 맞췄다. 이후 블러드 전 총재의 추천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연준 이사로 발탁돼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한 달 전인 2020년 12월 취임했다. 이런 이력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2026년 5월 임기를 마치는 제롬 파월 의장의 후임으로 그를 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립 금리 이슈는 연준이 통화정책 전환 시점에 섰을 때마다 현안으로 부상하는 금융시장의 핵심 테마 중 하나다. 중립 금리가 상향 조정되면 채권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선 '예상보다 더 오래 높은 수준으로 시중 금리가 유지되고, 기준 금리 인하 시기는 멀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한다. 주식과 달러화 등 다른 자산의 가격도 이런 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형성된다.
다만 이번 중립 금리 논의의 초점은 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 개시 시점보다는 인하 폭, 즉 통화완화의 정도를 점치는 데 맞춰질 공산이 크다. 시점이 늦춰지고 있기는 하지만 연준의 연내 기준 금리 인하 관측이 힘을 잃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립 금리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다음번 정례회의는 다음 달 11~12일 이틀간 열린다. 위원들이 새로 그릴 점도표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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