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한국은행은 싱크탱크가 아니다
  • 일시 : 2024-05-29 08:30:22
  • [현장에서] 한국은행은 싱크탱크가 아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한국은행의 경제 전망이 크게 빗나가면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이창용 총재의 "전망치 수정은 해외에서도 다반사"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는 우려를 더욱 깊어지게 만든다.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은 경제전망 세분화는 시장 혼선만 가중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한국은행은 8월부터 기존 반기 단위 경제전망을 분기 단위로 나누어 발표하기로 했다.

    이는 이 총재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전망 세분화로 경제주체들의 정책 변화 예측이 용이해지고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총재의 말처럼 경제 전망 세분화는 정책 유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망의 정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은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어 연간 성장률 전망을 2.1%에서 2.5%로 대폭 상향 조정되게 했다

    전망치 수정은 늘 발생하지만, 대외 충격 없이 연간 성장률 전망이 석 달 만에 0.4%P 조정되는 일은 드물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해외에서도 전망치 수정이 잦다며 기존 전망이 틀린 게 아니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전망치와 실제 수치의 차이를 비교하며 이유를 찾고 새로운 전망에 반영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전망의 큰 오차를 지적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해외에서는 그런 지적을 들어본 적이 없다"라며 후진적이라는 듯한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오판 사태는 전망 실패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준 바 있다. 시기를 놓쳐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며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준 것은 중앙은행 전망 실패의 뼈아픈 대가였다.

    한은의 전망 오류도 이미 국내에서 통화 긴축의 유효성을 약화하고 있다.

    올해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내수 부진'을 근거로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위원이 등장했고, 4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는 통화 긴축 기조의 지속 기간에서 '장기간'이라는 표현이 삭제됐다.

    이는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우며 시중의 대출 금리 하락, 통화량 급증 등 금융 여건 완화로 이어졌다.

    전망 실패는 통화 긴축 유효성을 제약했을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 전망의 신뢰도도 떨어뜨렸다.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와 경제전망 설명회가 끝났음에도 1분기 GDP 서프라이즈에 대한 시장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물가 전망치를 높이지 않기 위해 내수 상황을 어떻게든 낮게 보려고 한다는 의구심까지 나온다.

    한국은행은 전망 실패의 원인을 냉정히 돌아보고 보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망의 배경과 근거, 수정 이유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책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진솔하게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중앙은행은 싱크탱크와 다르다. 중앙은행은 경제분석과 조언을 하는 곳이 아닌 통화정책을 직접 수립하고 집행하는 정책 기관이다. 시장은 확보하지 못하는 광범위한 데이터와 최고의 분석력을 바탕으로 어느 곳보다 정밀한 전망을 해야 한다.

    중앙은행은 또 전망에 기반한 통화정책 정책 결정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책임을 져야 할 의무를 지닌다.

    그래야 '우리가 못 보는 것을 중앙은행은 볼 수 있다'는 시장과 대중의 믿음을 얻는다.

    분기 단위 경제전망 체계로의 전환은 정교하고 면밀한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전망의 정확성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정책 책임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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