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파월의 저주'를 풀 해법 찾기
(뉴욕=연합인포맥스) "근처에 매물로 나온 집은 기찻길 바로 옆이야. 보기에는 예쁘지만 침실에서도 기찻소리가 들려. 집주인 가족이 전부 담배를 피워서 냄새도 나. 그런데도 팔릴지도 몰라.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맞아. 요즘 집값이 엄청 올랐잖아. 누군가는 사겠지"
이 지역에서만 50년 이상 살았다는 마리(가명) 할머니는 요즘 동네에 매물로 나오는 집들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또 다른 할머니가 맞장구를 쳤다.
우연히 참석하게 된 할머니들의 포틀럭 파티(Potluck Party)에서도 주택시장은 뜨거운 화젯거리였다. 사실상 50년 이상 근처의 주택들이 사고팔리는 과정을 봐온 할머니들이지만 요즘 시장과 가격 움직임은 처음 보는 양상인 듯했다.
팬데믹 직후의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던 2022년 8월 잭슨홀 회의로 돌아가 보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인상 기조가 점점 더 이어질 가능성을 예고한 때로, 이른바 '파월의 저주'가 있던 시점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긴축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겠지만 가계와 기업에 약간의 고통을 가져올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줄이는 데 드는 불행한 비용"이라고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그러나 물가 안정을 회복하지 못하면 훨씬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주체들의 고통을 예고한 파월의 저주는 이후 경제 상황이 조금이라도 어려운 신호를 보낼 때마다 소환됐다.
경제 지표들은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8%대에 고점을 기록한 후 3%대로 내렸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 미국인들의 소비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 지표도 전월대비 0.0%로 정체됐다.
미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4월에 전년대비 2.8% 상승으로 둔화됐다. 근원 PCE 가격지수의 월간 상승률은 0.2% 올라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는 뭔가를 사야 하는 사람들에 이상한 부작용을 남겼다.
바로 수요가 몰리는 곳에서 가격이 새로운 단계로 뛰면서 '살 수 있는 가격대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미국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에서 이런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곳에서는 둔화 신호는 미묘한 불안감을 자극해 과열된 양상을 만들고 있다.
미국 부동산 회사인 레드핀은 미국 전역에서 주택 판매자의 6.4%가 지난 5월 6일로 끝난 4주 동안 매물 가격을 낮췄다고 분석했다. 이 비중은 지난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한다.
드디어 미국 주택 시장이 둔화하는 걸까.
아직 그 단계는 아닌 듯하다. 가격이 낮아졌다고 해서 매수와 매도의 불균형이 나아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레드핀은 주택가격 중간값이 지난주에 41만6천623달러로 이전보다 약 3천달러 낮아졌고, 6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지만 매물 공급도 정체되고 있다고 봤다. 신규 매물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늘었지만 증가세가 강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모기지 금리가 7% 밑으로 내리면서 이자 부담이 약간 줄었다. 하지만 주택 재고는 여전히 크게 늘지 않고, 주로 100만달러 미만의 괜찮은 주택들만 잘 팔리는 상태가 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과거에 있었던 수준으로 주택시장이 붕괴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여전히 매수자가 더 많고, 재고가 충분하지 않으며, 연준의 금리인하까지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때문에 억눌려 있던 펜트업 수요가 주택시장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남아있는 셈이다.
미국 주식시장의 엔비디아 열풍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만하다.
지난 2023년 10월 31일 392달러대였던 엔비디아 주가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1,158달러대로 급등했다.
천비디아는 물론 갓비디아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2조6천900만달러를 웃돌면서 시총 1위인 마이크로소프트의 3조원대에 다가섰다.
엔비디아의 주가 급등은 인공지능(AI) 시대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특히 경제 전반에 고통이 나타날 때 이를 풀 수 있는 한 가지 해법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AI) 투자다.
AI 투자는 소비가 위축되는 가운데 기업 투자가 활발하게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앞으로 경제가 좋아지거나, 좋아질 수 있는 새로운 동력으로 남아있는 부분이 있다면 AI 시대의 도래라 할 수 있다.
제품은 물론, 생활 방식의 변화, 새로운 일자리 창출까지 AI가 가져올 변화는 경기 침체보다 새로운 국면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2년 전, 파월 의장이 말한 고통의 시간은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파월 의장이 언급한 '물가 안정을 회복하지 못했을 때의 더 큰 고통'은 오지 않은 상태다.
파월의 저주가 장기간 계속될지, 아니면 그의 저주가 AI나 새로운 펜트업 수요 같은 새로운 변수로 풀릴지 갈림길에 섰다. (정선영 뉴욕특파원)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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