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차별화 본격화②] 한은 방향타는…연준이냐 ECB냐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과 캐나다중앙은행(BOC)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피벗' 시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일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주요국의 선제적인 움직임에도 한은은 연준의 인하를 확인하고 움직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성장과 물가 외에도 환율과 가계부채 상황 등을 고려하면 ECB와 달리 연준보다 먼저 움직일 이유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 방어 급한 ECB…한은과 다른 여건
ECB가 연준보다 앞서 전격적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성장 상황이 다급하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연속해서 전기비 마이너스(-) 0.1% 성장에 그쳤다. 올해 1분기에 전기비 0.3% 성장으로 침체 우려를 다소 덜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양이 필요한 수준이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5월에 2.6%, 근원 CPI는 2.9%로 여전히 목표 수준보다 높다. 하지만 물가가 하방 추세를 유지하고는 있는 만큼 ECB가 긴축 수준 완화를 통한 경기 지원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건은 사뭇 다르다. 국내의 경우 1분기에 전기비 1.3% 급속 성장했다. 수출 주도긴 하지만, 잠재 성장을 훌쩍 웃도는 연간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연초 2.1%로 봤던 데서 지난 5월에는 2.5%까지 끌어 올렸다.
1분기 성장 수치를 감안하면 2분기 경기가 급속 둔화하지 않는 이상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추가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한은은 2분기에 전기비 0% 혹은 소폭의 역성장 가능성을 전망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물가는 5월에 근원 CPI 상승이 2.2%인 등 유로존보다 상황이 양호하다. CPI는 2.7%다. 하지만 농산물 등 체감 생활물가의 고공행진이 길어지면서 일반인의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여전히 3%대를 유지하는 중이다.
한은도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물가 전망을 종전과 같이 유지하면서도 "전망의 상방 위험이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물가 및 물가 기대의 목표 수렴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경기 지원을 서두를 여건은 되지 않는다.
성장보다는 물가에 더 집중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ECB와는 여건이 다른 셈이다.
◇가계부채·환율…더 복잡한 부대조건
가계부채나 환율 등 금리 결정에 물가와 성장 못지않게 영향을 미치는 다른 변수들의 상황도 한은의 '결단'을 한층 조심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우선 가계부채의 경우 증가세가 잡히는 듯했지만, 최근 수도권 일부 지역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반등하는 흐름과 함께 또다시 증가 폭이 확대되는 조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5조2천278억원 증가했다. 증가 규모는 지난 2021년 7월의 6조2천9억원 이후 34개월 만에 최대였다.
여기에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수준에 바짝 다가설 정도로 상당폭 떨어졌다. 선제적인 금리 인하는 자칫 부채의 재급증을 촉발할 위험이 여전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를 우려해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높다면서, 향후 통화정책에서 이를 감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시장 상황도 아직 아슬아슬하다. 달러-원 환율은 1,300원대 중후반에서 호시탐탐 1,400원 선을 엿보는 형국이다. 연준보다 이른 금리 인하는 이론적으로 달러-원의 상방 압력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한은은 그동안 한·미 금리차가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최근에는 다소 결이 다른 평가도 내놓고 있다.
한은 통화정책국은 최근 블로그를 통해 "국내외 외환시장의 경계감이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는 내외금리차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도 지난 금통위 간담회에서 "기계적으로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 격차가 환율이나 자본이동 등에 당연히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그 가능성 등을 보면서 하반기 통화정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보다 앞서 금리를 내리는 것에 대해 한층 더 신중해진 상황임을 시사한 셈이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한 관계자도 "성장 상황 등을 보면 한은이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는지 의구심을 표하는 투자자들도 많아졌다"면서 "한은 통화정책에서 연준의 움직임이 한층 더 중요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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