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제 인하해야 弱달러…레인지 갇힌 달러-원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에도 달러-원 환율은 좀처럼 하락하지 않고 있다.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은 글로벌 달러 강세와 불확실성으로 당분간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반기 말 네고 물량과 외환당국 경계감으로 급격한 환율 상승은 제한될 전망이다.
◇금리·환율 디커플링…"연준 실제로 금리 내려야"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38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16일에 기록한 단기 저점인 1,344.90보다 40원가량 높다.
미국 경제의 연이은 둔화 조짐으로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졌음에도 달러-원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기대는 약 65%로, 지난달 달러-원이 1,340원까지 내렸을 때 기대와 유사한 수준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당시보다 10bp가량 낮아지기도 했다.
다만 글로벌 외환시장은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0bp 내리는 동안 달러 가치는 오히려 상승했다.
시장의 한 딜러는 "채권시장과 달리 외환시장은 상대가치"라며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와 프랑스 정국 우려 등이 달러 약세를 제약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준만 놓고 보더라도 9월 인하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라며 "실제로 인하가 단행돼야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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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자금 유입도 '글쎄'…내국인 해외투자가 상쇄
올해 원화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으로는 코스피 외인 자산 유입이 꼽혔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증시를 부양하자 외인 투자자들이 유입되며 원화가 강해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실제로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22조 원가량 순매수했다.
다만 이 같은 외인 자금 유입은 내국인 해외 투자로 인해 상쇄되고 있다.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자금은 219억 달러 유입됐으나 같은 기간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 자금은 279억 달러에 달했다. 외인 자금이 대규모 들어왔음에도 59억달러가 순유출된 것이다.
같은 기간 87억달러 유출된 직접 투자자금까지 고려하면 연초 이후 147억 달러가 달러 매수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장의 다른 딜러는 "달러-원이 높은 수준임에도 달러 매수 수요가 많다"라며 "내국인의 해외 투자 영향력이 상당하다"라고 말했다.
◇亞 통화 약세도 부담…북·러 회동까지
아시아통화 약세도 원화에는 부담 요인이다. 위안화와 엔화 흐름이 모두 좋지 않다.
엔화는 금리 인상에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점진적으로 정상화하고 있지만 시장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펀더멘털이 받쳐주지 않아 BOJ가 긴축 강도를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 많다. 일본의 1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5%, 전년 동기 대비 1.8% 하락했다. 성장이 받쳐주지 않아 금리를 적극적으로 올리기 어려운 환경이다. 달러-엔 환율은 이달 154엔에서 158엔까지 올랐다.
위안화도 중국의 경기 우려로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판궁성 중국인민은행(PBOC) 총재가 전일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고 중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분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수출 주도 성장을 위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은 7.241위안에서 7.287위안까지 상승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도 잠재된 원화 약세 요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북러 정상회담을 갖고 자동 군사개입 조항에 근접한 수준의 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까지 제한적이지만, 북한이 향후 도발 수위를 더 높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오물 풍선 살포와 위치정보시스템(GPS) 전파 교란 등으로 도발했으며 우리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대응 중이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질 경우 달러-원의 상방 압력도 불가피하다.
◇반기말 네고는 기대…당국 경계감도 상존
대내외 여건이 원화에 우호적이지 않지만, 수출 호조에 따른 달러 공급 확대는 환율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5월까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 증가한 2천777억달러를 기록해 사상 두 번째 실적을 올렸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323억달러에 달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수출 회복으로 반기말 네고 물량이 달러-원 환율 상단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기대한다.
외환당국의 경계감도 환율 상승세를 제어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이 달러-원 1,400원 부근에서 구두 개입을 단행한 이후 시장에서는 상단 인식이 강해졌다. 달러-원이 1,400원에 접근할수록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시장의 딜러는 "글로벌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수출업체 눈높이가 다소 높아졌다"라면서도 "수출 호조에 힘입어 반기말 네고 물량이 상당량 출회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 딜러는 "달러-원이 하방 모멘텀을 받으면 낙폭이 가파른 특성이 있다"라며 "유럽발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연준의 금리 인하 신호가 뚜렷해진다면 달러-원의 하방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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