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개입 일단 성공…"달러 약세 전환 시 낙폭 클 수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의 외환(FX)스와프 한도 증액으로 달러-원 환율 급등세가 일단 꺾이며 외환당국의 개입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달러 강세 분위기로 시장 긴장감은 여전하지만, 달러 약세로 모멘텀이 전환되면 달러-원 낙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외환당국 개입으로 환율 상승세 제한…1,400원 고점 인식 굳히기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39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거래일 개장 직후 1,393원까지 치솟는 등 상방 압력이 강했지만, 외환당국의 조치로 상승세가 제한됐다.
외환당국은 지난 21일 국민연금과의 FX스와프 한도를 35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150억 달러 증액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달러-원 상승 압력이 크게 줄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A은행의 외환딜러는 "당국의 개입이 매우 효과적이었다"라며 "역외 매수가 강한 상황이어서 해당 발표가 없었다면 달러-원이 1,400원을 넘어섰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증액은 시장에 어느 정도 알려졌었던 만큼 구두 개입성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라며 "달러-원 1,400원이 단기 고점이라는 인식을 강화했다"라고 덧붙였다.
외환당국은 지난 4월 달러-원이 1,400원에 도달하자 국장급 공동 구두개입을 단행하며 달러-원 상승세를 진정시킨 바 있다. 이번에도 달러-원이 1,400원에 근접하자 또 한 번의 경고 조처를 내렸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기존 스와프 한도(350억달러)를 소진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증액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지만 외환당국은 증액 효과가 충분할 것이라 기대하는 입장이다. 달러-원이 오를수록 연금도 스와프를 활용할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현물환 매수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물환 매도에 나설 경우 달러 매도 주체로 작용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보유한 해외 자산의 10% 수준에서 환 헤지를 할 수 있어 400억 달러가 넘는 달러가 헤지(매도) 물량으로 출회할 수 있다.
외환당국의 미세 조정 강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B은행의 딜러도 "외환당국도 1,400원 '빅 피겨'를 앞두고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본다. 빅 피겨가 쉽게 뚫릴 경우 한국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당국이 레벨을 타겟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달러 강세 흐름 꺾지 못하지만…방향 전환 시 낙폭 가파를 듯
미국의 강한 경제 상황과 유럽의 정국 불확실성, 중국 경기 우려 등으로 글로벌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달러-원도 하락 재료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지만, 한번 내리기 시작하면 낙폭이 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C은행의 딜러는 "달러-원이 추세 하락에 접어들기 어려울 수 있지만, 하방 모멘텀이 왔을 때는 낙폭이 가팔라질 수 있다"라며 "미국 지표 부진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담이 완화되고 위험선호 심리가 고조되면 달러-원 숏 포지션이 가세하며 레벨을 일시에 낮출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022년 이후 달러-원은 추세 상승세였지만, 20원 넘게 상승한 날이 5거래일에 불과한 반면 20원 넘게 하락한 날은 12일에 달한다. 특히 2022년 11월 11일에는 하루 만에 60원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달 16일에도 24.10원 떨어진 바 있다.
최근 수급상으로도 하방 요인이 우세한 상황이다.
해외 증권투자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경상수지가 예상보다 강한 흑자를 지속하고 있고 외국인의 증권 투자자금도 지속 유입되는 등 외화 수급은 문제가 없다.
D증권사의 딜러는 "최근 달러-원 상승세는 실수급보다는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반한 역외 매수가 주도했던 만큼 방향성이 전환된다면 속도도 빠를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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