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헌의 투자보국] 연기금 거버넌스 개선과제
최근 해외 언론에 아주 친근한 얼굴이 게재되어 관심을 갖고 읽어 보았다. 그는 크리스 에일먼(Chris Ailman)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CalSTERS·캘스터스)의 최고투자임원(CIO)이었다. 2000년에 CIO로 선임되어 지난 24년간 최장기 근무한 글로벌 연기금의 살아있는 전설로 6월 말로 은퇴를 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거버넌스가 잘 작동하지 않으면 연기금 CIO는 단기 성과주의,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영향 등으로 성과가 악화되어 장기근속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24년간 근무한 연기금 CIO의 탄생은 매우 이례적이다.
크리스와 인연은 행정공제회에 근무할 때 맺었다. 2015년 취임 후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국내 기관투자자로서 경험이 많고 시장 지배력이 있는 글로벌파트너와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공동 투자하는 전략을 구상했다. 추진은 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2017년 캘스터스는 투자 비용 절감 전략 등의 일환으로 다양한 파트너들과 업무 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양자의 이해가 맞아 상호 간 검증과 검토를 거쳐 2018년부터 미국 부동산 대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상당한 투자를 공동으로 수행했다. 결과는 물론 매우 만족스러웠다. 비용을 절감하면서 양질의 투자가 가능하여 행정공제회 해외 대체투자의 중요한 축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대체투자는 투자와 관련된 비용이 높다. 따라서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양 기관은 주로 독립관리계좌(SMA)를 개설하여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운용보수는 일반적인 수준보다 상당히 낮출 수 있었다. 지난 6년간 캘스터스는 약 2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한다. 또한 대체투자는 유동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동 프로그램을 통해 시장의 사이클에 따라 적시에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결국 대체투자에 수반되는 약점을 보완하는 매우 유용한 전략으로 활용하였다.
2019년에는 캘스터스 본사가 있는 새크라멘토에서 양 기관 간에 글로벌 투자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그때 크리스와 만나 덕담을 나누고 추가적인 공동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캘스터스와 지리적으로 이웃하고 있는 기관이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이다. 크리스는 양 기관은 선의의 경쟁을 하지만 캘스터스가 더 우수한 장기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랑했다. 캘스터스는 지난 20년간 연간 8%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캘퍼스는 7%였다. 특히 CIO의 임기에서 캘스터스는 캘퍼스와 비교되는 장기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캘퍼스는 최근 6년간 CIO가 3번 교체되었다.
해외 연기금 전문가를 만나면 공통적으로 질문을 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도대체 한국의 연기금 CIO는 왜 자주 바뀌는지 심각하게 물어보곤 했다. 그들은 대체로 한국의 연기금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글로벌 연기금과 경쟁에서 열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일침을 가하곤 했다. 도대체 투자 경험은 어떻게 축적이 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기회비용은 누가 부담하는지 많은 추가 질문을 하곤 했다.
최근 기업 거버넌스 개선이 자본시장의 중요한 이슈가 되었는데 연기금 거버넌스 이슈는 더 중요한 상위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연기금의 거버넌스가 정립되지 않고 투자 대상인 기업에 거버넌스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연기금의 거버넌스는 수익률에 큰 영향을 준다. 거버넌스가 좋은 연기금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연간 1~2%포인트의 수익률 제고가 가능하다. 또한 CIO의 보수와 운용성과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 이러한 결과는 이미 실증분석 논문이 입증한 바 있다. 최근 한국에서 연금 개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거버넌스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별로 논의가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연기금 자산규모는 2023년 기준으로 전 세계 8위, 지난 10년간 성장률은 3위에 해당하는 상당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노령화로 시장 규모의 추가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연간 1%포인트의 수익률을 제고하면 현재 약 15조 원의 추가 수익이 가능하다. 그만큼 연기금 거버넌스가 중요한 상황이 되었다. 거버넌스와 관련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연기금 수익률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여력이 없다. 이제 유능한 한국 연기금의 CIO도 20년 이상을 장기근속하는 현실이 허황된 꿈이 아니길 기대해 본다.
(장동헌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행정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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