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한은 '묵언 기간'에 메시지 노출 반복…원칙 지켜야
  • 일시 : 2024-07-05 13:53:16
  • [현장에서] 한은 '묵언 기간'에 메시지 노출 반복…원칙 지켜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이 '묵언 기간'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논란을 사고 있다

    금융시장이 통화정책 결정권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매우 민감한 시기에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가 노출됐다.

    반면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조차도 금리 결정을 앞둔 기간이라는 이유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을 피해 간 경우도 적지 않다.

    한은이 묵언 기간의 원칙을 엄격하게 지키지는 않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일 채권시장에서는 국고채 선물이 오후 2시를 기점으로 강세 폭을 소폭 확대했다.

    환율 문제와 관련해 변동성에 대응한다는 원칙에 변함없다, 물가 수준은 통화정책의 우선 고려사항이 아니다 등을 골자로 한 유상대 부총재의 특정 언론 인터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환율 레벨이 아닌 변동성에 대응한다는 말은 한은은 물론 대다수 중앙은행이 대외적으로 반복하는 원론이다.

    하지만 1,400원을 넘보는 달러-원 환율이 금리 인하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인식이 자자한 상황에서 해당 발언은 시장의 조기 인하 기대에 힘을 실었다.

    아무리 원론적인 발언이라 해도 그 시점의 시장 상황과 투자자들의 관심에 따라 가격에 민감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탓에 각 중앙은행은 금리 결정을 앞두고는 일정 기간을 묵언 기간으로 설정해 대외적으로 메시지를 내지 않는다.

    한은도 금통위 1주일 전부터 묵언 기간이다. 오는 11일이 금통위인 만큼 지난 4일부터다.

    이 총재 취임 이후 묵언 기간에 한은 수뇌부의 언론 인터뷰가 전해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이 총재는 모로코 출장지에서 묵언 기간에 한 방송과 실시간 인터뷰를 했다. 현지 출장을 동행한 정부 부처 출입 기자단과 간담회의 경우 간담회는 묵언 기간 전에 진행됐지만, 관련한 기사는 엠바고 설정으로 인해 묵언 기간에 표출됐다.

    당시 한은 내부에조차 묵언 기간에 특정 방송과 인터뷰를 진행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담당자들의 설명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내 경제나 통화정책과 관련한 발언은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었지만, 실상 인터뷰 전반은 해당 주제로 진행됐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다수 언론을 대상으로 해서 엠바고 시점 설정이 필요한 간담회도 아닌 한 특정 언론과 인터뷰를 굳이 묵언 기간에 표출되게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한은은 엄격하게 묵언 기간을 지켜왔다.

    필자의 오래전 경험도 있다.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의 쏠림을 억제하기 위해 고위 간부가 인터뷰를 자처한 적이 있다. 다음 날 오전 인터뷰 기사를 보내기로 했지만, 저녁 늦게 연락받았다. 다음 날이 묵언 기간 시작이니 그 전에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으면 부탁했다. 부랴부랴 밤 중에 기사를 내보냈다.

    현재 한은 집행부가 묵언 기간의 '장점'을 누린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2월 국회 업무보고나 그 전해 국정감사 등이 공교롭게 묵언 기간에 진행됐다. 당시 이 총재는 통화정책 관련한 질문에 금통위를 앞둔 만큼 자세히 답변하기 어렵다며 양해를 구하곤 했다.

    중앙은행이 묵언 기간에 메시지를 내지 않는 데 대한 비판을 들어본 적은 없다. 국회조차도 금통위를 앞두고는 업무보고나 국감 일정을 잡지 말아야겠다는 너그러운 입장이었다.

    하지만 한은 스스로가 묵언 기간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지 못한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오는 9일에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 한은의 첫 업무보고가 진행된다. 여당 중심으로 금리 인하 요구가 빗발치는 만큼 이와 관련한 질문도 집중될 게 뻔하다.

    한은 집행부가 묵언 기간을 이유로 질문에 대한 답변 피해 간다면, 스스로 머쓱하지 않을까 싶다. 원칙은 스스로 지킬 때 이에 대한 타인의 존중도 기대할 수 있다.

    [촬영 안 철 수]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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