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다시 회자되는 '삼의 법칙'…얼마나 정확했나 보니
  • 일시 : 2024-07-08 08:45:23
  • [뉴욕은 지금] 다시 회자되는 '삼의 법칙'…얼마나 정확했나 보니



    (뉴욕=연합인포맥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6월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 결과로 이른바 '삼의 법칙'이 다시 미국 언론의 헤드라인에 나오기 시작했다.

    [출처 :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및 미국국립경제연구소(NBER)]


    삼의 법칙의 정식 명칭은 '삼의 법칙 침체 지표(Sahm rule recession indicator)'다. 미국 실업률을 기반으로 미국 경기가 침체에 들어섰는지 파악하는 데 활용되는 지표다.

    삼의 법칙에 '법칙'이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었기 때문에 오랜 기간 공신력을 인정받은 지표로 생각될 수 있지만 실제 세상에 발표된 시점은 불과 5년 전이다. 지난 2019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코노미스트였던 클로디아 삼이 과거 경기침체와 실업률의 상관관계를 추적한 끝에 고안해낸 이론이다.

    이 지표는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중 기록했던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recession)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 경기침체는 경기후퇴로 진입하는 초기 국면을 가리킨다. 미국의 경기침체를 공식적으로 판가름하는 미국국립경제연구소(NBER)는 다양한 변수를 감안하지만 통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감소하면 경기후퇴로 정의한다.

    6월 고용 지표 결과로 삼의 법칙이 다시 거론되는 것은 경기침체 신호를 깜빡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삼의 법칙을 지표화한 경기침체 인디케이터를 보면, 지난 6월 기준 0.43%포인트로 계산됐다. 침체 판단 기준선인 0.5%포인트가 목전이다. 6월 미국 실업률이 4.1%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고안된지 5년밖에 안 됐지만 신뢰도가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삼의 법칙의 정확도와 신속성 때문이다.

    지난 1950년부터 미국에서 발생한 11번의 경기침체 중 1959년 한 번을 제외하면 모두 삼의 법칙이 들어맞았다. 1959년의 침체 때도 삼의 법칙은 거짓 양성(false positive)을 나타내긴 했으나 그때조차 6개월 후 미국은 경기 침체로 진입했다. 1970년대부터는 침체가 시작된 이후 2~4개월 구간에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삼의 법칙이 적용됐다.

    또한 삼의 법칙은 NBER이 공식적으로 경기 침체를 선언하기 훨씬 전에 미리 시장 참가자들이 침체를 가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삼의 법칙은 1950년 이후 평균적으로 침체가 시작된지 약 3개월 후에 발동됐다. NBER이 공식적으로 침체를 선언하기 훨씬 전이자 미국 GDP의 공개 시점보다도 크게 앞서 있다.

    NBER은 침체라고 판단되면 홈페이지(nber.org)에서 공식적으로 선언하지만, 상당히 후행적이다. 가령 NBER이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경기가 2020년 4월 바닥을 쳤다고 공식 선언한 시점은 2021년 7월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경기가 2007년 12월부터 정점을 찍고 침체가 시작됐다고 공식 선언한 시점은 2008년 12월이었다. 1년 이상의 간극이 있는 셈이다.

    정확도가 높고 침체 여부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데다 지표의 구성 요소와 공식조차 단순하기 때문에 삼의 법칙은 주목해서 나쁠 게 없는 데이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삼은 삼의 법칙이 미국 경기의 현재 위치를 나타내는 지표이지 예측 도구는 아니라고 거듭 강조한다.

    삼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삼의 법칙은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의 초기 국면에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indicator)일 뿐 예측 도구(forecast)는 아니다"라며 "미국 경제를 예측하는 다른 어떠한 법칙이거나 미국 경제가 아닌 다른 것에 관한 것은 삼의 법칙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2020년 연준을 떠난 뒤 컨설팅 회사 SAHM(stay at home macro) 컨설팅을 설립했다.

    삼은 "삼의 법칙이 예측 도구가 아니라 현재 지표라는 점을 구분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통상 침체를 예측할 때는 높은 수준의 정확도나 엄밀성이 요구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라며 "(정확도가 높지 않지만, 침체 예측 도구로 자주 거론되는)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의 인기만 봐도 그러하다"고 말했다.

    삼이 지표라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핵심 요소인 실업률이 경기 악화를 가장 늦게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경기가 둔화해도 적당한 수준이라면 실업률은 좀처럼 상승 전환하지 않는다. 기업들이 노동저장(labor hoarding)을 하기 때문이다. 노동저장은 경기둔화 때 기업이 재고용 비용 등을 고려해 해고하지 않고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대응하며 근로자 고용을 유지하는 행위다.

    달리 말해 기업이 노동저장을 중단하고 해고에 나서기 시작한다면 더는 버티기 힘들 정도로 미래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결국 고용 시장은 다른 경제 분야가 충분히 악화한 이후에야 경기 둔화를 뒤늦게 반영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런 이유로 삼의 법칙이 발동될 수준이라면 이미 미국 경제는 침체가 시작됐다고 판단할 근거가 있다.

    한편 삼은 이번 경기 순환에서 삼의 법칙이 틀릴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삼은 작년 11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삼의 법칙이 충족돼도 실제로는 침체가 아닐 수 있다면서 경제활동참가율이 상승하는 경우라고 단서를 달았다.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한다는 것은 앞서 고용시장에 참가하지 않았던 노동력이 추가로 공급된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실업률은 노동력 수급의 일시적 불일치로 상승할 수 있지만 기업 실적이 견고하면 결국 다시 낮아지고 삼의 법칙이 충족돼도 침체는 피할 수 있다고 삼은 밝혔다.

    또한 연준이 시의적절하게 기준금리를 내려도 삼의 법칙은 틀릴 수 있다고 삼은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연준은 금리를 내리지 않은 채 '불장난'을 하고 있다며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은 지난달 미국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나의 기본 시나리오는 현재 미국 경기가 침체는 아니라는 것이지만 침체는 실체적인 리스크고 연준이 왜 그런 리스크를 밀어붙이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현시점에서 실현 가능한 최악의 결과는 연준이 불필요한 침체를 유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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