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노잼이라"…Z세대 외면받는 아이비리그 비밀 클럽
(뉴욕=연합인포맥스) "아 예일 클럽이요.. 거긴 좀 뭐랄까 비싼데 '노잼'이라.. 요즘 젊은 친구들은 가입 안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최근 뉴욕 맨해튼 파크 애비뉴 일대를 지나가다 우연히 공사 중인 예일 클럽하우스를 지나치게 됐다. 맨해튼 44번가 밴더빌트 애비뉴에 자리 잡은 예일 클럽은 예일대 출신 동문만 출입할 수 있는 회원 전용 동문회관이다. 클럽하우스 내에는 배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레스토랑과 바, 커뮤니티, 도서관, 운동, 투숙 공간 등이 갖춰져 있다.
마침 예일대 출신 지인이 생각나 클럽하우스에 관해 물어보게 됐다. 지인은 예일대 로스쿨 출신으로 뉴욕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다 현재는 캘리포니아에서 법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0년생인 지인은 뉴욕에서 일할 때도 예일 클럽에는 가입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딱히 회원이 될 생각은 없다고 한다. 클럽 문화가 다소 고루해 매력을 못 느낀다는 게 이유였다. 그와 비슷한 나이대의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그는 말했다.
"100년 넘는 전통이 있고 내부도 고풍스럽게 해놔서 프라이드를 느끼게 해주는 것은 좋아요. 그런데 클럽에 주로 오는 분들이 연차가 꽤 있고 하우스 내 규칙도 답답하다고나 할까. 요샌 동문과 네트워킹할 경로도 얼마든지 있고. 비싼 돈 주고 굳이 이용해야 하나 싶은 게 있죠."
이같은 현상은 예일 클럽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배타적인 뉴욕 엘리트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아이비리그 클럽하우스들이 이제 젊은 세대의 외면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마침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주 이같은 내용의 기사를 다뤘다. 아이비리그 클럽들이 젊은 동문의 외면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클럽 규칙을 덜 답답하게 바꾸려 하지만 녹록지 않다는 내용이다.
WSJ은 "뉴욕 아이비리그 클럽들은 유행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며 "아이비리그 클럽들은 오래된 내부 장식과 평범한 음식, 여전히 일각에 남아 있는 복장 규칙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비리그 클럽들의 재정 상태는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동문회관인 펜 클럽은 1990년대 중반에 창립된 이후 10년간 매년 멤버십이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코넬대학교 클럽인 코넬 클럽은 2016년부터 매 회계연도에 28만달러에서 최대 210만달러까지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타격이 큰 곳은 프린스턴 클럽이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동문회관인 이곳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회원 수의 약 3분의 1을 잃어버렸다. 2021년에는 맨해튼 43번가에 있는 클럽 건물과 관련해 4천만달러의 대출을 채무불이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프린스턴 클럽은 결국 2021년 10월에 문을 닫았고 당해 12월 익명의 투자자가 800만달러에 건물을 인수해버렸다.
프린스턴 클럽은 아이비리그 클럽 중 두 번째로 역사가 깊은 클럽이었다. 1865년에 설립돼 가장 역사가 깊은 하버드 클럽 다음에 위치했다. 하지만 아무리 명문대라 한들 시대 변화에 뒤처지면 결국 외면받는 현실을 보여주는 게 프린스턴 클럽이다.
프린스턴 클럽의 전 직원인 스티븐 모랄레스는 "클럽을 더 세련되게 꾸미고 복장 규정을 평상복으로 바꾸면 젊은 동문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됐겠지만, 클럽에 자주 출입하는 나이 많은 임원 중 상당수가 큰 변화를 거부했었다"며 "그 회원들은 존경받고 있다"고 말했다.
프린스턴 대학 출신인 부동산 개발업차 데이비드 구트스타트는 "아이비 클럽은 여전히 비교적 동질적이라는 점을 내세우지만, 젊은 층은 뉴욕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환경을 찾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비리그 클럽들은 생존하기 위해 가입 조건도 완화하는 분위기다.
하버드 클럽을 제외한 모든 클럽이 다른 여러 대학의 동문을 '제휴 회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하버드 클럽을 제외하고 뉴욕에 남아 있는 4개의 아이비리그 클럽은 12개 이상의 대학교를 수용하고 있다.
예일 클럽의 경우 이제 최소 두 명의 기존 회원으로부터 추천받으면 예일대 출신이 아니어도 가입할 수 있다. 예일대는 이미 다트머스 대학교 동문도 이용할 수 있도록 회원 규칙을 바꿨다. 컬럼비아대 클럽은 펜 클럽에 세 들어 살고 있기도 하다.
회원비 환급 같은 프로그램도 활용되고 있다. 하버드 클럽은 2024년 졸업생의 경우 첫해 100달러를 내면 100달러짜리 기프트 카드를 준다. 펜 클럽처럼 젊은 층을 유인하기 위해 스피드 데이트 프로그램을 도입한 클럽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자잘한 노력으로 Z세대가 돌아올지는 미지수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것보다는 하버드 클럽이 살아남은 것처럼 실질적으로 직장 경력상 도움이 부분을 내세워 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하버드 클럽은 다른 클럽과 달리 여전히 재정적으로 부유하며 회원 수가 많은 데다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WSJ은 "아이비리그 클럽들은 여전히 충성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특히 사업 회의나 호텔 투숙 측면에서 클럽하우스가 더 편하다고 느끼는 중간 경력의 전문직과 장기 근무자가 그렇다"고 말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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