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실리콘밸리가 트럼프로 돌아선 1억가지 이유
(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 소셜미디어회사 메타플랫폼스의 마크 저커버그 창업자는 지난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가리켜 '배드애스(badass)'라는 표현을 썼다.
"도널드 트럼프가 얼굴에 총알을 맞은 직후 일어나 주먹을 위로 들어 올렸는데 (그의 뒤에는) 미국 국기가 있었죠. 그건 지금까지 제가 살아오면서 본 가장 '배드애스'한 것 중 하나였어요."
배드애스는 '나쁘다(bad)'라는 표현이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뭔가 거칠면서도 끝내주는'이라는 의미의 속어다. 트럼프가 피격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벌떡 일어나 주먹을 치켜드는 순간이 진짜 끝내줬다는 저커버그의 찬사다.
저커버그는 "그렇다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의 이같은 표현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저커버그는 트럼프와 악연이 깊기 때문이다.
저커버그는 지난 2020년 트럼프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대해 "분열적이고 선동적인 발언이 충격적이고 역겹다"고 했고 2021년에는 트럼프의 페이스북 계정을 2년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트럼프는 최근 대선에서 승리하면 저커버그를 감옥에 집어넣을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여전히 앙금이 남은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저커버그가 이같이 '전향'한 것을 두고 호사가들은 트럼프 당선에 보험을 들었다고 논평하고 있다. 하지만 저커버그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친민주당인 실리콘밸리의 거물들마저 트럼프로 돌아서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불안 요소다.
미국 셔우드뉴스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1억가지 이유'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셔우드뉴스는 미국 온라인 증권거래중개업체 로빈후드가 설립한 기술·금융 전문 매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두 번의 미국 대선 동안 피터 티엘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회장을 제외하면 실리콘밸리에서 트럼프의 지지자는 거의 0명이었다.
실리콘밸리 베이 지역 주민들은 2016년 대선과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에 각각 1억6천300만달러와 1억9천900만달러를 기부했다. 반면 2020년 트럼프 진영에 기부된 금액은 2천200만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혔다. 일론 머스크가 대선까지 매달 5천만달러를 트럼프 캠프에 기부하겠다고 공표했고 대형 벤처캐피털 a16z의 마크 안드레센과 벤 호로비츠 공동 창업자, 팔란티어의 공동창립자 조 론스데일,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 대형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아의 숀 맥과이어 등도 트럼프 진영에 줄을 댔거나 댈 계획이다.
미국 크래프트벤처스의 창립자이자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 마피아였던 데이비드 삭스는 자신의 X 계정에 트럼프 지지자들을 열거하며 "들어와라, 물이 따뜻하다"라는 말로 동참을 독려하기도 했다. 삭스는 지난 6월 자택에서 트럼프를 위한 모금 행사를 열어 1천200만달러나 끌어모았다.
안드레센과 호로비츠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벤&마크 쇼'에서 실리콘밸리가 이처럼 돌아선 이유를 꼼꼼하게 짚어냈다.
안드레센은 "나는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민주당 지지자로 보냈고 빌 클린턴과 앨 고어, 존 케리,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었다"며 "하지만 더는 민주당에 충성하지 않을 것이고 올해 대선에선 트럼프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바이든 행정부가 과도한 규제와 불필요한 과세로 스타트업을 억압하고 있는 반면 트럼프는 혁신을 도울 것이라며 무엇보다 현재 백악관이 인공지능(AI) 산업을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안드레센은 "우리가 스스로 가하는 모든 제한은 전 세계와 비교해 미국을 불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트럼프와 함께 한 만찬 자리의 일화를 소개했다.
호로비츠는 "트럼프는 우리에게 'AI는 매우 무섭지만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중국이 이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는 암호화폐 규제 또한 전체 분야를 전면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특히 두 사람이 트럼프로 돌아서기로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미실현 자본 이득에도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바이든의 계획이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순자산 1억달러 이상의 부자에게 미실현 자본이득을 포함해 모든 소득에 대해 연 25%의 세율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자본이득은 일반적으로 자산을 매각할 경우 최고 23.8%의 세율이 부과되지만, 앞으로는 미실현 자본이득에도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안드레센은 "미실현 자본소득에도 세금을 걷겠다는 바이든의 제안은 '마지막 지푸라기'였지만 결국 놓을 수밖에 없었다"며 "미실현 자본이득에도 세금이 부과되면 스타트업들은 기업가치가 증가할 때마다 세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럴 경우 벤처기업은 매년 포트폴리오에서 기업 지분을 처분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스타트업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고 사업을 그만두게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스타트업은 현금을 마련할 자산이 지분 말고는 없지만 미국 정부는 매년 꼬박 현금으로 세금을 가져간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안드레센 같은 벤처 투자자는 재산 중 상당수를 비상장 기업의 유동성 없는 지분으로 갖고 있다. 이들은 시장에 매각되지도 않은 지분에 대해 미리 세금을 부과하는 게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셔우드뉴스는 "미실현 자본이득세는 전체 벤처 생태계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벤처캐피털의 거물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고 그렇게 해야 할 이유는 1억가지나 되는 데다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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