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경제 다잡는다…예상 깨고 전방위 유동성 푼 中
7일물 역RP부터 1년·5년 LPR 금리 인하 발표
채권시장 직접 거론한 MLF…위안화 약세 주목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PBOC)이 전방위적인 유동성 풀기에 나섰다.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 회의(20기 3중전회)를 마치고 하반기 경기 부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제도에서는 채권시장을 직접 거론해 시장 쏠림 해결 방안을 추가했다. 향후 위안화 약세 가능성 등을 포함해 금융시장에 대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한 시간여 만에 정책 3개 '깜짝' 변경
22일 PBOC는 홈페이지 특별 공지 등을 통해 세 개의 정책 변경 사항을 발표했다.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금리를 10bp 인하(1.80%→1.70%)한 것을 필두로,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담보 여건 완화, 1년·5년 대출우대금리(LPR) 10bp씩 인하(1년 3.45%→3.35%, 5년 3.95%→3.85%)까지 이어졌다. 약 한 시간 안에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PBOC의 역RP 금리는 작년 8월 15일부터 1.80%를 나타냈다. 약 1년 만에 초단기 유동성을 확장하는 셈이다. 역RP는 우리나라로 치면 이른바 RP 매입이다. 금융기관들이 중앙은행으로부터 더 낮은 금리에 초단기 자금을 구할 수 있게 됐다.

초단기에 이어 단기·중기 금리까지 인하했다. 사실상 기준금리인 LPR 금리를 5개월 만에 낮췄다. 민간 경제 부문으로 자금을 더 내보내겠다는 신호를 강력히 전달했다.
PBOC는 중앙은행이 쉽게 관리하기 어려운 장기 시장금리에도 변화를 꾀한다. MLF 대출과 관련해 담보물의 단계적 감면(免)을 내걸었다. 구체적인 시행안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거래 가능 채권 규모를 늘린다'는 정책 목적을 고려하면 MLF 금융기관들에게 담보 채권 종류를 추가할 수 있다고 개별 통보할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결정은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다. 연합인포맥스 경제지표(화면번호 8808)에 따르면 LPR 금리는 동결이 점쳐졌다. 7일물 역RP 금리와 MLF 제도 변경은 모두 예정에 없던 일이다. 정책 방향이 결정되면 전격적으로 시행하는 PBOC의 특징이 재현됐다.
◇ 채권시장·성장률 삐걱…위안화 변동성 노출
중국은 이달부터 각종 경제·시장 지표에서 이상 현상이 감지됐다. 이달 초에 중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내려왔다. 올해 상반기에만 중국 지방은행들의 국채 순매수 규모가 전년 대비 61% 증가하는 등 매수세가 폭발한 영향이다. 중국 부동산 침체가 안전자산 선호를 줄기차게 이끌었다.
중국 성장률 부진은 채권시장의 수급 쏠림을 부추길 태세다. 지난 15일 발표된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질 성장률은 4.7%에 그쳤다. 세 분기 만에 4%대로 돌아왔다.
사실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자연스럽게 유동성이 풀리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무언가 잘못됐다고 PBOC는 분석한다. 금리 하락세가 과도해서다. 이 움직임이 되돌려지는 시나리오에서 중국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같은 돌발 이벤트를 염려한다.
이 때문에 PBOC는 시중은행으로부터 채권을 빌려와 금리 상승을 노렸다. 그럼에도 생각만큼 금리는 뜨지 않고 최저점에 다시 근접했다. PBOC가 이번에 MLF 제도 변화하면서, 국채가 아닌 다른 채권으로 수급을 이동시키는 함의가 담긴 이유다. PBOC는 "채권시장의 수급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더불어 금리인하로 경제가 살아나면 채권에서 다른 자산으로 투자자들이 옮겨간다. PBOC의 '깜짝' 인하에 복합적인 의도가 깔렸다.
전방위적인 완화책의 대가는 통화 약세가 지목된다. 자칫 중국 성장률과 증시 부양에 실패한다면, 위안화 공격 대상은 늘어날 것이다. 채권 금리의 저점 신기록도 바뀔 수 있다. 위안화는 아시아 주요국 통화 흐름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글로벌 변동성 확대를 염두에 둬야 한다.
당장 이날은 역RP 금리 인하를 발표했을 때만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이 소폭 상승했을 뿐 크게 반응하지 않는 상태다. LPR 인하폭이 지난 2월(25bp) 대비 줄어든 것은 위안화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날 증시도 지지부진하다.
핀포인트 자산운용의 장즈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금리인하는 중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라며 "PBOC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는 것은 경제의 하방 압력을 인식하는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연준의 인하 이후 PBOC가 또 금리를 내릴 수도 있지만, 통화정책이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도구는 아니다"며 "재정 정책도 역할을 해야 하며, 하반기 중국 경제 성과에 따라 지원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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