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집값' 강조 이유 있었네…상승 기대심리 '위험수위'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수도권 주택가격을 통화정책 결정의 핵심 변수로 명시한 배경이 확인됐다.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가 가격 급등기인 2021년 말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내는 등 '위험수위'로 올라섰다.
물가는 기대인플레이션이 3% 선 아래로 내리는 등 둔화 흐름이 뚜렷하지만, 집값 상승 기대 관리가 통화정책의 최대 현안으로 대두한 셈이다.
◇주택가격전망CSI 급등…집값 폭등기 2021년 이후 최고
25일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향후 1년 후 주택가격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는 주택가격전망CSI는 11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1월의 116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주택가격 급등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던 시기 수준으로 올랐다는 의미다.
주택가격 기대의 상승 속도도 가팔라지는 중이다. 주택가격전망CSI는 1월 92까지 내렸던 데서 꾸준하게 오르기 시작했고, 7월과 6월에는 각각 7포인트씩 급등했다. 한 달 오름폭으로는 지난해 5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한은이 조사하는 주택가격전망CSI는 실제 주택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향후 집값의 추가 상승 및 가계대출 증가 우려를 키운다.
한은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CSI와 한 달 후 실제 주택 매매가격의 상관관계는 0.87을 넘는다. 6개월 후 주택가격과 상관관계도 0.43으로 높은 수준이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빠르게 높아진 데는 금융 정책 및 통화정책 기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금융당국이 스트레스DSR 시행을 오는 9월로 두 달 연기한 점과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시장금리의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연기되면서 (부동산)거래가 늘었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하락한 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물가 잡혀가는 데 집값 난감…바뀐 '발등의 불'
한은은 지난 11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앞으로 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이 통화완화가 될 것임을 밝혔다.
물가의 목표 수렴이 가시권에 들어온 만큼 앞으로는 초과적인 긴축 수준은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실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2.4%까지 둔화했고, 좀처럼 3%대에서 내려오지 않던 소비자들의 1년 기대인플레이션도 추가 하락 흐름이 나타났다.
7월 조사된 기대인플레는 2.9%로 지난 2022년 3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3% 선을 하회했다.
한은은 하지만 향후 금리 인하 사점을 결정할 요인으로 "외환시장, 수도권 주택가격, 가계부채 등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은 법상 목적에 금융안정이 추가된 이후 통방문에 '수도권 주택가격'이 명시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금통위 내에서 지난 정권에서 일어났던 폭발적인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의 급증이 되풀이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취임 초기 가계부채 관리를 "총재가 된 이유"라고 하는 등 디레버리징의 필요성을 한층 강조했다. 특히 부동산으로만 자금이 쏠리는 우리나라의 고질적 현상에 대해 "나라 망하는 길"이라는 직설적인 경고도 내놓은 바 있다.
주택가격 향배가 금리 인하 시점과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한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금통위에서도 대부분의 위원이 부동산 시장 상황을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또한 상당수 위원이 물가 안정에도 부동산 시장 및 부채 문제가 진정되지 못한다면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금통위에서는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이 3개월 후인 10월에도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표한 바 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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