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캐리 공포가 증시에 미칠 영향 살펴보니…"2000년대보단 제한적" 이유는
지난 2주간 엔화 선물 순매도 7만계약 언와이딩…11만계약 남았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경기 둔화 우려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가 더해지며 지난주 코스피 2,700선이 깨졌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엔 캐리 공포가 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엔화 선물 순매도 포지션 2주간 7만계약 축소…10만7천계약 남았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엔화는 달러 대비 약 3.2% 오르면서 주요 통화 중 가장 강세를 보였다.
일본은행(BOJ)에서 4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1%에서 0.25%로 인상한 영향이다.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금리 수준이다. BOJ는 국채 매입도 기존 월 6조엔 규모에서 2026년 3월까지 3조엔 내외로 매입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달러-엔 환율이 하락하면서 엔 캐리 수익률을 의미하는 트레이드 지수도 속락했다. 캐리 매력도가 줄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부상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는 통화 선물거래 포지션, 국제수지표에서 집계된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외은 지점의 엔화 차입과 본점 송금액 규모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집계한 비상업 엔화 선물 순매도 포지션은 달러엔 환율이 160엔을 상회했을 때 18만4천계약까지 늘었다.
그동안 레버리지 투자자들은 엔저를 활용해 엔화로 자금을 조성하는(Yen-Funded) 거래를 확대해왔고, 이는 빅테크를 비롯한 수익자산에 투자됐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추정한다.
하지만 BOJ 정책 정상화가 이뤄지면서 지난 23일 기준 10만7천계약으로 축소됐다. 7월 중순부터 약 2주간 7만4천계약의 엔화 선물 순매도 언와이딩이 진행된 것이다.
기술주 상승 피로감과 엔저 전환 분위기에 따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물량이 쏟아졌다고 하나증권은 분석했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잠시 뒤에 두었던 BOJ 통화정책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여부가 하반기 떠오르는 중요 포인트가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거주자가 보유한 해외 주식과 채권 규모는 올해 1분기 기준 각각 2조1천달러와 2조3천달러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보다 주식은 늘었고 채권은 감소했다.
일본에 진출한 외국인 일본지점의 본지점 간 송금액을 살펴보면 2005년~2007년 중 20조엔을 상회하다가 2010년 5~10조엔으로 줄었고, 현재는 10~15조엔 규모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2000년대와 다른 점, 엔 캐리 영향 외환시장 집중…자산시장 연계 제한
신한투자증권은 2000년대와 달리 엔 캐리 트레이드가 외환시장에 집중됐고 자산시장과의 연계는 제한된 것으로 추정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과 다른 나라 간 금리 차 확대에도 2022년 이후 미국 등 선진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이후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 경계 속에 위험선호 약화가 엔 캐리 트레이드를 제한했다"며 "2000년대와 달리 일본 주식시장의 강세로 상대 수익률 측면에서 해외투자 유인을 약화했다"고 판단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간 통화정책 차별화가 완화할 경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이는 엔화 가치 변동에 집중돼 이뤄질 것이며 주식과 채권 등 다른 자산까지의 가격 변동성 확대는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단기적인 수급 영향은 불가피하지만, 우려가 과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단기적인 수급 영향은 불가피하지만, BOJ 금리 인상이 빠른 속도로 단행되긴 어렵기 때문에 이 또한 우려가 과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화 강세는 단기 저점(달러엔 환율 기준 148엔 전후)을 형성하는 과정으로, 이번주 중 엔화 강세가 진정하고 빅테크 및 나스닥 반등세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캐리 트레이드 청산 매물이 출회될수록 오히려 변동성은 잦아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엔 캐리 공포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하 연구원은 "자산시장과 연계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단기에는 제한됐으나 1990년대 이후 누적된 규모가 상당하다"며 "예상과 달리 경기 급랭 속에 급격한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엔 캐리 트레이드의 추가 청산으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동반될 가능성도 잔존한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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