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삼의 법칙' 발동에 월가는 갑론을박
  • 일시 : 2024-08-05 09:28:35
  • [뉴욕은 지금] '삼의 법칙' 발동에 월가는 갑론을박



    (뉴욕=연합인포맥스)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7월 미국 고용지표로 미국 경기침체를 가늠하는 이른바 '삼의 법칙(Sahm Rule)'이 발동된 후 월가에선 그 유용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삼의 법칙은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중 기록했던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

    미국 7월 실업률이 4.3%까지 오르면서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와 앞선 12개월 중 기록했던 최저치의 괴리를 산출한 결과 0.53%포인트로 나타났다. 삼의 법칙 기준선을 충족하면서 최소한 해당 법칙상으로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삼의 법칙이 발동됐음에도 미국 경제가 침체로 접어든 것은 아니라는 반박도 월가에선 나오고 있다.

    일단 삼의 법칙을 고안한 클로디아 삼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코노미스트부터 미국 경기는 아직 침체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미국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7월 미국 실업률 결과로 삼의 법칙이 발동된 것은 맞다"라면서도 "현재로선 우리가 침체로 접어들었다고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삼은 "가계 소득이 여전히 증가하고 있고 소비자 지출과 기업 투자는 탄력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의 핵심 지표들 또한 여전히 좋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삼의 법칙을 처음 정립했을 때의 미국 경제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경제가 체질이 달라졌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번에는 (삼의 법칙이 발동됐더라도 과거와) 진짜로 다를 수 있다. (삼의 법칙은) 그것이 과거에는 우리에게 알려줬던 것을 이번에는 말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최근까지 이민자가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는 한편 사람들이 노동력에서 이탈하면서도 노동자 부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부분들은 모두 삼의 법칙에서 핵심 요소인 실업률 속에서 변화가 있다는 점을 드러낼 수 있다."

    삼이 아직은 미국 경기가 침체로 접어들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삼의 법칙이 이번에는 틀렸다는 말도 하지는 않았다. 팬데믹 이후의 미국 경제가 워낙 전인미답의 영역인 만큼 과거 통계를 바탕으로 정립한 규칙성이 이번에도 들어맞을지 현재로선 본인도 확신 못 한다고 보는 게 맞다.

    삼이 아직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데는 해당 법칙이 발동됐더라도 실제 침체가 확인되기까지 시차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1950년부터 미국에서 발생한 11번의 경기침체 중 1959년 한 번을 제외하면 모두 삼의 법칙이 들어맞았다. 1960년의 침체 때도 1959년 11월 삼의 법칙은 거짓 양성(false positive)을 나타내긴 했으나 그때조차 5~6개월 후 미국은 경기 침체로 진입했다. 1970년대부터는 1974년을 제외하면 침체가 시작된 이후 2~4개월 구간에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삼의 법칙이 적용됐다.

    [출처 : 뱅크오브아메리카]


    삼의 법칙에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통계적 규칙성의 하나로 차분하게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진영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삼의 법칙이 발동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질문에 "삼의 법칙은 경제적 법칙(economic rule)이라기보단 통계적 규칙성(statistical regularity)"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적 법칙은 무엇인가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것에 대해 말해준다"며 "우리는 이미 수익률 곡선 역전과 같은 '법칙'처럼 보이는 것들이 어긋나는 것을 봐왔다"고 말했다. 삼의 법칙은 경제적 법칙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그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경기침체가 반드시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 셈이다.

    Tker의 샘 로 분석가는 야후 파이낸스에 기고한 글에서 "과거에 어떤 일이 여러 번 일어났다고 해서 미래에도 꼭 다시 일어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삼의 법칙 또한 자연의 법칙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적 규칙이고 이는 삼 또한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의 경기주기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수의 일자리 공석과 함께 해왔는데 이는 비정상적으로 강한 수요가 있다는 신호"라며 "이는 일자리 감소가 실업률 증가로 이어진다는 기존 이해(베버리지 곡선)와 실업률 증가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필요하다는 이해(필립스 곡선)에 도전하는 것이지만 이 모든 것이 삼의 법칙과 베버리지 곡선, 필립스 곡선 모두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점은 경제가 복잡하기 때문에 통계적 규칙성에 도전하는 사건이 발생하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경제는 셀 수 없이 많은 유동적 요소로 구성되는 만큼 가끔은 그중 일부가 너무 비정상적으로 작동해서 오랜 세월 검증된 지표가 무너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삼의 법칙이 이번에도 침체를 정확히 가리켰는지 확인하려면 통계적으로 몇 개월의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적어도 미국국립경제연구소(NBER)는 아직 경기침체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NBER은 통상 미국에서 경기침체를 공식적으로 판가름하는 기관으로 통한다.

    [출처 :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NBER은 경기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확고한 규칙은 없다. 다만 비농업 고용, 운송을 제외한 인플레이션 조정 개인 소득, 인플레이션 조정 소비자 지출과 산업 생산 등에 특히 중점을 두고 판단한다.

    이 가운데 어떤 지표도 1년 전과 비교해 마이너스로 돌아선 수치는 아직 없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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