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에 주식시장 뒤집혀도 원화 충격파 적은 배경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미국의 비농업 고용 지표 충격에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과 일본의 주식시장이 급락했지만 원화는 엔화와 함께 견조한 양상을 보였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코스피, 코스닥 모두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프레이커가 4년 만에 발동되고, 일본 닛케이지수도 10%대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8%대 급락했고, 코스닥지수는 11%대 추락했다.
하지만 달러-원 환율은 상대적으로 견조하게 버텼다.
5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장중 한때 1,355.0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장막판 외국인 주식 순매도 관련 달러 매수가 부각되면서 저점 대비 20원 가까이 반등했지만 주식시장 급락에 비하면 원화 약세폭은 제한적이다.
통상 경기 침체우려와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되면 달러 대비 원화가 약세를 보였지만 이같은 흐름이 크게 달라진 양상이다.
◇미국發 경기침체 우려, 달러 약세 전환 가능성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경기 침체 우려가 미국 고용지표 부진에서 촉발됐다는 것이다. 이는 달러 약세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미국 7월 비농업 고용은 11만4천명 증가하면서 시장 예상치인 17만명대를 크게 밑돌았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은 4.3%로 높아졌다.
앞서 미국 고용시장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약해지고 있는 점은 오랫동안 지속된 달러 강세 기조를 되돌릴 시그널로 인식됐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지난 1일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8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경기 위축을 예고하는 수치다. 특히 PMI 지표 중 고용지수는 43.4로 2020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OE)는 지난 3일 보고서에서 "크로스에셋 심리 지표는 이번주 시장 변동에 따라 위험회피 신호를 보이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재설정되면서 단기적으로 대형 기술주가 주도하던 주식시장이 더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OE는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과도해 연준의 완화 사이클이 시작되면 주식시장이 다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고용지표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 시그널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달러 약세가 시작될 가능성을 짚어내고 있다.
글로벌 달러인덱스(화면번호 6400)는 102.63대로 하락하면서 지난 3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위험회피 속 엔화 강세에 달러 롱스탑
미국 뉴욕증시 급락에 이어 아시아 증시가 급락한 점은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를 촉발했다.
경기 침체 우려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에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심지어 일본 닛케이지수가 급락했음에도 엔화는 강세로 가는 양상이 펼쳐졌다.
달러-엔 환율은 장중 141엔대로 추락했다. 이는 지난 7월 3일에 162엔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확연히 달라진 흐름이다.
위험회피에 안전자산선호가 부각된 가운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뤄지면서 엔화 강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집계한 비상업 엔화 선물 순매도 포지션은 2022년말 3만8천계약에 불과했지만 달러-엔 환율이 160엔을 웃돌았을 때는 18만4천계약까지 늘었다"며 "7월초 이후 미국 금리인하 기대가 강화된 가운데 일본은행(BOJ) 정책 정상화가 이뤄지면서 엔화 선물 순매도 포지션은 7월23일 기준 10만7천 계약으로 축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간 통화정책 차별화가 완화될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엔화 가치 변동에 집중돼 이뤄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와타나베부인 못지않은 서학개미, 위험 회피에도 원화 충격 제한
서울환시는 장기간 약세를 보이던 엔화의 강세 전환과 함께 글로벌 달러 약세는 일부 원화 강세를 지지할 요인으로 봤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이 추락을 면치 못했음에도 원화는 상대적으로 충격파가 덜한 양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달러화 약세 기대가 나타난 데다 해외주식 투자 자금의 청산 기대도 컸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올해 상반기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주식·채권) 보관액이 1천273억3000만달러(약 175조원)로 집계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미국 주식시장 급락이 캐리트레이드 청산을 유발하는 과정에서 서울환시로의 달러 자금 유입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자산 가격 하락을 충격이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한 증권사 외환딜러는 "10년 이상 해외투자 자금이 많아지면서 예전 같으면 자산 가격 폭락시 달러-원 환율이 급등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달러-엔 환율이 141엔대까지 밀리면서 달러-원 환율도 동반해서 밀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장막판에는 외국인 주식 순매도 관련 달러 매수가 나오면서 유동성 없는 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하락분을 커버하고 올라갔다"며 "뉴욕증시가 더 무너지면 커스터디 관련 자금이 움직이면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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