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진단] 요동치는 달러-엔 환율, 엔캐리보다 위험한 요인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한국, 일본 등 아시아증시와 달러-엔 환율이 요동친 가운데 미·일 금리차 축소의 영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엔화 강세 전환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뿐 아니라 그동안 엔화 약세 기조를 바탕으로 움직이던 투자 사이클도 바뀔 수 있다. 이는 글로벌 자산군 재배분 과정에서 포지션 청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엔화에 대한 숏(매도) 포지션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6일 CME그룹의 비상업 엔화 선물 순매도 포지션은 지난 7월 9일 18만2천계약(1계약당 1천250만엔)에서 지난 7월30일 7만3천460계약으로 절반 이상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달러-엔 환율이 하락세(엔화 강세)로 꺾이면서 장기간의 엔화 약세 기조가 바뀌는 시점이 되자 엔화에 대한 매도 포지션이 급감했다.
하지만 아직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이 본격화되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기본적으로 엔화를 차입해서 고금리, 고수익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인데 엔화 강세 초반에 본격적인 엔화 자금의 본국 송환이 일어나지는 않았다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선물 순매도 포지션은 줄었지만 일본인들의 해외투자 규모나 외국인 엔화 차입 규모, 일본 외은 지점의 본점 송금액 등은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주에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증시가 충격을 받은 것은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보다 헤지펀드들의 포지션 청산 영향이 크다고 봤다.
하 연구원은 "달러-엔 환율 상승에 베팅하면서 나스닥 롱, 일본 주식 롱 포지션을 구축해 놓은 헤지펀드들이 달러-엔 환율이 급락하자 손실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청산이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헤지펀드들이 엔화 약세와 함께 추세 추종 전략의 대상으로 본 주가지수는 주로 미국 나스닥지수. 대만 TWSE 지수, 한국 코스피, 일본 닛케이 지수였을 것으로 예상됐다.
뉴욕증시는 계속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최악의 하루를 보냈던 아시아증시는 하루 만에 반등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8%대 급락 후 3%대 반등했고, 닛케이225지수는 전일 12.40% 급락한 후 이날 8%대 올랐다.
달러-엔 환율이 현 수준에서 얼마나 더 떨어질지 여부는 달러-엔에 연계한 펀드나 투자 포지션의 청산에 영향을 줄 만한 중요한 변수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7월에 6% 이상, 8월 들어서도 2% 이상 하락한 상태다.
추가 엔화 강세 여부의 핵심 열쇠는 미국과 일본 간의 금리차 영향이 크다.
현 수준에서 일본은행(BOJ)의 금리인상이 더해지지 않더라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가 가파르게 나타나면 미·일 금리차는 빠르게 축소된다.
만약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불거진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미국 금리인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 달러 약세, 엔화 강세의 흐름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향후 달러-엔 환율 하락세는 전일과 같은 패닉을 나타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 연구원은 "미·일 금리차를 고려한 균형환율 관점에서 달러-엔 적정 환율은 135.00~140.00엔 정도"라며 "아직은 달러-엔 환율이 적정 환율 수준보다 좀 더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추가적으로 달러-엔 환율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해소되면 달러-엔 적정 환율이 올라갈 수도 있어 향후 영향은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가 이미 글로벌 달러 약세로 반영되고 있는 점은 달러-엔 환율 하락의 충격이 이번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도 달러-엔 환율 하락의 여파는 제한적으로 나타났으나 증시 움직임에 따른 변동성은 불가피한 양상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달러-원 환율은 글로벌 증시 조정 국면에 당분간 변동성이 클 것"이라며 "하지만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가 지속되는 이상 증시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면 결국 원화도 엔화, 위안화 강세를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달러화는 유로, 엔화 대비 약한 상태로 외환시장이 미국 침체 우려에 따른 위험회피보다 미 연준의 9월 빅컷(큰 폭 금리인하), 또는 연말 금리 인하폭 확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미 달러화 지수는 연내 미 연준이 125bp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yjung@yna.co.kr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