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용의 글로브] 연준 긴급조치 가능성은
(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년에 8차례 열리는 정례 통화정책회의(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다만 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발생한 경우 긴급회의를 통해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연준의 긴급 금리 인하를 시장에선 정례회의 사이에 이뤄진 조치라는 뜻으로 '인터 미팅 컷(inter-meeting cut)'이라고 부른다.
긴급 금리 인하의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사태 당시의 '빅컷(50bp 인하)' 조치다. 그 밖에도 연준은 2008년 10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2007년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2001년 9월 9.11 테러, 2001년 1월 IT 버블 붕괴, 1998년 10월 러시아 금융위기 등에 대응해 25~75bp 보폭의 긴급 금리 인하 조치를 단행했다.(사례 정리: 챗GPT·젠스파크 등 AI툴 활용.)
이번 주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에 연준이 경제 불안을 완화하고 시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긴급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주초인 5일 일본 닛케이지수가 1987년 10월 20일 '블랙 먼데이' 충격 이후 가장 큰 낙폭(12.4%)을 기록하는 등 아시아 증시가 폭락하고, 뒤이어 열린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3% 안팎 급락하는 등 '매도 공황' 분위기가 연출되면서다.
앞서 지난 주말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고용 11만4천명 증가·실업률 4.3%로 상승)가 충격적일 정도로 부진하게 나오면서 경기침체의 가늠자로 알려진 '삼의 법칙(Sahm Rule)' 발동 기준이 충족되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증폭된 데 따른 것이다. 삼의 법칙은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중 기록했던 최저치보다 0.50%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 7월 실업률 발표 결과 해당 수치는 0.53%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증시 강세론자'로 손꼽히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제러미 시겔 교수는 5일 CNBC 방송 인터뷰에서 "(현재 5.25~5.50% 수준인) 미국의 기준금리가 3.5∼4.0%에 있어야 한다"며 "연준이 고용시장 하강에 대응해 75bp 규모로 기준금리 긴급 인하에 나서야 하며, 9월 FOMC에서 75bp의 추가 인하도 시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증시 기술적 분석의 고전인 '엘리어트 파동이론'을 저술한 로버트 프렉터도 같은 날 "연준은 7월 31일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25bp 인하할 좋은 기회가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것은 큰 실수였다고 생각한다"며 "연준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9월 이전에 이례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과도한 시장 낙관론에 대해 경고해왔다.
다만 긴급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연준이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사태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이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긴급 금리 인하 조치를 단행해 왔다. 닛케이지수가 지난 5일 폭락 후 하루 만에 사상 최대폭으로 상승(6일·10.2%)하고, 뉴욕증시 주요 지수도 1% 안팎 반등하는 등 현재 시장 상황은 훨씬 양호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초 발표된 미국의 7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48.8)보다 높은 51.4를 기록하며 확장세를 나타냈다. 앞서 발표된 7월 고용보고서에서 허리케인 베릴 영향으로 일을 하지 못했다는 응답자가 폭증, 삼의 법칙이 실제 작동했는지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는 점 역시 경기침체 돌입 여부를 확신하기 어렵게 하는 포인트다. (2024년 8월 3일 오전 4시 32분 송고된 '[글로벌차트] 허리케인 영향 있었나…"날씨 탓 일 못했다" 폭증' 제하 기사 참조.)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지진 않을 것이라면서 연준의 긴급 금리 인하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9월 전에 무언가를 보게 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경제 데이터와 연준의 메시지를 기반으로, 가을에 한두 번의 금리 인하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보다 하루 앞선 5일 시장에 충격을 안긴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에 대해 "하나의 데이터 포인트에 반응하지 않는다. 데이터의 전체성을 본다"며 시장을 달래는 모습을 보였다.
연준의 다음번 정례회의는 현지 시각으로 다음 달 17~18일에 열린다. 우리 시간으론 추석 연휴 직후인 같은 달 19일 새벽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때까지 금융시장의 안정이 유지될지, 아니면 연준이 칼을 빼 들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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