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헌의 투자보국] 연금 자산운용의 위기
  • 일시 : 2024-08-07 10:10:00
  • [장동헌의 투자보국] 연금 자산운용의 위기



    전 세계 연기금의 자산규모가 확대되면서 투자활동도 초미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캐나다 최고경영자들이 자국 연기금들의 국내 투자 확대를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캐나다의 연금제도 및 자산운용체계는 전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주요 연기금들은 캐나다 국기의 단풍나무 문양을 상징하는 '메이플 8'이라고 불리며 다양한 자산을 전 세계에 직접 투자하여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것은 바로 전 세계 최고의 연금 지배구조에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러한 여건에서 연금의 자산운용에 외부에서 개입하려는 시도가 나올 수 있는지 매우 궁금했다.

    팬데믹 이후 각국은 확장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을 통해 충격을 완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경제 정상화는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또한 탈세계화, 포퓰리즘 강화, 자국 이익 우선주의 등으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는 정책이 일반화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연기금 자산운용에 개입하는 정책이 수익자의 장기수익률을 달성하는데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데 있다. 주요 사례는 미국 및 캐나다 연기금의 중국 기업 투자 제한, 영국 연기금의 자국 내 투자 확대 유도 등이 있다. 특히 금년은 미국 대선, 프랑스와 영국 총선 등 주요국의 정치적인 이벤트가 집중되어 정치적인 개입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캐나다의 연금 자산 규모는 약 3조 달러로 세계 4위의 국가이다. 그러나 인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보다, 경제 규모는 텍사스주보다 작다. 주요 산업은 에너지, 금융, 소재에 집중되어 분산투자를 위해서는 국내 투자만으로는 어려움이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년간 고금리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여 경기 침체의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연기금의 국내 투자 확대 요구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최대의 연기금 CPPI는 전 세계 연기금 중 장기수익률이 우수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다른 캐나다 연기금보다 더욱 해외투자에 중심을 두고 있어 총자산에서 해외투자 비중이 86%에 이른다. 연기금 전체의 국내 주식 비중은 2013년 33%에서 2022년 18%로 감소하였다. 캐나다가 전 세계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8%에 불과하여 상당한 자국 편향성(Home Bias)이 여전히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캐나다 연기금은 대체투자 비중이 비교적 높은데 국내의 전략적 인프라 자산은 주로 정부 및 공공기관이 소유하여 주로 해외에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캐나다에서 주요 인프라 자산은 규모의 경제성 부족, 국민의 민영화 인식 부족 등으로 연기금이 투자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캐나다 정부는 연기금의 국내 투자 확대를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연기금의 국내 투자 확대를 강제하는 것은 수익자들의 연금 안정성 확보를 해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따라서 상당 부분 국내적인 요인으로 연기금의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는 인프라 자산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호주 및 인도처럼 국내외 연기금의 인프라 투자자금을 유치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3대 연기금인 한국의 국민연금은 지난 30년 이상 장기 수익률 제고를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해 왔다. 현재의 국민연금제도는 지속 가능성에 논란이 있으나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는 뚜렷한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은 수익률 제고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총자산의 48.4%를 국내 자산에 투자하고 있어 캐나다에 비해 국내 투자 비중이 비교적 높다. 그러나 수익률 제고를 위해 장기적으로 국내보다 해외 비중을 높이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은 2019년 34.9%에서 2023년 51.6%로 증가했고 2028년까지 약 6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자산 배분의 변화는 장기간 해외자산의 수익률이 우수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부터 2023년까지 해외 주식의 평균수익률은 11.04%로 국내 주식 6.53%의 두배에 육박한다. 따라서 국내 주식은 2023년 말 14.3%에서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라 2029년 말 13%까지 축소할 계획이다. 한국이 전 세계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3%에 불과하여 자국 편향성이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에 국내에서 상당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연금 건전성이 캐나다처럼 우수하다면 걱정은 덜 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할 때 수익률을 극대화시키는 것만이 연금 자산운용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장동헌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행정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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