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물가 걱정…중동정세 불안 예의주시
[https://youtu.be/QK8DmQ0iQgM]
※이 내용은 8월 7일(수)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최욱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올해 하반기부터 2%대 초중반으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됐던 물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문제가 됐던 기름값과 농산물값에 대한 불안 요소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정부가 물가 관리를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은 어떤 게 있는지 정책금융부 최욱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던 물가가 최근 들어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요.
[최욱 기자]
그동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치러왔는데요. 올해 들어 이제는 인플레와의 전쟁이 끝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금리 인하 전망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물가만 놓고 보면 아직 확실히 안정됐다고 말하기엔 애매한 구석이 있다는 점인데요. 최근 물가 상승률 흐름만 보더라도 4월 2.9%, 5월 2.7%, 6월 2.4% 이런 식으로 낮아지다가 7월에 2.6%로 다시 올라갔거든요.
2년 전이죠. 2022년 하반기 5~6%대로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안정된 흐름인 건 맞지만 여전히 물가 안정 목표인 2%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정부도 물가가 안정됐다는 표현은 쓰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물가 둔화세가 지속하고 있다는 식으로 진단을 하고 있고요.
[앵커]
통화당국이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각종 미시적인 대책을 내놓는데도 물가 잡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군요.
[기자]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란 명언이 있습니다. 저는 올해 물가 흐름을 보면서 이 말이 떠올랐는데요.
이번 방송을 준비하면서 제가 언제 물가 얘기를 했었는지 한번 찾아봤습니다. 3월 초에도 물가를 주제로 다뤘더라고요. 놀라운 건 5개월 전과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우선 그때나 지금이나 물가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수요 측이 아닌 공급 측에 있다는 점이 같은데요. 쉽게 말해 시장에 공급되는 상품의 가격이 높아서 물가가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물가 관리의 책임이 있는 정부 입장에서도 난감한 상황인 거죠.
[앵커]
해외에서는 '스티키 인플레이션', 즉 '끈적한 물가'란 표현도 쓰던데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네요. 공급 측 요인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얘기하는 건가요.
[기자]
네. 대표적인 품목은 바로 석유류입니다. 지난달에 주유소를 가보신 분들은 휘발유값이나 경유값이 만만치 않게 올랐다는 걸 체감하셨을 텐데요.
통계청에서 발표한 수치를 보면 이런 체감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7월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8.4% 올랐는데요. 6월 4.3%에 비해 상승률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2022년 10월 10.3% 상승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기도 합니다.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상승률도 각각 7.9%, 10.5%에 달했고요.
어떤 특정 품목이 물가 상승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 보려면 기여도라는 수치를 보면 되는데요. 7월 석유류의 물가 상승 기여도는 0.32%포인트였습니다. 6월 기여도가 0.16%포인트였으니까 한 달 만에 정확히 두 배가 뛴 셈입니다.
[앵커]
기름값은 보통 국제유가와 연동이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최근에 국제유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인가요.
[기자]
통상적으로 국제유가 변동은 국내 주유소 가격에 2~3주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됩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보면 7월 초까지 오름세를 보이다가 중순 이후 가격이 떨어지는 흐름을 보였는데요.
현재 가격을 보면 배럴당 75달러 정도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입니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에는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국제유가가 떨어진다는 건 국내 물가에는 호재로도 볼 수 있겠네요.
[기자]
네. 현재까지 흐름만 보면 그 말도 어느 정도 맞습니다. 문제는 국제유가를 자극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곳곳에 있다는 점인데요.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재점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중동 정세 불안입니다. 요즘 외신을 보면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중동 정세 불안이 다시 부각될 경우 금융시장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래도 중동 지역의 특성상 국제유가가 뛸 가능성이 큽니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 하반기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앵커]
국내에서 유통되는 석유류 가격은 국제유가 외에도 또 영향을 받는 요소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휘발유나 경유에는 유류세라는 세금이 붙습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그동안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해왔는데요. 지난달부터 인하 폭이 조금 줄었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휘발유는 인하율이 25%에서 20%로 축소됐고요. 경유는 37%에서 30%로 낮아졌습니다. 유류세 인하율이 내려가면 반대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올라가게 되는데요.
이번 유류세 인하율 축소로 인해 휘발유값은 리터당 41원, 경유는 리터당 38원 올라가는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앵커]
정부는 물가가 아직 안정된 건 아니라고 하면서도 왜 유류세 인하 폭을 줄인 건가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질 수 있을 듯 한데 설명을 해주시죠.
[기자]
원래 유류세 인하는 물가 안정이나 소비 진작을 위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쓰는 정책 수단입니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유류세 인하의 경우 2021년 11월부터 시작돼 3년 가까이 이어져오고 있는데요.
이 정도면 한시적인 조치라고 말하긴 어렵기 때문에 언젠가는 환원을 시켜야 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유류세 인하로 인해 연간 6조~7조원 정도 세수가 덜 걷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수 펑크도 막아야 하는 정부 입장에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던 거죠.
그래서 정부에서 꺼낸 카드가 유류세 인하율 축소였습니다. 다만, 이 조치도 이달 말까지 시행될 예정인데요. 8월 중순에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완전히 종료할지, 아니면 현재의 인하 폭을 유지하거나 또다시 축소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유류세 인하를 종료하거나 인하 폭을 추가적으로 줄일 경우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어 고민이 큰 것이고요.
[앵커]
역시 복잡한 내막이 있었네요. 석유류 말고도 물가 불안을 야기하는 품목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하나를 더 꼽자면 농산물인데요. 그 중에서도 정부는 채소값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집중호우로 전국적으로 피해가 컸는데요. 비가 많이 오면 상추, 깻잎, 시금치 같은 작물들이 피해를 많이 입게 됩니다. 수해를 입은 작물은 공급에 차질이 생겨서 가격이 오르게 되고요.
사실 이런 개별 품목들을 하나씩 보면 물가 지수에서 가중치가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하지만 한두 작물의 가격이 오르면 다른 채소들도 연쇄적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건데요.
또 8월 들어서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어서 배추, 무 등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작물의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앵커]
기후 영향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매년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일 텐데, 참 걱정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네요.
[기자]
채소류 물가를 보면 눈에 띄는 부분이 있는데요. 7월 채소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로 보면 1.6%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전월비로 기준을 바꾸면 6.3% 상승한 것으로 나옵니다.
이런 수치는 올해 6월보다 7월에 채소 가격이 올랐지만, 작년 7월엔 더 비쌌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1년 전 기사를 찾아보니 지난해 7월에도 폭우 탓에 채소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돼 있더라고요.
이상기후가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이로 인한 물가 상승은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정부는 하반기 물가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고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지는데요.
[기자]
물가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기재부 당국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7월이 조금 튀는 달일 뿐 8월부터는 다시 물가가 2%대 초중반으로 둔화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정부가 예상하는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2.6%입니다. 7월까지 물가 누계비가 2.8%니까요. 2.6%를 달성하려면 남은 기간 2%대 초중반으로 내려가야 목표 달성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런 전망에는 항상 단서가 붙는데요. 바로 '추가적인 충격이 없다면'입니다. 기재부에서 말하는 추가적인 충격은 제가 앞서 말씀드린 중동 불안 재확산이나 이상기후 등이 있을 텐데요.
두 가지 모두 정부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최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급박한 상황이 발생하면 필요 시 상황별 대응 계획에 따라 적기에 대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연합인포맥스 정책금융부 최욱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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