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①] 경상흑자 순풍에도 외환시장 '시큰둥'
[편집자 주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투자가 서울환시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원화 강세가 제한적인 현상과 글로벌 증시 급락 이후 서학개미들의 투자 행태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기사를 연이어 게재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가 국내 금융시장의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음을 세 꼭지에 걸쳐 살펴봅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경상수지가 기록적인 수준의 흑자를 나타내고 있지만 외환시장 반응은 미온적이다.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증권투자 확대가 경상흑자의 달러 공급을 상쇄하고 있어서다.
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는 377억 달러로, 한은의 5월 전망치(280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6월 한 달간 123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통상적으로 대규모 경상 흑자는 달러 공급을 증가시켜 달러-원 환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올해는 달러 공급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상반기 377억 달러의 경상흑자에도 달러-원 환율은 오히려 연초 1,290원대에서 상반기 말 1,370원대로 상승했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대규모 해외 투자가 지목된다. 올해 상반기 금융계정 순자산은 339억 달러 증가했는데, 이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가 416억 달러나 증가했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를 매수 주체별로 살펴보면 개인투자자가 속하는 비금융기업의 증권투자가 160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연기금이 속한 일반정부는 107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은행도 경상수지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인식한다.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의 질문에 한은은 "경상흑자가 지속되면서 환율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은 시장에 일부 반영된 측면이 있다"라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 경로와 대선 등 대외 요인이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반기 경상 흑자 규모가 상반기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은은 6월의 기록적인 경상 흑자에 업종별 특이 요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상반기에 집행될 것으로 예상되던 반도체 제조 장비 투자와 항공기 반입이 지연되면서 수입이 감소하고 상품수지 흑자 폭이 커졌다는 것이다. 하반기에는 이러한 투자가 집행되면서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7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수입액은 538억8천만 달러로 6월의 490억7천만 달러에서 상당폭 늘었다. 무역수지 흑자도 6월 80억 달러에서 7월 36억2천만 달러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학개미'로 대표되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증권투자 확대가 지속된다면 원화 강세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은행의 외환 딜러는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나는 만큼 금융계정 순자산도 증가하고 있어 서로 상쇄되는 모습"이라며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뚜렷한 달러 매도 우위는 감지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증가세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수출마저 부진해진다면 원화의 상대적 강세는 어려울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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