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칼럼] 다가온 화폐의 미래…우리는 어디에 있나
  • 일시 : 2024-08-08 10:36:15
  • [현장 칼럼] 다가온 화폐의 미래…우리는 어디에 있나



    ChatGPT 4o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래의 화폐 형태로 불리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에 대한 논의가 부쩍 활발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많은 중앙은행이 현재 '소매' CBDC를 발행할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고,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경제연구소인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같은 달 '소매' CBDC가 디지털 지급결제와 은행권 예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발표했다.

    그동안 금융 발전이 더딘 중진국 이하를 중심으로 금융 포용성이나 자국 통화의 활용도를 위해 CBDC 도입이 속도를 냈지만, 이제는 주요 선진국도 CBDC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IMF에 따르면 현재 134개국 중앙은행이 CBDC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앞서 소개한 IMF와 NBER 보고서에 언급된 것처럼 '소매' CBDC의 도입이 한층 가까워진 셈이다.

    CBDC는 사용 주체나 용도에 따라 도매(기관용)와 소매(범용)로 나뉘는데, 소매 CBDC는 가계나 기업에 발행되어 미래의 혁명적인 변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소매 CBDC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은 유럽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소매 CBDC인 '디지털 유로'에 대한 연구를 지난 2021년 10월부터 시작해 지난 2023년 10월 조사단계 작업을 완료했다. 이에 따르면 디지털 유로는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위해 보유 한도가 설정되고 이자가 지급되지 않는다. ECB는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025년 11월까지 준비단계 작업을 거쳐 실제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소매 CBDC의 보유 한도 설정과 무이자 지급은 향후 디지털 유로의 연착륙 가능성을 높인다. 개인이 계좌를 통해 보유할 수 있는 CBDC 한도가 제한되고 이자도 지급되지 않음으로써 기존 은행권 예금이 CBDC로 대량 이탈할 가능성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CBDC를 무한정 보유할 수 있고, CBDC를 지닐 때 이자까지 받을 수 있다면 기존의 은행 고객들은 예금을 민간 은행에 맡길 필요가 없어진다.

    그렇다고 ECB가 현재 구상하는 형태를 소매 CBDC의 최종 결과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도입 이후 보다 숙련된 논의를 통해 진화한 형태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민간 연구영역에서는 보유 한도가 없거나 이자를 지급하는 CBDC가 발행될 때의 거시경제적 영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이자 지급형 CBDC가 도입될 때 중앙은행이 새로운 금리 결정 체계를 갖게 되는 것이어서 기존 통화정책 경로와 파급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독일 뒤셀도르프대학 연구팀은 중앙은행이 CBDC 보유 한도를 상황에 따라 인위적으로 조정해 통화정책 도구로 활용할 경우 물가를 더욱 효과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론을 내놓기도 했다.

    주요 선진국들이 CBDC를 보다 광범위한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준비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IMF 금융연구국장 출신으로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 코넬대 교수는 주요 3개국(미국, 유로존, 일본) 가운데 한 곳이라도 CBDC를 발행하게 된다면, 자국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주요국 통화의 디지털 버전이 여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실물이든 디지털이든) 수요를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BOJ)은 작년 4월부터 '디지털 엔'을 위한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CBDC 도입의 의미와 선택지를 모색하는 가운데 "해외의 CBDC 도입이 교환 수단으로서의 달러 활용도를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한국은행은 CBDC와 관련해 독자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은 게 선진국 주요 기관에 비해 제한적이다. 지난 몇 년간 발표된 몇 안 되는 한은 연구논문 가운데 가장 최근에 나온 자료는 외부 용역(조성훈 연세대학교 교수) 워킹페이퍼로, 이에 따르면 소매 CBDC가 도입되더라도 은행권 예금 변화에 따른 실물 경제적 피해가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CBDC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고 장단점도 분명해 논쟁의 여지가 많다. 다만 중앙은행이 미래 화폐에 대한 진전에 저항만 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곤란하다. 디지털 화폐 형태의 득과 실을 보다 폭넓게 논의하고, 특히 이를 통해 미래의 통화정책 수단을 확장하는 기회까지 모색할 필요가 있다. (방송뉴스부 권용욱 기자)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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