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웰컴 투 '열스트리트(Y'all Street) '
(뉴욕=연합인포맥스) "하우디 열?(Howdy, y'all?)"
미국 전역을 살아보진 않았지만, 뉴욕에서만큼은 인사말로 '하우 아 유?(how are you?)'를 정말 많이 쓴다. 구면이든 초면이든 다시 안 볼 행인이든 눈만 마주치면 일단 '하우 아 유'부터 하고 시작한다. 교과서는 '잘 지냈어?'로 가르쳤지만, 실제 어감은 '오늘 뭐 별일 없지?' 정도의 느낌이 강하다.
'하우디 열?'은 미국 남부 텍사스의 대표적인 인사말이다. '하우 두 유 두, 유 올?(How do you do, you all?)'의 줄임말로 한국으로 치면 '느그 별일 없제?' 정도의 부산 사투리 느낌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넷플릭스 시청 순위 상위에 오른 '댈러스 카우보이스 치어리더들(DCC)'에서 주야장천 등장하는 게 이 표현이다. 미국 최고 인기 미식축구팀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치어리더들을 조명한 이 다큐멘터리는 텍사스 배경인 만큼 남부 사투리가 맛깔나게 나온다. 도도해 보이고 세련된 치어리더들이 시종일관 '느그 별일 없제?'를 외치고 있다.
미국 동부와 서부의 도시인들은 텍사스 사투리를 약간 촌스럽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미국에서 잘 나간다는 말을 들으려면 '하우디 열' 정도는 써줘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 산업의 핵심인 금융 기업들이 텍사스로 몰리면서 텍사스 경제가 급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웰컴 투 열스트리트(Y'all Street), 텍사스의 급성장 금융 허브'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를 게재했다. 뉴욕에 근간을 둔 금융투자 엘리트 회사들이 텍사스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현황을 전하는 게 골자다.
이른바 '열스트리트'는 월스트리트에 '열'을 결합한 것으로 텍사스 댈러스 지역에 형성된 금융 집중 지구를 가리킨다. 텍사스 북부에 위치한 댈러스는 뉴욕에 이어 이미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금융 서비스 지역으로 올라섰다.
엘리트 금융회사들은 단순히 댈러스에 인력만 늘리고 있는 게 아니다. 대규모 사옥을 짓고 뉴욕 본부의 업무 중 일부를 댈러스로 이관하면서 제2의 본부 혹은 제1본부의 이전 수준으로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댈러스에 짓고 있는 대규모 사옥이 단적인 예다. 골드만은 댈러스 교외 지역에 5천명 이상의 직원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캠퍼스를 5억달러 규모로 짓고 있다. 2027년 말 이 건물이 완공되면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골드만의 사무용 건물이 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댈러스 외곽에 30층 높이 건물을 올리는 중이다.
골드만의 신축 건설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내년에 완공될 예정인 웰스파고의 사무용 타워 2개 동이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만평 부지에 지어지는 대규모 캠퍼스다. 그로부터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에는 미국 증권사 찰스 슈왑의 네 번째 사무용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찰스 슈왑은 2021년 캘리포니아에서 댈러스로 본사를 아예 이전했다.
JP모건체이스는 이미 지난 10년간 댈러스에 4개의 건물을 지으며 일찌감치 잠재력에 주목해오기도 했다. 댈러스에 근무하는 JP모건 직원은 현재 3만1천명으로 2만8천300명의 뉴욕보다 약 3천명이나 많다.
JP모건의 앤디 라빈 남서부 투자은행 부문 총괄은 "뉴욕에서 하는 일은 다른 장소에서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텍사스 금융산업의 급성장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자료에 따르면 텍사스의 투자은행 및 증권 부문 고용은 지난 20년간 111%, 코로나19팬데믹 이후만 따져도 27% 증가했다. 반면 뉴욕은 각각 16%와 5%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9년 이후 텍사스의 금융 분야 전체 고용자 수는 13% 증가했지만, 뉴욕은 2% 증가했을 뿐이다.
댈러스는 현재 금융 관련 산업에서 종사하는 총근로자 수도 대도시권 중 뉴욕시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조사분석기업 페리먼그룹의 레이 페리먼 대표는 "텍사스가 은행 고용에서 뉴욕을 지난 몇 년간 이미 앞지르고 있고 투자 고용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월가는 여전히 투자 세계의 중심이지만 열스트리트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6월에는 미국 전국 차원의 새로운 증권거래소 설립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다.
시카고에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등 원자재나 파생 전문 거래소가 있긴 하지만 증권거래소는 여전히 뉴욕의 아성이 공고하다. 소위 텍사스증권거래소(TXSE)는 금융시장의 성장을 믿고 그런 뉴욕의 아성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월가 거물 회사들인 블랙록과 시타델증권 등이 TXSE 출범을 위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TXSE는 개인과 대형 투자사들로부터 약 1억2천만달러를 모금했으며 올해 하반기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다.
텍사스에 이처럼 금융회사들이 몰리는 데는 비용적 이점이 있다.
텍사스는 광활한 땅에 새로운 시설을 지을 공간이 충분하다. 미국 중남부에 있고 미국에서 가장 큰 공항 중 하나도 자리 잡고 있어 거의 모든 주요 도시에 직항으로 빠르게 갈 수 있다. 또한 주거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뉴욕과 달리 여유 공간이 많아 주거비도 다른 미국 도시보다 저렴하다.
텍사스의 저율 세금과 느슨한 규제, 공격적인 지원금도 금융회사에 매력적인 요소다.
댈러스시는 골드만의 신축 건물에 1천800만달러의 일자리 보조금과 재산세 감면 혜택을 제공했다. 골드만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최소 11만6천달러의 평균 급여와 최소 5천개의 일자리 제공을 약속했다.
텍사스주는 석유 사업으로 재정이 매우 탄탄한 덕분에 소득세를 모두 면제해주고 있는 점도 투자를 유치하는 요인이다. 또한 주 차원의 법인세도 없고 최고 1%의 영업세만 부과하고 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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